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ily Allen Alright, Still London Cab

얼굴만 보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악담녀로 유명한 릴리 앨런의 데뷔 앨범에도 작은 차가 나온다. 블랙캡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런던 택시다. 런던택시컴퍼니(LTC)에서 생산하는데 이 회사의 대주주가 중국 지리자동차다. 2012년에 인수했다. 지리자동차는 3억 파운드를 투자해 블랙캡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왠지 깨끗한 런던을 위해 중국에서 돈을 대는 느낌이다.

2 Beatles Abbey Road Volkswagen Type 1

너무 전형적인 수식이지만 불세출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비틀스가 해체 전 마지막으로 녹음한 앨범 <Abbey Road>다. 여기에도 자동차가 등장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폭스바겐의 1세대 비틀. 사실 이 차의 정식명은 타입 1이다. 마지막 발매 앨범인 <Let It Be>보다 후에 녹음한, 해체 임박 시기에 만들어진 앨범이지만 ‘Come Together’ 같은 존 레넌의 곡과 ‘Here Comes The Sun’ 같은 조지 해리슨의 곡들은 여전히 귀를 매료시킨다.

3 The Black Keys El Camino Plymouth Grand Voyager

록을 좋아한다면 꼭 들어보라 권하고 싶은 음반, 더 블랙 키스의 <El Camino>다. 표지는 플리머스라는 크라이슬러 산하 브랜드의 그랜드 보이저가 주인공이다. 물론 이 차는 닷지의 캐러밴이기도, 크라이슬러의 타운 앤 컨트리이기도 하다. 국내에선 크라이슬러 그랜드 보이저이고. 새로 나온 신형은 또 퍼시피카다. 복잡하다. 아무튼 이 앨범에는 온통이 미니밴의 옆모습 사진뿐이다. 그리고 앨범명인 엘 카미노는 1970~80년대 쉐보레에서 출시했던 쿠페형 스포츠 픽업이다. 장르에서 눈치챘겠지만 GM 호주법인의 기획으로 시작된 차다. 그런데 앨범에 온통 미니밴의 사진을 갖다 쓴 건 <엘 카미노>란 앨범명 때문이다. 스페인어로 ‘길’을 의미하는 이 단어를 쓰고 싶은데 미국인들은 대부분 앨범명을 듣곤 차를 떠올릴 게 뻔했다. 그래서 그와 헷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미니밴들의 사진으로 앨범을 도배했다.

4 Goo Goo Dolls Superstar Carwash Chevrolet Impala

구구돌스는 1998년 발매한 여섯 번째 앨범 <Dizzy Up The Girl>의 수록곡 ‘Iris’가 영화 <시티 오브 앤젤>에 삽입되며 벼락 스타가 되기 전까지 10년 가까운 무명생활을 견뎌야 했다. 이 앨범은 구구돌스가 무명이었음에도 실력만큼은 인정받아 폴 웨스터버그가 작곡가로 참여해준 앨범으로 기억에 남는다. 앨범 커버에 보이는 차는 쉐보레 4세대 임팔라다. 이때까지만 해도 임팔라는 세단보다 풀사이즈 쿠페와 컨버터블로 더욱 인기를 끌었다.

5 Bryan Adams So Far, So Good LAND ROVER DE FANDER

사이드월이 두툼한 오프로드용 타이어와 휠이 인상적인 커버를 가진 앨범 브라이언 애덤스의 <So Far, So Good>이다. 재킷에 나오는 차는 랜드로버의 디펜더로 2세대 모델이다. 앨범 이름이 주는 뉘앙스처럼 베스트 앨범이다. 1982년부터 1993년까지 출시된 음반 중 ‘Heaven’과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 같은 히트곡들이 수록돼 있다. 

6 Nickelback All The Right Reasons Ford Thunderbird

2000년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밴드 니켈백은 다섯 번째 정규 앨범 <All The Right Reasons>의 커버로 달리는 자동차를 선택했다. 1958년 처음 등장한 포드 2세대 선더버드다. 2도어 쿠페와 컨버터블로만 출시됐던 이 차는 ‘퍼스널 럭셔리 카’라는 장르를 개척해 고급 모델로 구분됐다. 반면 니켈백의 음악은 인기만큼 인정받진 못했다. 원인은 자기복제다. 히트곡과 비슷한 음악을 연거푸 발표했다.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하는 것과 한 끗 차이일 수 있지만 결과는 꽤 달랐다.

7 My Chemical Romance Na Na Na Pontiac Transam

이제는 해체된 밴드 마이 케미컬 로맨스가 2010년 발매한 싱글앨범 <Na Na Na>의 커버에는 한 여성이 차창 밖으로 몸을 내밀어 자유를 만끽하는 듯한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녀가 탄 차가 좀 수상하다. 먼지도 뿌옇게 쌓여 있고 창문틀 곳곳이 녹슬었다. 추측건대 폐차장에서 기분을 내는 순수한 청춘의 치기 어린 모습을 표현한 건 아닌가 싶다. 음악의 느낌도 그러하니까. 차는 폰티액 3세대 트랜스 앰이다.

8 Jamiro Quai Travelling Without Moving Ferrari

자미로콰이를 영국 클럽계 제왕에서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시킨 세 번째 정규 앨범 <Travelling Without Moving>의 재킷에도 자동차의 여운이 감돈다. 재킷 가운데 있는 앰블럼에 버펄로맨 대신 앞발을 든 말을 가져다 놓는다면? 맞다. 페라리의 로고다. 그러고 보니 배경이 스피커 같기도, 라디에이터 그릴 같기도 하다. 이 앨범에서 놓칠 수 없는 곡은 물론 ‘Virtual Insanity’다. 컴퓨터가 만드는 가상 세계를 비판적으로 노래했는데 20년 전 음악임을 생각하면 놀라운 선견지명이다.

9 Eminem The Slim Shady LP Chevrolet Monte Carlo

에미넴이 처음으로 대중적인 주목을 받은 앨범 <The Slim Shady LP>는 표지가 끔찍하다. 쉐보레의 쿠페 모델인 몬테카를로 2세대의 트렁크에는 마치 납치된 듯한 사람이 실려 있다. 더욱 오싹한 건 뒤쪽에 범인으로 보이는 자 옆에 작은 아이가 함께 있다는 것이다. 이 커버는 부인을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하는 곳에 자식을 데리고 간다는 내용의 ‘97' Bonnie And Clyde’를 묘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밖의 조롱은 애교일 만큼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이 앨범의 전체적인 내용과 분위기가 커버에서 잘 드러난다.

10 Oasis Be Here Now Rolls-Royce Silver Shadow

오아시스는 2집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는데도 3집을 통해 새로운 실험과 강렬한 록 사운드를 선보였다. 첫 번째 싱글 ‘D’You Know What I Mean’과 ‘Stand by Me’로 잘 알려진 이 앨범 <Be Here Now>의 커버에는 1965년 처음 선보인 롤스로이스 실버 섀도우가 풀 안에 빠진 채 허우적대고 있다. 그런데 이 차의 번호 ‘SYD 724F’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틀스의 <Abbey Road> 앨범 표지 우측을 보면 검정색 경찰 밴이 한 대 등장하는데 그 차의 번호에서 따왔다. 오아시스가 비틀스의 커버밴드로 시작했다는 것과 <Be Here Now>가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의 오마주가 충분히 이해될 것이다.

11 Carpenters Now & Then Ferrari GTB/4

1970년대에 가장 밝게 빛난 별 중 하나인 카펜터스의 다섯 번째 앨범 <Now & Then>에 등장하는 차는 좀 의외다. 페라리 365 GTB/4로 페라리 데이토나라고도 잘 알려진 모델이기 때문이다. 카펜터스의 음악과 슈퍼카의 조화가 정말 이채롭다. 참고로 이 차는 카펜터 남매 중 오빠인 리처드 카펜터의 것이다. 발매하는 앨범마다 성공을 거두던 시기에 나왔던 앨범으로 ‘Sing’과 ‘This Masquerade’, ‘Yesterday Once More’ 등이 수록됐다.

12 Scorpions Lovedrive Mercedes-Benz W123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독일의 록밴드 스콜피언스의 일곱 번째 앨범 <Lovedrive>의 커버다. 다소 파격적이다. 그래서 이 앨범은 스콜피언스 최초의 북미 히트 앨범이면서 미국 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앨범이기도 했다. 앨범 뒤 커버에는 남녀가 같은 차 안에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겨 있는데 여성의 가슴이 그대로 드러난 채다. 그래서 스콜피언스의 앨범은 1990년대까지 미국 내 월마트에서 판매되지 않았다. 참고로 스콜피언스의 최대 히트곡인 ‘Always Somewhere’와 ‘Holiday’가 이 앨범에 수록돼 있다. 그리고 실내만 나온 이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의 전신인 W12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