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ER 이진우
GARAGE CONCEPT 대저택
자동차 석 대가 아닌 서른 대도 너끈히 넣을 수 있는 저택이다. 다만 빨간 벽돌로 지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아니라 유리 사용량이 많은 모던한 분위기의 저택이다. 차를 지하에 두는 게 아니라 많은 이가 볼 수 있도록 지상으로 올려 전시장처럼 유리로 감쌌다. 
DREAM CARS 맥라렌 F1, 벤틀리 뮬산,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드림카를 꿈꾸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확실한 건 1992년 이전일 거다. 1992년부터 내 드림카 리스트엔 맥라렌 F1이 빠진 적이 없으니까. 천재 엔지니어 고든 머레이가 만든 이 차는 ‘슈퍼카’라는 단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당시 고성능 스포츠카 시장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시작은 F1 그랑프리였다. 1988년, 맥라렌은 16개의 GP 중 15개 GP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맥라렌 고위 관계자 네 명은 이 멋진 경주차를 베이스로 로드카를 개발하기로 했다. 그 네 명 중 한 명이 고든 머레이다. 

1+2의 독특한 시트 구성에 미드십 뒷바퀴굴림, 6.1리터 V12 엔진은 최고출력이 무려 627마력이었다.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은 3.2초. 최고속도는 386킬로미터로 단숨에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가 됐다. 이런 엄청난 성능엔 경량화에 대한 고든 머레이의 집착이 있었다. 이 차는 무거운 V12 엔진을 얹고 있음에도 무게가 1100킬로그램밖에 나가지 않는다. 탄소섬유, 티타늄, 마그네슘 등 일반 차는 비싸서 쓸 수 없는 경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한 덕분이다. 

많은 사람이 이 차의 성능에 충격을 받았다. 성능보다 더 충격적인 건 이 차가 돈을 벌기 위해서도, 레이싱에 투입하기 위해서도 아닌 천재 엔지니어의 미친 열정이 빚어낸 결과물이란 것이다. 당시 교과서를 봐야 할 나이에 자동차 전문지를 접하면서 이 차를 알현하게 됐고 그때부터 맥라렌 F1은 종교가 됐다.   

소유하면 좋겠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안다. 단 106대만 제작됐고 당시 가격이 11억원 정도였으니 지금은 수백억원에 달할지 모른다. 맥라렌 F1은 내가 자동차 전문지 기자가 되도록 인도해준 멘토일지도 모른다. 내 인생이 다하기 전에 맥라렌 F1을 만나는 날이 오길 바란다.
만약에 맥라렌 F1을 가질 수 있는 부를 소유하게 된다면(물론 다시 태어나도 힘들 것이다)  엄청 큰 저택에 차를 디스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지나는 이들이 맥라렌 F1을 우러러볼 수 있도록 넓은 창을 내고 차를 전시할 것이다. 

F1 옆에는 벤틀리 뮬산과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자리한다. 뮬산은 쇼퍼 드리븐으로도 좋고 오너 드리븐으로도 아주 훌륭하다. 내가 운전해본 초대형 세단 중에서 운전이 가장 편하면서 재미있는 차였다. 이렇게 큰 초대형 세단에 패들시프트가 달렸다는 것만으로 벤틀리의 레이싱 역사가 오롯이 숨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스타일도 너무 올드하지 않아 좋다.  

그 옆에는 레인지로버 스포츠. 랜드로버는 어디에나 어울린다. 사막을 달리고 물구덩이를 지나며, 귀빈을 응접하고 VIP를 호위한다. 때로는 레드카펫 의전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렇게 스펙트럼이 넓은 차가 랜드로버 말고 또 있을까? 그중에서도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적당한 출렁임과 든든한 지지력이 적절한 균형을 유지한다. 레인지로버보다 휠베이스가 짧아 운전도 쉽고 편하다. F1과 뮬산의 부족한 부분을 레인지로버가 훌륭하게 메워줄 것이다. 

맥라렌 F1, 벤틀리 뮬산,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내 차고에 있다고 생각하니 입가에 슬쩍 미소가 번진다. 그러다 급우울해지기도 한다. 현실성이 제로니까. 치열하고 처절하게 산다 해도 이루지 못할 꿈이라면, 난 그냥 이 석 대의 차를 ‘꿈속의 개러지’에 넣어두고 현실을 아름답게 살란다. 어차피 꿈은 꿈일 때 가장 아름다운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