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바람 솔솔 부는 그늘에 누워 있는 기분이랄까? 스르르 잠에 빠져들 것 같으면서도 천상의 손길이 느껴지는 달콤한 순간. 흔히 마사지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순간은 얕은 수면 단계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사지 침대에만 누우면 더할 나위 없이 의식이 말똥해지는 청개구리 성격인 내겐 그저 희망 사항일 뿐. 아, 한 가지 경우만 빼고! 아로마 림프 마사지 말이다. 얼굴을 비롯해 전신의 림프를 순환하는 방향에 따라 마사지하면서 독소를 배출하고 순환을 도와주는 림프 마사지. 유독 림프 마사지를 받는 동안만큼은 의식의 봉인 해제가 가능해지는데, 깃털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리드미컬한 ‘압’과 또 하나, 바로 ‘아로마 오일’ 덕분이다. 탠저린, 베르가모트, 티트리, 페퍼민트, 오렌지 블로섬, 로즈메리, 라벤더, 캐머마일, 로즈까지. 은은하게 온몸을 휘감는 아로마 오일의 향기야말로 내겐 90분짜리 수면제인 셈이다.

400개 분자 구조로 이루어진 오일은 피부 지질과 친화성이 높고, 덕분에 침투력도 뛰어나다. 림프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 노폐물을 걸러내고, 배출하는 데 오일만 한 것도 없다. 바꿔 말하면 오일만큼은 질을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미네랄 오일 같은 광물성 오일이나 계면활성제 등 유해 성분이 함유돼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100% 식물성 오일의 선택은 기본, 여기에 에코서트 인증이나 코즈메비오 라벨이 붙어 있다면 안심해도 좋다. 알고 있듯, 유기농 화장품의 인증 기준은 전체 성분 중 최소 95% 천연 성분을 함유해야 하고, 미네랄 오일, 실리콘, 파라벤, 합성 향료, 합성 색소 등 화학 원료는 금지돼 있다. 또 1년에 2회, 토양과 원료 생산 과정에 대한 현지 감찰을 받아 통과해야 한다. 금지된 합성 원료로는 방부 기능을 위해 사용되는 페녹시 에탄올, 실리콘, 미네랄 오일, 합성 계면활성제와 트리콜산(최근 구강 청결제와 데오도란트에 쓰여 이슈가 된 성분), 파라벤, 프탈레이트 등이 있다.

‘무조건 최상급일 것’이 오일 선택의 첫 번째 기준이라면, 두 번째는 질감이다. 사실 어떤 오일이든 제대로 사용하려면 반드시 숙지해야 할 단어, 바로 ‘인내’다. 제아무리 라이트한 오일이라 할지라도 바르고 흡수될 때까지는 로션이나 크림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페이셜 오일을 바르고 바로 잠자리에 들면, 고가 오일의 호사로운 은혜는 내 피부가 아닌 베갯잇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기 마련이고 보디 오일도 마찬가지여서, 자칫 오일이 채 흡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크 블라우스라도 입었다간 세탁소행을 피할 수 없다. 다행히 최근에는 바르는 순간 쏙 스며들어 피부 속에서는 풍부한 영양감을 주면서도, 피부 표면은 보송하게 마무리되는 ‘드라이’ 오일이 많아졌다. 또 세럼이나 젤 형태로 발리다가 오일 형태로 변하면서 흡수율을 높이는 ‘트랜스포밍’ 오일의 활약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어떤 경우든 잡다한 것이 섞이지 않는 순도 높은 천연 에센셜 오일일수록 입자가 작아 바르는 즉시 피부에 빠르게 침투한다는 원리는 마찬가지이다. 뷰티 케어, 아니 일상 전체를 통틀어 가장 까다롭게 최상급을 외쳐야 하는 것, 바로 오일이다.

몇 년 사이 대한민국에 오일 열풍이 거세게 일면서 각양각색의 오일 사용법이 소개되고 있다. 누군가는 파운데이션에 한두 방울 떨어뜨려 사용하면 물광·꿀광 피부로 외출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또 누군가는 사용하는 크림에 섞어 쓰면 안티에이징 효과가 배가된다고 추천한다. 그뿐 아니라 손바닥에 남아 있는 오일은 모발 끝에 발라 헤어 에센스로 대용하고, 각질이 일어나는 부위에 살짝 바르면 여느 마스크 팩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도 저도 다 귀찮은 사람에겐 그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세안 후 오일을 충분히 덜어 목까지 듬뿍 발라주는 클래식한 사용법을 권한다. 그런 다음 깃털처럼 가벼운 손끝으로 귀 뒤에서 목, 쇄골, 겨드랑이 순으로 가볍게 쓸어 내려주는 림프 마사지를 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건조하고 푸석한 피부를 감싸는 호사로운 질감은 물론, 방 안 전체에 은은하게 퍼지는 아로마 향기까지. 천상에서의 10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GUERLAIN 농약이나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위쌍 섬에서 서식하는 블랙비로부터 채집한 허니 성분이 함유된 아베이 로얄 페이스 트리트먼트 오일 28ml 13만8000원대.
FRESH 시베리아 기후에서 살아남은 식물인 씨베리 열매 오일이 건조한 피부에 영양을 전달한다. 씨베리 모이스처라이징 페이스 오일 50ml 7만8000원대.
DIOR 마리 앙투아네트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로즈 수브랭 앱솔르트를 함유한 프레스티지 사틴 륄 수브랭 리프레니싱 오일 에센스 50ml 48만원.
DARPHIN 탠저린, 자몽, 스위트 오렌지, 레몬 등 지친 피부에 에너지를 주는 탠저린 아로마틱 에센셜 오일 엘릭시르 15ml 10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