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ER 최민관(월간<디자인> 수석 에디터)
GARAGE CONCEPT 바
화려하진 않아도 지인들과 와인이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밤새 수다를 떨거나 같이 자동차 영화를 볼 수 있는 바(Bar) 스타일의 개러지. 에어스트림 트레일러는 안주를 만들 수 있는 주방이 되며 취객을 위한 잠자리로도 손색이 없으리라.
DREAM CARS 에어스트림 밤비, 윌리스 지프, 포르쉐 550 아메리카

난 제주 북동쪽으로 향할 거다. 그곳에 나만의 창고가 있으니까. “돈 많아서 좋겠다”는 백록담 마그마 분출하는 참견은 관두시라. 입구에서 오른쪽 귀퉁이만큼만 내 것이고 나머지 공간은 다 빚일 뿐 고공비행하는 제주 부동산 폭등은 먼 나라 얘기다. 언젠가는 도시에서 벗어나 꿈꾸던 섬에 살고픈 마음으로 마련한 공간을 과연 무엇으로 채울까? 난 이미 공유하는 이의 뜨거운 동조나 관심 없는 이의 매몰찬 냉대를 받으며 15년을 살았으니 취향만큼은 뚜렷하다. 결국 매거진 에디터의 일이란 게 취향의 강요 아니던가?

투박한 목재로 얼기설기 구성한 천장과 거친 바닥은 그대로 살릴 생각이다. 펠릿 난로와 맞물린 연통의 끝은 AMG의 머플러 팁으로 멋을 낼 거다. 지하에 마련한 자그마한 공간은 와인을 보관하는 비밀 공간이다. 잘 숙성시킨 제주 목살을 손님들에게 구워서 내놓을 생각이니 휴대용 그릴과 투박한 나무 테이블 또한 직접 만들 생각이다. 백미는 근사한 소품이자 특실로 기능할 윌리스 지프에 물려둔 에어스트림 밤비. 캠핑카의 침대에 누워 프로젝터로 투영시킨 <불릿>의 스티브 매퀸이 열연한 추격 신을 감상하는 거다. 그렇다. 난 자동차 애호가를 위한 특별한 체험의 확장판을 꿈꾸고 있다. 

밤비는 1961년에 선보인 초소형 트레일러로 인터내셔널 CCD 19 같은 모델로 복각되어 나올 만큼 큰 인기를 끌었던 에어스트림의 간판 모델이다. 현재 클래식 모델의 원형을 잘 살린 스포트 16 모델이 있지만 난 1960년대 출시된 클래식 모델에 끌린다. 가까운 일본에서 찾아낼 인연이 언젠가는 오겠지. 윌리스 지프는 그냥 로망 같다. K111을 아직도 찾아내려고 혈안인 걸 보면 말이다.    

 
‘할리우드 키드’를 위한 꿈의 공간에 포르쉐 550 스파이더가 빠질 수 없다. 원래 내 드림카는 356 타입 A 스피드스터지만 구하기 쉬운 레플리카로는 550 스파이더가 제격이다. 천재 엔지니어의 산물인 오리지널 모델을 힘들게 찾아낸 뒤 박물관에 전시하듯 박제하긴 싫다. 356 넘버원은 슈투트가르트 박물관에서 경외심을 품고 관람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내 개러지에는 까불대는 아이들이 오르내리도록 부담 없는 레플리카가 한결 어울린다. 

비가 내리면 실내로 들여놓고, 날씨가 좋은 날이라면 손님이 직접 운전을 즐기도록 패키지도 마련해두고 싶다. 낮은 윈드실드 너머로 차체를 가늠하며 완벽한 개방감으로 다가오는 제주의 풍경은 생애 최고의 드라이브로 기록될 것이다. 1.6리터 4기통 박서 엔진, 아니 구형 비틀의 그것이라도 공랭의 푸드덕거리는 느낌만큼은 일상에서 맛보기 힘든 매력이니까. 날것 그대로의 생생함을 체험시켜주는 공간을 꿈꾼다. 할리데이비슨 로드 글라이드, BMW 모토라드 R9T 스크램블러, 베스파 PX125 모델은 창고 구석에 얌전히 놓아둔다. 550 스파이더 레플리카와 마찬가지로 해변을 향해 달리는 ‘느낌적 도구’로 써야 할 때 시동을 걸어주겠지.  

공간 이름은 말 그대로 ‘드림 개러지’라고 부르자. ‘개러지 드림’보다는 나으니까. 꿈꾸는 자동차로 한층 짜릿한 꿈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언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이번 <모터 트렌드>에 소개된 자동차 디자이너 박종서 교수님에게 망치질을 배워 휠러 모델을 만들어 전시하는 것 또한 근사하리라. 그날이 올 때까지, 나의 꿈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