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향기와 기억 BYREDO
2006년 스톡홀름에서 시작한 럭셔리 퍼퓸 브랜드 바이레도. 창립자이자 CEO인 벤 고르함(Ben Gorham)은 아트를 전공했지만 그림보다는 향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조향 분야의 교육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던 그는 이름난 조향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고, 자신이 떠올리는 찰나의 순간과 기억을 향으로 풀어내고 싶다고 설득했다. 그리하여 탄생한 첫 번째 향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기억으로부터 온 것. 어머니의 고향인 인도 뭄바이 근처 소도시에서 받은 영감을 새로운 감성의 향으로 풀어내기도 했으며,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친구를 위한 향을 만들어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좋은 향기와 기억, 두 가지 의미를 지닌 ‘By Redolence’의 약자인 ‘Byredo’라는 브랜드 이름은 그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처음 맡아보는 향이에요.” 바이레도 시향을 해보면 대부분 이런 반응을 보인다. 바이레도의 매력은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함이다. 서투르고 잘 알지 못해서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할 수 있는 것. 세상에 없던 컬렉션으로 향수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바이레도는 때때로 역사가 오래된 세계적인 퍼퓸 브랜드의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간결함의 끝을 보여주는 화이트 컬러 패키지에 온몸을 타투로 뒤덮은 섹시한 남자 이야기를 지닌 향수의 조합, 상상이나 해보았는가? 모하비 사막의 아름다움을 담은 ‘모하비 고스트(Mojave Ghost)’ 향은 기억을 넘어 스타일을 완성하기에 제격이다.

1 창립자이자 CEO인 벤 고르함 2 2016년 봄에 출시된 컬렉션 슈퍼시더 3 모노톤의 뉴욕 소호 콘셉트 스토어 4 모하비 사막의 미를 담은 모하비 고스트

절제의 미학 TOTÊME
모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토템은 세계적인 패피로 꼽히는 스웨덴 블로거 엘린 클링(Elin Kling)과 광고 아트 디렉터 칼 린드만(Karl Lindman) 커플에 의해 탄생한 브랜드다. 엘린 클링이 갑작스럽게 LA로 떠나야 했던 어느 날, 전기가 나가 어두컴컴한 방에서 단 10분 안에 짐을 싸야 했다. 불현듯 그녀는 “왜 언제 어디서 입어도 좋을 완벽한 서머 드레스가 없는가?”에 대해 자문했다. 랄프 로렌 폴로셔츠도 좋은 대안이었지만 그보다는 더 여성스러우며 다른 방식으로 입고 싶었다. 이 시대 여성들이 휴가를 떠날 때 옷장에서 반드시 챙겨야 하는 심플하고 기본적인 아이템을 다시 정의하고 싶어졌다. 2014년, 세련되면서도 극도로 절제된 룩을 보여주는 브랜드 토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토템은 시대를 초월한 유러피언 미니멀리즘을 표방한다. 다른 유명 패션 블로거처럼 명품 브랜드 행사만 쫓아다니거나 온몸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대신, ‘클래식’의 정석을 보여주고자 하는 엘린 클링의 패션 철학은 브랜드 면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시대를 관통하는 기본 아이템과 절제된 스타일링이 주를 이루는 것. “유행이 어떠하든, 입는 사람의 사회적 위치가 어떠하든 간에 토템을 입은 이들의 휴가만큼은 시크하고 럭셔리한 여성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토템이 그 어떤 명품보다 더 값지게 느껴지는 까닭은 바로 이들의 확고한 패션 철학 때문일지 모른다.

1 도회적인 분위기를 뽐내는 창립자 엘린 클링과 칼 린드만 커플 2 베이식하고도 세련된 2016 S/S 컬렉션 3 시크한 매력의 2014 F/W 캠페인

아름다운 소리와 디자인 MOLAMI
몰라미는 여성에 의해, 여성을 위해 패셔너블하게 디자인한 최초의 헤드폰 브랜드다. 2015년 H&M과 발맹 컬래버레이션 라인이 출시됐을 때, ‘발맹 이어폰’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여성 패피들을 열광케 한 이어폰이 바로 몰라미다. 어번이어스(Urbanears)와 마샬(Marchall) 등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헤드폰 브랜드를 거느린 자운드 인더스트리(Zound Industries)에서 또 하나의 스타 브랜드를 탄생시킨 셈. 자운드 인더스트리의 브랜드들은 탁월한 사운드와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유명한데, 몰라미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실크, 가죽, 리얼 골드 등 프리미엄 소재가 최상의 오디오를 감싸고, 헤드폰 프레임은 여성의 매끈한 페이스 라인을 고려해 디자인했다. 블랙 드레스에 스틸레토 힐을 신고 차마 투박한 헤드폰을 착용할 수는 없었던 음악과 패션 마니아를 위한 구원, 몰라미. 2011년 브랜드 론칭 당시 스웨덴 디자이너 마리아 폰 에울레르(Maria von Euler)가 디자인한 실크 헤어밴드 모양의 헤드폰은 지금 봐도 심장이 뛸 만큼 감각적이다.

1 하나같이 자기 스타일이 확고한 창립자와 CEO들 2 화이트 가죽과 골드 포인트의 플리카 헤드폰.3 브랜드 론칭 당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실크 헤어밴드 모양의 헤드폰 트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