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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 TREND_Stars&People

낡은 서랍 속의 바다

태평양 같은 세상에서 알록달록한 꿈을 꾸는 김지나

2016.08.19

“래시가드가 잘 어울리네요.” 촬영을 마치고 김지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제가 한 건강미 하죠.” 본인도 멋쩍은지 너털웃음을 지었다. 순간 어디선가 들었던 익숙한 말투와 웃음이 생각났다.

 

소녀시대 써니다. 그분(?)과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저녁에 운전할 때 이따금 ‘써니의 FM 데이트’를 듣는다. 라디오 전파를 통해 전해졌던 털털한 애교와 웃음소리. 김지나에게서도 그녀와 비슷한 끼가 느껴졌다.

 

김지나는 현재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 경기에 출전 중인 J5 레이싱팀 소속으로 선수 들을 응원하고 있다. 레이싱 모델로 데뷔한 건 지난 2014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부터다. 그전에는 단역배우와 광고 모델로 활동했고 작은 여성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연기자가 되는 꿈을 꾸었어요. 그런데 고등학생 때 연기학원 원장님이 데뷔하려면 200만원을 내라고 하더라고요. 뭔가 이상하다 싶어 그때 그만두었죠.” 연기자의 꿈을 잠시 접고 대학에 진학해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자인 쪽에 뜻이 있었다기보다 호기심에 가까웠다. 그러다 우연히 영화를 공부하는 친구의 졸업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하게 됐다. 그리고 잠시 마음속 낡은 서랍에 담아뒀던 연기자의 꿈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휴학을 했고 아르바이트로 피팅 모델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모델이 됐다. 한 쇼핑몰 업체에서 아예 직원으로 들어오라며 제의를 했다.

 

대학에서 전공한 시각디자인이 빛을 발했다. 모델도 하고 웹디자인도 했다. “일하다 보니 제가 차려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차렸죠.” 쇼핑몰 이름은 원더 레이디, 여성의류를 전문으로 파는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사진은 언니가 찍어주었지만, 모델·디자인·포장·배송·고객 응대 등을 도맡았다. 간간이 광고 모델 일도 겸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쇼핑몰은 속도전인데 원활히 운영될 리 없었다. 서랍을 열어 ‘쇼핑몰 CEO’를 넣고 ‘연기자’를 다시 꺼냈다.

 

 

드라마, 쇼 프로그램, 광고, 행사, 잡지, 카탈로그, 뮤직비디오 등 가리지 않고 카메라 앞에 섰다. 김지나는 모델도 연기의 한 종류라고 생각한다. 모델에 관한 철학도 뚜렷하다.

 

“모델은 본인이 빛나기보다 무언가를 빛내기 위함이지요.” 그녀가 건넨 프로필엔 그동안 출연한 작품과 행사, 광고 제목이 빽빽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레이싱 모델까지 하게 됐다. “레이싱팀에 소속돼 선수들이 레이스에서 이기도록 응원하고 케어해주는 일이잖아요. 제가 원래 긍정 에너지가 많답니다.” ‘써니의 웃음’이 다시 터져 나왔다.

 

김지나는 아직 연기에 대한 욕심이 해갈되지 않았다. 레이싱 모델 출신 배우 오윤아처럼 제대로 된 작품을 하나라도 해보는 게 소원이다. 영화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갑자기 그녀가 정색하며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말했다.

“제가 전에 모델 일 했었다고 그랬잖아요. 그땐 사실 돈도 좀 많이 벌고 그랬거든요.” 그녀는 당황해하는 나를 보며 ‘써니의 웃음’을 터트렸다.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 김민희가 연기한 윤희정의 대사였다. 한 두 번 연습한 솜씨가 아니었다.

 

그녀의 서랍 속엔 전 세계 모터쇼를 누비며 부스 걸로 서는 꿈도 있다.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에겐 세계 5위의현대·기아차가 있다. ‘꿈을 갖는 것이 꿈’인 이시대에 김지나의 서랍은 알록달록한 꿈으로 가득 차 있다.

 

CREDIT

EDITOR / 조두현 / PHOTO / 조혜진 / MOTOR 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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