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가 많다. 요즘 SUV는. 험로까지 극복하기는 힘든 두바퀴굴림의 한계를 도심형이란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한다. 물론 이걸 단순히 상술이란 말로 타박하는 것도 야박한 일이긴 하다. 일반인들이 자동차로 험로를 주파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두바퀴굴림이 SUV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정통에 대한 향수는 아쉬움처럼 남아 있다.

우직하게 정통을 고수하려는 노력보다 쉽게 가려는 요행이 많아 보여서다. 그런데 쌍용 코란도 스포츠는 요행처럼 시작됐다가 정통으로 넘어온 흔치 않은 경우다. 1세대로 볼 수 있는 무쏘 스포츠는 낮은 자동차세와 사업자 부가세 환급이라는 트럭의 세제 혜택을 통해 판매량을 높이려는 기획에서 빚어진 차다. 쌍용차 관계자는 “프레임 보디의

경우 픽업트럭으로 전환할 때 개발비와 제작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무쏘 스포츠가 기획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무쏘 스포츠의 판매량은 기대 이상이었다.

덕분에 쌍용의 픽업은 7월 4일 새로 출시된 코란도 스포츠 부분변경 모델까지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었다. 시승행사를 통해 경험한 신형 코란도 스포츠는 정통으로 다가간 느낌이었다. 험로에서 제대로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시승코스 중 험로코스는 총 18킬로미터나 됐다. 그것도 단순한 임시도로 수준이 아니었다. 폭 225밀리미터에 편평비가 60이나 되는 타이어를 끼운 18인치 휠이 반 이상 잠기는 계곡을 건너기도 했고, 일부가 유실된 도로를 아찔하게 지나기도 했다. 진흙길에서는 불안한 접지력 때문에 오로지 감각만으로 속도와 방향을

조종해야 했다. 그럼에도 시승 중에는 사륜 저속 기어(4L)까지 쓸 일은 없었다. 다시 말해 충분히 험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코스였음에도 사륜 고속 기어(4H)로 주파 가능했단 얘기다. 아마 좀 더 험준한 곳을 가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코란도 스포츠는 험로 주파 감각도 좋았다. 긴 스트로크는 바퀴가 땅에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했다. 부드러운 스프링은 거칠고 울퉁불퉁한 험로의 충격을 잘 흡수했고 진동도 적당히 걸러냈다. 차체도 그리 출렁이지 않았다. 댐퍼가 알맞게 조여진 덕이었다. 하지만 이는 포장도로에서의 단점이 되기도 했다. 부드러운스프링은 코너에서 차체가 옆으로 쏠리는 것을 든든히 버텨주지 못했고, 댐퍼도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을 보태기엔 조금 헐거운 느낌이었다. 그리고 긴 스트로크는 무게중심의 변화를 급격하게 만들었다. 물론 법적으로 허용하는 속도 이내에서는 이 같은 점들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급한 조작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안정적이다. 코란도 스포츠 부분변경 모델은 유로6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맞추기 위해 도입한 2.2리터 디젤엔진을 품었다.

배기량이 0.2리터 늘어나며 전보다 23마력, 4.1kg·m 강해졌다. 178마력, 40.8kg·m를 발휘하는데 최대토크가 엔진회전수 1400rpm에서 뿜어져 2800rpm까지 유지된다. 덕분에 초기 가속감이 좋다. 다만 최대토크 구간을 지나고 최고출력이 나오는 4000rpm에 다다르는 시간이 좀 더디 걸린다. 하지만 험로 주파 능력을 생각하면 이 정도 주행성능과 감각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탄탄한 주행성능의 도심형 모델들로 험로를 넘보는 것도 어렵지 않은가. 도심형이 아닌 정통 SUV를 고려한다면 코란도 스포츠의 매력을 살펴보길 권한다. 도심을 벗어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스스로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차다.

SSANGYONG KORANDO SPORTS CX7 VISION

기본 가격 29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5인승, 4도어 픽업 엔진 4기통 2.2ℓ DOHC 16밸브 터보 디젤, 178마력, 40.8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995kg 휠베이스 3060mm 길이×너비×높이 4990×1910×1790mm 복합연비 11.1km/ℓ CO₂ 배출량 182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