S90 T5 인스크립션은 나파 가죽 시트와 B&W 오디오를 비롯해 각종 옵션을 그득하게 챙겼다. 4기통 휘발유 엔진은 최고출력 254마력을 낸다.

“우리는 2013년 국내에서 1960대의 차를 팔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판매량이 5000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 초 출시된 XC90과 지금 출시하는 S90이 볼보의 판매량을 더욱 끌어올릴 것입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이윤모 대표는 이렇게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S90 시승 행사에서다. 올해 1~9월 볼보의 판매대수는 3861대다. 이윤모 대표의 말처럼 되려면 남은 석 달 동안 1000대 넘게 팔아야 한다. 볼보는 S90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가격도 낮췄다. 가장 낮은 급의 D4 모멘텀이 5990만원이다. S90이 경쟁모델로 생각하는 BMW 5시리즈나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의 가장 낮은 모델보다 400만~600만원 저렴하다. 

시승차는 D5 AWD 인스크립션과 T5 인스크립션 두 대. 인스크립션 모델은 열선 스티어링휠과 나파 가죽 시트, 앞좌석 마사지 시트와 B&W 오디오 등을 갖췄다. 그리고 값은 모멘텀보다 700만원 비싸다. 시승 코스는 영종도를 돌아 송도까지 다녀오는 짧은 코스였다. 갈 때는 D5 AWD, 올 때는 T5의 운전대를 잡았다. S90에 얹히는 모든 디젤 엔진은 볼보가 새롭게 개발한 4기통 2.0리터 ‘드라이브 E’ 엔진이다. 그런데 D5 AWD 엔진에는 D4와 달리 공기 압축 탱크가 있다. 압축된 공기를 이 탱크에 저장했다가 힘이 필요한 순간 밸브를 열고 터보차저에 공기를 보내 힘을 보탠다. 그래서 D4보다 최고출력이 45마력, 최대토크가 8.1kg·m 높을 뿐 아니라 터보 지체현상도 적다. 참고로 4기통 디젤 엔진을 얹는 520d보다는 51마력 높다. 

볼보의 새로운 디젤 엔진은 확실히 매끈하고, 조용하며 질감이 좋다. 폭발적이진 않지만 모자라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단단하게 조인 하체 덕에 승차감도 나긋나긋하지 않고 견고하다.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면 하체가 좀 더 역동적이고, 엔진 소리도 거칠어진다. 스포츠카처럼 내달린다고 할 순 없지만 탄탄한 기분이 들긴 한다. 개인적으로는 휘발유 엔진보다 디젤 엔진이 다섯 배쯤 마음에 들었다. 휘발유 엔진은 가속페달을 힘껏 밟으면 터보가 작동하면서 울컥울컥 힘을 토해내는데 그때마다 앞으로 온몸이 쏠리는 게 자꾸 거슬렸다. 그에 비하면 디젤 엔진은 꾸준하고 매끄럽게 힘을 토해냈다.

새로운 S90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파일럿 어시스트다. 스티어링휠에 있는 크루즈컨트롤 버튼을 누르고 파일럿 어시스트를 활성화하면 계기반 아래에 초록색 스티어링휠 아이콘이 뜨는데, 이러면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뗀 채로 10초 남짓 달릴 수 있다. 처음 경험한 10초 동안의 자율주행은 새롭고 신기했다. S90은 볼보의 다른 모델처럼 다양한 안전장비를 그득하게 실었다. 시티 세이프티는 앞차와 부딪힐 것 같으면 여지없이 브레이크를 밟는다. 더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안전벨트까지 단단히 조인다. 너무도 예민한 시티 세이프티 덕에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달릴 수밖에 없다. 고급스러운 실내와 탄탄한 하체, 넉넉한 뒷자리와 풍성한 안전장비는 S90의 큰 장점이다. 이것만으로 5시리즈나 E 클래스와 정면승부하기엔 버겁지만 둘의 매력적인 대안은 될 수 있다.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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