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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方流行_Lifestyle

서울에 힘을 불어 넣는 춤꾼들

우울함이 감돌던 독일의 소도시 부퍼탈은 피나 바우쉬가 무용단을 만들면서 활기를 찾았다. 무대 저편에서 도시에 힘을 불어넣는 춤꾼들은 서울에도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수 17명이 도심을 누비며 보여준 찰나의 예술과 영속적인 힘,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지금 서울의 그곳.

2016.08.04

 

김설진_ 용산 삼각맨션 앞 

김설진은 장르를 넘나드는 탁월한 무용가이자 안무가다. 그가 날렵하고 박진감 넘치는 춤을 선보인 곳은 용산 삼각맨션 앞이다. 재개발 과정에서 ‘용산참사’라는 아픈 기억을 지닌 용산구는 이 도시에 영원한 숙제를 남겼다. 서울에서 오래된 아파트가 가장 많은 용산구 중에서도 1세대로 꼽히는 삼각맨션은 최근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됐다. 

“춤을 출 때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춤이 공간에 녹아들도록,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처럼 춤을 추고 싶었다. 사라지는 모든 것이 아쉽지는 않지만, 기억이 쌓인 공간들은 남겨졌으면 한다. 비록 춤은 사라질지라도….” 

 

화이트 셔츠는 Zadig&Voltaire, 와이드 팬츠는 Kwak Hyun Joo Collection 제품 

 

 

 

차진엽_아현동 행화탕

차진엽은 매혹적인 분위기와 우아한 선을 지닌 현대무용가다. 맨발의 차진엽이 무엇에 홀린 듯, 나비처럼 날아오른 곳은 50년 동안 아현동 주민들의 사랑방이었던 목욕탕 ‘행화탕’이다. 아현동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2년 안에 폐업해야 하는 시한부 공간을 젊은 기획자 10인이 모여 복합문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점점 고층 건물로 빼곡해지는 이 도시를 보면 안타깝다. 오래되고 낡은 걸 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할까? 감성을 자극하는 오래된 공간들이 더 오래 살아 숨 쉬면 좋겠다. 50년의 따뜻한 추억이 쌓인 이 공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니 바람에 나무가 흩날리듯 절로 움직여졌다.” 

 

스트라이프 플리츠 민소매 톱과 옆 트임 스커트는 Repetto, 골드 T 뱅글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휘동_충무로 진양상가

하휘동은 범접할 수 없는 자유분방함과 재치, 에너지를 지닌 비보이 댄서다. 사방이 아찔한 가운데 그가 마음껏 몸을 던져 춤춘 곳은 한때 호황을 누렸던 충무로 진양상가다. 당시의 명성이 무색해진 유령 도시 같은 이 일대가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탈바꿈할 예정이다. 세운상가부터 진양상가로 이어지는 1km 길이의 도심축이 복원된다. 

“충무로는 어린 시절 자주 찾았던 곳이라 익숙한데, 진양상가 위에서 보는 서울이 이토록 멋질 줄 몰랐다. 이런 전경이라면 친구들끼리 자주 가던 남산이 아닌 이곳에 와서 춤을 췄을 것이다. 길거리에서 겁 없이 춤추던 젊은 시절이 새삼 떠오른다.” 

 

패턴 반팔 톱은 Kwak Hyun Joo Collection, 레더 소재 쇼츠와 비니,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하이톱 운동화는 Adidas Originals 제품

 

 

 

김수로와 이지은_창전동 탈영역 우정국

김수로와 이지은은 육감적인 동작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는 프로페셔널 라틴 댄서다. 야외에서 춤을 출 기회가 없는 장르의 한계를 깨고 그들이 선 무대는 탈영역 우정국. 창전동의 오래된 우체국을 문화 공간으로 바꾼 탈영역 우정국은 이름처럼 영역을 한정 짓지 않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사진전이나 다양한 예술 행사가 열리는 곳에서 춤을 추는 건 색다른 경험이었다. 춤을 출 수 있는 최소의 조건만 갖춰져 있다면 앞으로도 이런 새로운 공간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다.”_김수로 

“오래된 우체국 건물을 활용한 탈영역 우정국 곳곳에서 우리만의 움직임을 찾다 보니 마치 이 건물의 추억과 호흡하는 느낌이 들었다. 장소의 제약이 많아 공연 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댄스 스포츠도 재미난 공간으로 무대를 확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_이지은 

 

김수로가 입은 셔츠와 타이, 커머번드, 슈즈, 브레이슬릿, 링은 모두 본인 소장품, 슬릭한 팬츠는 Bruno Baffi, 이지은이 입은 홀터넥 미니 드레스는 Guy Laroche, 골드 슬링백 슈즈는 Jinny Kim, 이어커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은원_등촌동 일년만 미슬관

이은원은 뛰어난 기량으로 일찍이 발레 영재로 성장한 국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다. 그녀가 특유의 여성스럽고 파워풀한 춤을 보여준 곳은 1년 뒤 철거가 예정되어 있는 ‘일년만 미슬관’. 작가 7인의 자발적 전시와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이곳에서 그녀의 춤은 하나의 작품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항상 무대 혹은 연습실에서만 발레를 하다가 여러 아티스트들의 작업 공간으로 무대를 옮기니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갤러리가 1년 안에 사라져버린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곳에서 다른 아티스트의 작업과 교감하며 춤을 춘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시폰 원피스는 H&M, 튈 스커트는 Repetto, 골드 뱅글은 Pilgrim, 토슈즈는 본인 소장품

 

 

 

김미애_구산동도서관마을

김미애는 국립무용단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해온 한국 무용가다. 훤칠한 키와 날렵한 동작에서 나오는 그녀 특유의 에너지는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발산되었다. 주민 2000명이 주도하고, 주민 손으로 직접 주택 3채를 개조해 만든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서울과 서울 사람들이 상생하는 좋은 길을 제시했다. 

“주민들이 모여 만든 공간이라 그런지 책과 더불어 사람의 향기가 느껴졌다. 늘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춤을 추는 나에게 이번 작업은 무척 흥미로웠다. 공간에 ‘춤’이라는 예술 장르를 입혀 의미를 더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재킷과 쇼츠, 비대칭 리본 랩스커트는 모두 Demoo Parkchoonmoo 제품

 

 

 

최설화_한강 노들섬

최설화는 발레 경력을 바탕으로 우아한 몸짓과 선을 드러내는 폴댄서다. 한강대교의 구조와 탁월한 합을 이루며 조형미를 뽐낸 그녀의 무대는 노들섬이었다. ‘한강 르네상스’를 꿈꾸며 개발 문제로 몇 년 동안 시끄러웠던 노들섬은 시민 공모를 거쳐 마침내 음악 중심의 복합문화 기지 ‘밴드 오브 노들’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서울에 이렇게 평화로운 섬이 있는 줄 상상도 못했다. 높은 건물들 사이에 묵묵히 자리한 노들섬은 평화로웠지만, 봉에 올라 바깥의 도시 풍경을 바라보니 노들섬과는 전혀 다른 도시의 빡빡함이 느껴졌다. 한강의 중심에서 서울의 안팎을 온전히 만끽한 기분이었다.” 

 

실버 스팽글 브라 톱과 쇼츠는 본인 소장품

 

 

 

안은미 컴퍼니_중계동 백사마을

안은미가 구축한 독보적인 춤의 세계는 한국을 넘어 고상한 파리지앵까지 춤추게 했다. 안은미가 안은미 컴퍼니 단원들(남현우, 김혜경, 정영민, 박시한, 김기범, 하지혜, 배효섭, 이이슬)과 함께 신명 나는 막춤을 선보인 곳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중계동 백사마을. 재개발을 앞두고 주민 대부분이 떠난 이 동네에는 시멘트 벽에 드문드문 그려진 벽화들만이 생기를 품고 있다.

“시간과 환경이 만든 삶의 지도, 그 오래고 고된 삶의 동선 위에 춤으로 사라질 기억을 잡아보았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우리의 역사….” 

 

하지혜가 입은 톱과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이슬이 입은 브로더리 앙글레즈 디테일의 톱과 스커트는 Hyades Paris, 주황색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혜경이 입은 줄무늬 원피스는 Hyades Paris, 신발은 모두 무용단 소장품

 

 

 

 

김기범, 정영민, 박시한, 배효섭, 남현우가 입은 의상은 모두 Kimseoryong Homme, 안은미가 입은 의상과 슈즈는 모두 무용단 소장품 

CREDIT

EDITOR / 전희란 / PHOTO / 최용모 / 東方流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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