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리프트된 V40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바뀐 거라고는 그릴 안쪽의 바와 헤드램프에 토르의 망치를 넣은게 전부니까. 그런데 차를 타면서 토르의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V40이 이렇게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주행 실력을 지녔는지 몰랐다. 승차감이 묵직한 것이 하체 강성이 느껴진다. 볼보에 이런 묵직한 느낌의 차가 있었나 싶었다. 단지 서스펜션만 단단하게 세팅한 것은 아니다. 고속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 것이, 섀시가 주는 믿음도 훌륭하다. 하긴 좋은 제품이니 포드에서 사왔을 것 아닌가. V40은 포드 포커스의 섀시를 사용한다.

하체 질감만으로 이 차는 핫해치 가능성이 농후하다. 스티어링도 수준급이다. 약간 묵직한 운전대는 반응이 아주 날카롭다고는 할 수 없으나 텁텁하지 않고 또렷하다. 덕분에 주행을 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볼보 모델 중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다만 코너를 빨리 돌 때는 앞이 무겁다는 게 느껴진다. 바퀴가 옆으로 빠질 것 같은 서늘한 느낌이 들어 가속페달에서 힘을 빼게 된다.

엔진은 150마력을 내는 2.0리터 터보 디젤. 엔진 회전이 매끄럽고 넉넉한 토크(32.6kg·m/1750~3000rpm)를 낸다. 다만 하체 강성에 비해 출력이 오르내리는 반응이 그다지 빠르진 않다. 약간의 터보래그가 있고 rpm을 낮추려는 고집이 있다. 덕분에 리터당 16킬로미터나 되는 연비를 얻었지만 말이다. 같은 엔진에 두 개의 터보가 붙은 D4는 높은 출력(190마력)을 내면서 빠른 반응성을 지녔을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바퀴(18인치)를 낀 D4(리터당 16.8킬로미터)가 오히려 연비가 더 높다. 효율성이 좋은 8단 자동변속기 덕분이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D4를 욕심내는 게 좋을 듯하다.

실내는 신식과 구식이 대비되는 느낌이다. 프레임 없는 룸미러와 화려한 디지털 계기반이 최신식 분위기를 물씬 내는데, 센터페시아의 작은 모니터와 그 밑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버튼들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진다. 기어봉보다 높게 솟은 주차 레버도 요즘 차에선 좀처럼 보기 드물다.

그러고 보니 이 차도 출시된 지 4년이 됐다. 그렇다고 차세대 모델이 코앞에 있는 것도 아니다. 볼보의 모듈러 플랫폼 CMA를 깐 차세대 V40은 2019년에 나 나올 예정이다. 외관은 헤드램프가 큰 역할을 했다. 토르 망치 덕분에 더 세련된 인상이 됐다. 소비자들이 솔깃할 만한 변화다. 폭스바겐 골프 판매가 중단된 지금, 적절한 시기에 V40 부분변경 모델이 들어왔다. 늘 하던 안전만 강조하지 말고 꽤 묵직한 주행성도 지닌 해치백이라는 걸 어필하면 어떨까 싶다. 나도 이 차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으니까. 예상치 못했던 V40의 주행성은 분명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SPECIFICATION

VOLVO  THE NEW V40 D3

기본 가격 367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직렬 4기통 2.0ℓ DOHC 터보 디젤, 150마력, 32.6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525kg 휠베이스 2645mm 길이×너비×높이 4370×1800×1440mm 복합연비 16.0km/ℓ CO₂ 배출량 117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