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운전하던 친구가 건너편 운전자에게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한다. 옆자리에 앉은 내가 핀잔을 준다. “지금 상대방이 네 손짓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친구는 자신이 새카맣게 틴팅된 유리창 뒤에 앉은 것을 잊었다. 답답한 일이다. 운전을 하면서 내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요즘 차들은 모두 창을 새카맣게 하는 바람에 불가능한 일이 됐다.

모두가 무언가를 감추고 싶어 한다. 틴팅이 실내 온도를 낮추고 자외선을 방지하는 등 장점을 나열하지만 다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유리창을 새카맣게 하는 틴팅은 옳지 않은 일이다. 틴팅은 범죄 예방에 장애가 되고 방어운전을 하는 데 방해가 된다. 틴팅이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아예 자동차 메이커에서 틴팅을 해서 나올 것이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차만 유리창을 새카맣게 하고 다닌다. 요즘은 또 앞 유리창까지 새카맣게 해서 문제가 커졌다. 앞 유리까지 틴팅하는 것은 무언가 완벽하게 숨겨야 할 것이 있거나 시공업자들이 매출 증대를 위해 내놓은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틴팅 반대를 외치면서 한 가지 마음 쓰이는 것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바란다면 들어줘야 하는가였다. 하지만 모든 이가 원한다고 해서옳지 않은 것을 들어줄 수는 없다. 술을 좋아한다고 음주운전을 묵인할수는 없다. 모두가 틴팅을 원하는가 싶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틴팅을 한 차의 오너 대부분이 영업사원이 해주는 서비스를 무심코 받아들였다. 거저 준다는데 일부러 마다하기도 힘든 일이다. 어느덧 틴팅은 자연스러운 일, 꼭 해야 하는 작업이 됐다. 차를 사면 꼭 해야 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붕에 검은 비닐을 씌우고 냄새나는 ‘레자’ 시트커버를 씌워 차 안에 골치 아픈 냄새가 진동을 했다. 한때 휴대폰 거치대 역시 꼭 구비해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었다. SUV는 앞뒤로 투박한 범퍼가드를 달아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 필요 없는것이었다. 틴팅이 언제부터 필수 아이템이 되었는지 기억한다. 선거철의 포퓰리즘이 낳은 결과였다. 틴팅을 단속하는 법은 아직 그대로지만 어느 순간부터 단속을 하지 않았다. 그 후 틴팅을 전문으로 하는 많은 업소가 생겨났다. 많은 기업이 필름 생산에 참가하고 전국 3만여 시공업체에서 연매출이 2000억원에 이르는 산업이 됐다. 이제 틴팅 문제는 시간을 두고 풀어 나가야 할 일이 됐다. 어쨌든 우리만의 이상한 현상인 틴팅은 바로잡아 나가야 한다. 새로 출시되는 차부터 틴팅을 하지 말도록 차를 계도하고, 영업사원이 달아주는 무료 시공에 필요 없다고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앞에 달리는 차의 뒤창을 통해 앞차의 전방 시야를 확보하는 것은 방어운전에 중요하다. 그런데 요즘은 모두가 창을 새카맣게 하는 바람에 불가능한 일이다. 시커먼 유리창 때문에 밤이 되면 시야가 어두워지고 위험해진다.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때도 마찬가지다. 틴팅으로 시야가 어두워지니 더욱 밝은 불법 헤드라이트를 달고 싶어진다. 틴팅을 걷어내는 일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미니밴부터 틴팅을 제거함이 마땅하다. 6명 이상이 타고 전용차로를 달리는지 제대로 살피기 위해 틴팅한 차는 전용도로에서 걸러내야 한다.

밝은 유리창을 통해 운전자는 많은 표현을 할 수 있다. 투명한 유리를 통해 운전자끼리 눈을 맞출 수 있다면 요즘 문제가 되는 ‘도로 위의 분노(Road Rage)’ 현상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복사열로 뜨거워진 새카만 실내에 있을 필요가 없다. 날이 더우면 에어컨을 틀면 된다. 공장에서 출고되는 대부분 차들은 자외선을 걸러주는 푸른색을 이미 깔아놓았다. 틴팅을 벗겨내는 일은 안전운전에 필요한 당연한 조치다. 밝고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틴팅 없는 자동차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