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이성과 감성이 함께한다. 이성과 감성은 서로 치고받으며 나를 만들어간다. 1억원 정도로 살 수 있는 차를 떠올렸을 때 감성은 메르세데스 벤츠 SLC 43 AMG를 사라고 한다. “난 스포츠카가 좋아! 지붕을 열고 저 푸른 하늘로 나를 던지고 싶어!” 그때 이성이 끼어든다. “쓸모가 다양한 4도어 세단을 사야지. 당장 오늘 저녁부터 뒷자리에 친구를 태워야 한다고!” 감성이 다시 소리 지른다. “난 포르쉐 박스터를 살 거야!” 이성은 SUV가 어떤지 묻는다. “자동차의 실제 쓰임새를 생각해야지. 아이들과 나들이는 안 갈 거야? 포르쉐라면 SUV도 충분히 스포츠카의 기분을 낼 수 있어.” 그렇게 이성과 감성이 타협을 본 차는 벤츠 C 클래스 세단과 포르쉐의 소형 SUV 마칸이다. 난 현실에 적응하며 나만의 꿈을 키워간다.

1 새빨간 스티치로 멋을 낸 실내 C 450 AMG 4매틱은 그냥 C 클래스와 달라 보이기 위해 새빨간 스티치로 멋을 냈다. 아래가 편평한 스티어링휠과 크롬을 두른 센터페시아도 달았다.  2 벤츠의 상징 도어 안쪽에는 벤츠의 상징과도 같은 시트 조절 버튼과 열선 버튼이 있다. C 450 AMG는 부메스터 오디오 사운드를 갖췄다. 

메르세데스 벤츠 C 450 AMG 4매틱

벤츠 C 450 AMG 4매틱은 메르세데스 AMG와 AMG 패키지 사이에 만들어진 AMG 스포츠에 속하는 차다. 머리가 좀 복잡하다고? 쉽게 말해 AMG 브랜드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도록 AMG의 기술과 노하우로 만든 고성능 스페셜 모델이다. 생산은 양산 라인에서 한다. 아우디 S4, 재규어 XE S에 대응하는 역할을 하는데 퍼포먼스와 럭셔리가 멋지게 밸런스를 이뤘다. AMG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은 마케팅 부서의 작품일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저 C 클래스에서 진짜 AMG가 아닌 차 가운데 최고급 모델이라는 뜻으로 다가온다. 

이성이 묻는다. “8700만원이면 E 클래스보다 비싼데 차라리 2.0리터 엔진을 얹은 E 클래스가 어때?” 감성이 답한다. “벤츠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엔진 출력에 여유가 있는 윗급 모델을 타야 해. C 클래스도 마찬가지야. 가장 아랫급인 2.0리터가 벤츠를 대표할 순 없어. 여유로운 힘은 단순히 빨리 달리기 위함이 아니야. 넉넉한 힘은 차를 풍요롭게 한다고. 승차감이 푸근해지고 모든 주행 질감이 업그레이드돼. 재빠른 몸놀림은 안전에도 중요하고.” 

C 450은 AMG 엔지니어들이 개발에 참여한 3.0리터 V6 직분사 트윈터보 엔진을 얹고, 367마력의 힘으로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을 4.9초 만에 해치운다. 상당히 빠르고 강력하다. “커다란 차에 집착하지 마. 남에게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큰 차의 아랫급보다 작은 차의 윗급이 좋은 거야. 내가 차를 즐기는 게 중요하니까.” 감성이 열을 내기 시작한다. 과거의 C 클래스는 작은 차였지만 CLA 클래스가 생긴 지금 C 클래스를 소형차라고 할 순 없다. 결코 작지 않은 차는 다양한 쓰임새 덕에 불편을 모른다. 전국 어디에 가나 자동차 1대당 주차장 면적은 야박하기만 한데 모든 차가 커다란 우리나라는 뭔가 잘못됐다. 좁은 공간에 큰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리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 바보가 아닌가 싶다. 모두 ‘문콕’에 노이로제가 걸렸다. 주차 문제의 해결은 소형차로 풀어야 한다. E 클래스 대신 C 클래스를 타면 얼마나 편한지 몸으로 느끼게 된다. 복잡한 도심 주행에도 작은 차가 유리하고 편하다. “차 크기로 체면을 내세우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나에게 강요하지 마.” 감성의 큰 소리에 이성이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무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C 클래스 디자인(W205)은 볼 때마다 그 완벽한 몸매에 감탄한다. 오묘한 밸런스가 완전체를 이뤘다. 공기저항계수가 0.24에 불과한 차체는 과학적으로도 완벽하다. 요즘 대부분의 차가 그렇지만 벤츠도 S와 E, C 클래스가 같은 얼굴이다. 그런데 내 눈에는 셋 중 가장 작은 C 클래스가 매력을 요약해놓은 것 같아 가장 멋지다. 세 모델의 모양이 모두 같다면 작고 값싼 C 클래스가 여러 면에서 이득이 아닐까?

시승차로 온 C 450 AMG는 겉모습이 수수하다. 다른 C 클래스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크롬핀으로 장식한 다이아몬드 그릴이 조금 화려할 뿐이다. 오너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그냥 C 클래스와 큰 차이가 없다. 앞 펜더에 조그만 AMG 로고를 붙이고, 작은 스포일러를 트렁크에 달았다. 19인치 휠에 앞바퀴보다 3밀리미터 넓은 뒤 타이어를 달았지만 네 개의 머플러 구멍이 소박하게만 보인다. 오너가 느끼는 자기만족을 중시하고 과시를 억제했다. 드러나지 않는 모습에서 나의 이성은 만족한다. 적당한 치장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점잖아서다. 겉모습에 유별난 것이 없는 차는 ‘양의 탈을 쓴 늑대’ 놀이에 알맞아 보인다. 남들은 평범한 차로 보는데 슈퍼카처럼 달리는 재미가 유별나다.

실내 역시 소박하다. 모든 벤츠의 대시보드가 비슷한 모양인데 C 클래스는 작고 간단해서 심플한 매력이 극대화됐다. 그래도 ‘AMG 스포트’ 모델인 만큼 모서리마다 붉은색으로 스티칭 장식을 넣고, D컷 스티어링휠을 달았다. 세밀하게 살펴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담백한 실내에 새빨간 안전벨트를 달아준 건 신의 한수다. 넓적다리를 받쳐주는 운전석이 푸근해서 만족스럽다. 뒷자리 크기나 트렁크 크기는 일상적으로 쓰기에 충분하다.

시동 버튼을 누르고 차가 출발하는 순간 감동이 몰아친다. 적절한 배기음을 울리며 거세게, 그리고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367마력은 1740킬로그램의 차를 가볍게 몰아간다. 이 정도 파워라면 AMG C 63이 욕심나지 않는다. 적당한 무게로 지면을 다지고, 꽉 조여진 차체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작은 차에서 맛보는 기대 이상의 주행 질감이다. 좋은 차라는 느낌이 확 다가온다. 그래, 이런 것이 진정한 벤츠 타는 맛이다. 이런 느낌을 맛보고 나서 C 클래스를 타봤다고 말하라.

C 450 AMG는 강함 속에 부드러움이 깃들어 있다.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승차감이 보기 드문 만족을 준다. 진정한 럭셔리는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벤츠 고유의 안락함과 AMG의 강력함을 한꺼번에 담았다. 7G 트로닉 플러스 변속기는 한 치의 힘 손실도 없어 보인다.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인디비주얼을 고를 수 있다. 그리고 가변식 댐핑 시스템으로 서스펜션 강도도 조절할 수 있다. 스포트 플러스로 바꾸자 차의 성격이 달라진다. ‘땡기는’ 맛이 달라지고, 퍼벅거리는 배기음이 죽여준다. 부드러운 재질의 던롭 타이어는 땅바닥을 거머쥔다. 스티어링휠의 감각은 적절하고, 코너를 돌아갈 때 자신감을 북돋운다. 미끄러짐에 대한 불안이 없으니 속도는 갈수록 빨라진다. 컴포트 모드 역시 아주 만족스럽다. 단단함 속에 부드러움이 나를 우아하게 한다.

4매틱은 넘치는 힘을 다잡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AMG 오너가 아닌, 나 같은 아마추어 레이서를 위한 안전장치다. 영구 4WD 방식의 4매틱은 앞으로 33퍼센트, 뒤로 67퍼센트의 토크를 배분해 뒷바퀴굴림 차의 재미를 더하려 한다. C 450 AMG는 안정감 속에 속도를 더해 나갔다. 몸놀림 하나하나가 내 마음처럼 움직인다. 차의 반응이 빠르니 급가속이나 빠른 추월 같은 무리한 조작도 자꾸 하게 된다. 빠른 속도에도 안정감이 넘친다. 믿음직한 브레이크 성능이 뒤따르니 마음이 든든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빨리 달리는 순간에 큰 도움을 준다. 파워풀한 스포츠 세단에서 자동차 타는 재미가 넘친다. 이성이 만족하는 가운데 감성도 좋아라한다. 

많아도 너무 많아 마칸 GTS는 변속기 레버 주변에 온갖 버튼이 빼곡하다. 온도 조절 버튼부터 열선 버튼, 주행 모드 변경 버튼에 비상등까지 모든 버튼을 여기에 넣었다. 

포르쉐 마칸 GTS

“포르쉐라면 난 911이 좋아.” 감성의 외침에 이성이 반박한다. “911은 골프장에 갈 때 골프백도 못 실어.” “그럼 지붕을 벗을 수 있는 박스터가 좋겠어.” “박스터는 공항에 마중 갈 때 짐 싣기도 마땅치 않잖아. 게다가 뒷자리엔 사람을 태울 수도 없다고. 혼자서만 타고 다닐 거야?” 이성은 계속 감성을 설득한다. “포르쉐는 실용적인 차도 스포티해. 더구나 요즘은 세계적으로 소형 SUV 바람이 불고 있잖아. 시대의 흐름을 한번 타보라고.”

그래, 포르쉐 브랜드를 알려면 마칸도 맛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포르쉐는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자랑하는 SUV 카이엔을 내놔 성공을 거뒀다. SUV 성공 신화를 잇는 마칸은 소형 SUV 흐름을 리드하는 중요한 모델이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낯설지만 친해져야 할 포르쉐다. 마칸 GTS는 마칸 모델 가운데 가장 최적화된 모델이 아닌가 싶다. 포르쉐 모델마다 GTS는 최고의 선택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GTS는 포르쉐 최강의 자연흡기 엔진이라는 이미지도 있었지만…. 음, 이제는 아니다.

마칸 터보 바로 아랫급인 GTS는 360마력의 3.0리터 V6 바이 터보 엔진을 얹었다. 마칸 터보와 불과 40마력 차이다. 다른 마칸보다 높이를 1.5센티미터 낮추고 서스펜션을 10퍼센트 더 단단히 조였다. 911을 들어 올린 듯한 보디는 카이엔과 달리 쿠페 같은 모습이다. 모든 포르쉐는 911의 실루엣을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신형 파나메라도 911을 닮아 고객들이 좋아라했다. 911을 닮아 쿠페 같은 SUV가 된 마칸은 카이엔보다 더욱 멋져 보인다. 카이엔보다 마칸을 선택할 이유가 충분하다. 마칸 터보와 똑같은 네 개의 머플러가 우람하다. 모든 GTS가 그렇듯 휠은 검은색이 강조됐다.

키가 적당한 차는 타고 내리기도 편하다. 세단처럼 A필러에 머리를 부딪힐 일이 없다. 카이엔과 파나메라에서 익숙한 대시보드 디자인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GTS 역시 검은 가죽시트 가장자리를 빨간 실로 스티칭하고, 빨간색 안전벨트로 매력을 더했다. 운전석에 앉아 바라보는 독일차의 단단한 마무리는 뛰어난 감성 품질을 자랑한다. 마칸 GTS는 C 450 AMG와 비교해 좀 더 차돌멩이 같고, 좀 더 악을 쓰며 달린다. 운전석 높이가 생각보다 높지 않은 데다 기분을 부추기는 배기음 덕분에 SUV를 탄다는 사실을 잊게 한다. 스포츠카를 몰다가 뒤를 돌아보니 뒷 자리가 있었다! 

노면을 타는 광폭 타이어 때문에 요철이 있는 길을 달릴 땐 스티 어링휠을 꽉 잡아야 한다. PASM 서스펜션은 코너에서도 항상 탄탄한 자세를 유지한다. 앞뒤 토크 배분이 15대 85인 마칸에서 스포츠카 본연 의 운전 재미를 기대하지만 트랙이 아닌 일반도로에서 모험을 할 순 없 었다. 스포트 버튼을 누르면 스포트 배기가 열리고 댐퍼가 단단해지면 서 스로틀과 변속기가 민첩해진다. 속도를 줄이면 자동으로 다운 시프 트하는 순간 회전수 매칭 소리가 요란하다. 이보다 신나는 SUV가 없 다. 핸들링과 밸런스가 뛰어난 차는 가볍고 다루기도 쉽다. 일상적인 차로 볼 때 마칸은 SUV의 장점이 부각된다. 다섯 명이 탈 수 있을 뿐더 러 많은 짐을 싣고 험한 길도 달릴 수 있다. 주행 모드를 컴포트로 하면 조용한 크루저가 되고, 난 책임을 다하는 가장이 된다. 공항에 아내를 데리러 갈 땐 여행용 트렁크를 몇 개씩 싣고, 골프 치러 갈 땐 스포츠카 처럼 몰아갈 것이다. 

에필로그 

우연이었지만 같은 크기의 엔진을 세단과 SUV로 나눠 타본 셈이 됐다. 두 차의 차이는 200킬로그램이라는 무게에 있었다. 0→시속 100킬로 미터 가속 시간은 겨우 0.3초 차이 나지만 비교하자니 여러 면에서 다 른 게 느껴진다. 미끄러지듯 밀어대는 벤츠의 후련함과 악을 쓰고 달리 는 마칸의 통쾌함은 각각의 매력이 넘치지만 가벼운 차가 진리라는 사 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세단도 좋고, SUV도 좋다. 이성과 감성이 교차하는 속에서 나만 의 드라이빙을 즐기면 된다. 평범한 차에서 나만의 꿈을 좇는다. 넉넉한 출력만 보장된다면 평범한 차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스포츠카 브랜 드 포르쉐의 판매 모델 대부분이 카이엔과 마칸인 이유를 알 것 같다. 마칸 GTS는 성능과 편리함이 잘 조화된 포르쉐다. 일상적인 편리함에 재미가 더해진, 내가 바라는 차다. 이 정도라면 SUV 이전에 스포츠카라 고 할 만하다. C 450 AMG는 젠틀맨의 품위를 지켜주는 파워가 감성을 자극한다. 아무쪼록 수입차를 제대로 느끼려면 윗급 모델을 타야 한다 는 생각이다. 겉치레보다 내실을 기하는 거다. 절제하는 마음으로 격을 한 단계 낮추니 이성과 감성이 모두 좋아라한다. 

MERCEDES-BENZ C 450 AMG 4MATIC 

기본 가격 870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V6 3.0ℓ DOHC 트윈터보, 367마력, 53.1kg·m 변속기 7단 자동 공차중량 1740kg 휠베이스 2840mm 길이×너비×높이 4720×1810×1450mm 0→시속 100km 가속시간 4.9초 복합연비 9.2km/ℓ CO₂ 배출량 190g/km

PORSCHE MACAN GTS 

기본 가격 994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V6 3.0ℓ DOHC 트윈터보, 360마력, 51.0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공차중량 1970kg 휠베이스 2807mm 길이×너비×높이 4692×1926×1609mm 0→시속 100km 가속시간 5.2초 복합연비 7.1km/ℓ CO₂ 배출량 248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