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마스터플랜을 공개 했다. ‘전기 스포츠카를 만들어 수익을 낸 후 그 돈으로 합리적인 전기차를 만든다. 돈이 벌리면 더 합리적인 가격의 차를 만들어 전기차를 저변화한다.’ 그가 이런 계획을 발표했을 때 많은 이가 비웃었다. 당시 전기차는 ‘먼 미래에 도시를 굴러다니는 아주 작고 가벼운 차’로만 여겼으니까. 전기 스포츠카와 럭셔리 세단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머스크는 전기 로드스터를 출시했다. 가격이 11 만 달러에 달했다. 시장에선 기껏해야 200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무려 1000대 이상이 팔렸다. 그 후로 테슬라는 럭셔리 세단 모델S, SUV 모델 X를 선보였고 준중형 모델 3를 주문받고 있다. 이미 40만대의 주문량을 기록했다.

10년 후인 지난달, 머스크는 마스터플랜 2를 공개했다. 전기차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에게 전기차는 이미 지나간 과거니까. 대신 재생에너지(태양열) 사용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 한다. 더불어 자율주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트럭과 버스를 생산하고 자동차 공유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그는 자율주행이 이동과 물류, 운송의 혁신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다. 전기차가 그의 첫번째 마스터플랜이었다면, 두 번째 마스터플랜의 핵심은 자율주행이다.

소비자가 차를 공유하며 수익을 올리고 운전자가 없는 대형 트럭과 버스가 도로를 달린다는 건, 어쩌면 마스터플랜 1보다 더 허무맹랑하다. 그런데 머스크의 이런 구상을 비웃는 이는 많지 않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을 때 그는 전기차 시대를 우리 눈앞에 갖다놨으니까. 전기차뿐만 아니라 지난 5월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하이퍼루프 테스트도 성공했다. 완성되면 시속 1220킬로미터로 지상을 달리는 이동혁명이 일어난다.

머스크의 이동 혁명은 지구에 국한하지 않는다. 지난 8월 13일,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일본의 통신위성을 실은 로켓을 지구 밖으로 쏘아 올렸다. 로켓을 쏜 것도 대단한데 1단 추진체를 회수해 재사용한 거다. 올해만 다섯 번 쏴서 네 번 회수했다. 추진체 회수 는 비용 면에서 혁신을 넘어 혁명적이다.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으니 제작 시간도 크게 준다. 그러니 스페이스X가 추진 중인 민간인 우주여행 사업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다. 인간을 더 많이 우주로 보내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벌써 수많은 이가 돈다발을 머스크에게 안기며 예약했다고 한다. 이미 스페이스X는 넉 대의 유인우주선을 만들었다. 내년부터 비행시험에 들어간다.

머스크의 꿈은 우주여행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2030년까지 화성에 8만 명이 거주할 수 있는 화성 식민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머스크는 오래전부터 준비했다. 이미 스페이스X로 우주로 갈 방법을 만들었다. 화성은 산소가 희박하니 내연기관차는 움직일 수 없다. 즉 테슬라를 타면 된다. 전기는 태양광을 이용한다. 머스크는 이미 8월 1일에 태양광 발전기업 솔라시티를 인수했다. 전기차 충전소에서 사용할 전기를 생산하는 목적 이외에도 화성에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화성은 지구 중력의 8분의3밖에 되지 않으니 자동차 에너지 소모가 적고 하이퍼루프 마찰 저항 값도 낮다. 태양광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머스크는 이미 이주 계획도 발표했다. 10명의 선발대를 뽑아 화성에 보내 농작물 경작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한 후에 점차적으로 이주인구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머스크는 화성 식민지 건설 비용으로 360억 달러(약 40조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는 이 시대의 마법사일지 모른다. 그는 인류의 꿈을 현실로 바꾸고 앞당겼다. 그리고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 꿈일지 모르는 ‘지구 밖의 삶’을 실현할지도 모른다. 머스크와 동시대에 살다 보니 참 많은 걸 경험한다. 10년 후 마스터플랜 3에선 어떤 마법을 부릴지 궁금해 미쳐버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