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빵 터졌다. 시트로엥 C4 칵투스 시승차를 받는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안 그래도 튀는 디자인인데 아주 빨갛게 물들기까지 했다. 해외 모터쇼에서도 보고 서울 모터쇼에서도 만난지라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지금껏 내가 본 건 모두 순화된 C4 칵투스였다. 새빨간 C4 칵투스가 전하는 강렬한 인상을 보니 이게 진짜다 싶었다.

정면에서 보면 한쪽에 세 개씩, 총 여섯 개의 램프가 보인다. 헤드램프처럼 보이는 맨 뒤의 가느다란 등은 주간주행등이다. 약간은 밋밋해 보이는 가운데에 있는 가장 큰 램프가 헤드램프다. C4 칵투스의 헤드램프는 뒤에 반사판이 있는 전구식 램프다. 최근에는 많이 쓰지 않는 방식이지만 C4 칵투스라면 괜찮아 보인다. 프로젝션 헤드램프나 그 밖의 최신식 램프를 썼다면 주간주행등 대신 헤드램프로 시선을 빼앗겼을 거다. 디자인이 최우선으로 고려된 C4 칵투스니까 그런 선택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기능적인 면으론 분명 아쉽긴 하다.

헤드램프 아래에는 불룩 튀어나온 에어 범프(Air Bump)가 있다. TPU(Thermoplastic Polyurethane)라는 소재로 만들었는데 우리말로는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이다. 내구성이 강하고 탄성이 뛰어난 소재다. 항공기와 자동차에는 물론 스마트폰 케이스나 신발 밑창으로도 많이사용되는 소재다. 모양이 독특할 뿐 소재까지 낯선 건 아니다. 에어 범프라는 이름처럼 플라스틱 안에는 실제 공기 캡슐이 들어가 있다. 차체 옆면에는 에어 범프가 15개나 달린 플라스틱 보호대가 앞뒤 문짝을 가로지르고 있다.

에어 범프는 실제 ‘문콕’ 방지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다. 유럽의 경우 일렬 주차 시 앞뒤 차의 범퍼를 슬쩍슬쩍 밀어서 주차하는 경우가 많고, 벽에 붙여서 차를 세워 좁게 하차하는 경우도 잦다. C4 칵투스의 에어 범프는 그런 상황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거다. 사실 이런 여건과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C4 칵투스는 애초 유럽에서만 판매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기대보다 반응이 좋아 비유럽권에도 출시를 결정하게 됐다고. 참고로 2014년 6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C4 칵투스는 올해 상반기꺼지 유럽에서만 총 15만 대 이상 팔렸다.

실내도 개성이 넘친다. 고급스럽게 꾸민 것 같기도 하고 왠지 차분한 느낌도 들지만 일반적이진 않다. 운전대부터 그렇다. 위아래가 모두 약간 뭉툭하다. 아래쪽이 뭉툭한 D컷 운전대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계기반은 LCD 창이다. 계기반 안에 LCD가 들어간 게 아니다. 네모난 디스플레이가 계기반 자리에 불쑥 들어가 있다. 계기반 오른쪽 옆에는 그보다 조금 큰 LCD 창이 있다. 오디오와 공조 장치 등 대부분의 기능이 이 창으로 제어된다. 덕분에 버튼이 별로 없는 깔끔한 센터페시아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아차차! 센터페시아 아래쪽에 유례없이 큰 버튼이 세 개 있다. 각 각의 버튼에는 알파벳 D와 R과 N이 큼직하게 쓰여 있다. 맞다. 변속기다. 수동변속기를 자동으로 바꿔주는 방식인 ETG 변속기가 이렇게 버튼 방식으로 들어가 있다. 변속기 버튼을 마주보고 있는 레버는 주차 브레이크다.

푸조 2008에서 보던 주차 브레이크 레버와 닮았는데 그보다 좀 크다. 글러브박스는 위로 열린다. 조수석 에어백을 대시보드가 아니라 천장쪽으로 옮기면서 이런 방식을 사용할 수 있었다. 아래로 열리는 방식은 수납함 자체가 움직이지만 위로 열리는 방식은 뚜껑만 열려 안정적이다. 글러브박스 뚜껑은 고급 여행 가방에서 본뜬 디자인이다. 실내 쪽 문손잡이도 마찬가지다. 고급 가방의 손잡이를 닮았다. 시트는 푹신한 소파 같다. 생김새만 그런 게 아니라 앉은 느낌도 그렇다. 소재도 팔걸이도 정말 소파 같다. 안락하다. 때문에 거칠게 주행할 때는 시트가 몸을 잡아주지 않는다. 물리력의 방향에 그대로 순응하게 된다. 뒷좌석도 소파 같다. 공간은 앞뒤로 나란히 앉아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

엔진은 99마력, 25.9kg·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푸조의 MCP와 동일한 ETG다. 물론 변속 느낌도 같다. 변속할 때마다 동력을 뚝 끊어 매번 관성을 느끼게 한다. 서스펜션은 무르다. 시트까지 푹신해 승차감이 꽤 안락하다. 이 차를 타고 굳이 속도를 높여 무리해서 코너를 돌아나가진 않길 바란다. 타이어에서 소리가 날 정도로 코너를 세게 돌아도 어차피 그 속도 자체가 별로 높지 않다. 그래도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고속에서도 충분히 안정적이다. 의도적으로 스릴을 즐길 만한 상황을 만드는 걸 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엄청 더운 날 시승해 차를 타는 내내 에어컨을 세게 틀었다. 그리고 휴가 차량들과 뒤섞여 엄청난 정체 구간을 통과하기도 했다. 차의 성향을 알아보겠다며 엔진회전수를 높여 굽이진 길을 달린 적도 있었다. 그렇게 300킬로미터 정도 달렸음에도 평균연비는 리터당 16킬로미터를 웃돌았다. 어떻게 몰아도 연비가 기본은 한다.

아무튼 C4 칵투스를 타고 다니며 평생 받을 시선을 다 받은 것 같았다. 틴팅도 안 돼 있어 정체 구간에서는 룸미러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흐릿하게 잊히기보다는 강렬하게 기억되는 것 같아서. 그런데 그래서 더 판매량이 늘 것 같다는생각이다. 존재감 하나는 끝내주니까 입소문이 돌지 않을까? 심지어 상품성도 괜찮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