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포도 농장 건물을 레노베이션한 몬베르드 호텔.

포도밭을 바라보며 즐기는 와인 한잔의 낭만. 와이너리 얘기가 아니다. 포도밭 속에서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이색 호텔, 몬베르드(Monverde) 얘기다. 20ha(약 20만m²)에 달하는 평화로운 포도밭 풍경. 포르투갈 북부에 자리한 이 호텔은 기존의 포도 농장 안에 현대적인 호텔 건물을 추가한 형태로, 대대로 이어온 와인메이커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멋지게 조우한 특별한 장소다. ‘와인 체험 호텔’을 표방하는 이곳은 ‘비뉴 베르드’ 와인 양조 지역의 첫 번째 와인 호텔. 그 콘셉트처럼 목적도 뚜렷했다. 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의 문화적 전통과 방문객을 연결하는 것. 몬베르드의 의미 있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건축가 페르난두 코엘류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파울루 로부가 의기투합했다. 기존 건물은 시골풍의 소박하고 고풍스러운 농장 건물로, 낡거나 파손된 상태였다. 기존 건물의 유산을 보존하면서 주변 자연과의 어울림도 고려할 것. 페르난두 코엘류는 이미 있는 공간의 기능적인 재생 작업과 공간의 확장을 통해 신개념의 재생 호텔을 탄생시켰다. 특히 호텔의 모든 부분은 주변 환경을 고려해 설계했다. “이제 세상의 모든 감각은 ‘그린’에 토대를 둔 것이라야 한다. 이는 우리 땅에 대한 존경이기도 하다. 몬베르드에 쓰인 85%의 돌은 기존 땅에서 재활용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태양에너지를 사용하며, 호텔에서 쓴 물(폐수)은 포도밭과 정원에 재활용한다.” 땅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숭고한 노력은 수백 년간을 함께한 포도밭에 대한 예의이자 존경이다.  

1 멀리서 보면 마치 숲 속에 자리한 호텔 같다.

2 탁 트인 전망을 선사하는 포도밭과 와인 한잔이면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다.  

1  포도밭이 내다보이는 특별한 침실 풍경.

2 룸 30개를 갖춘 몬베르드.

호텔의 구조는 서로 다른 건물 세 개로 이뤄졌다. 동쪽에는 룸 15개, 서쪽은 14개, 그 나머지는 간이 취사 시설을 갖춘 아파트 형태로, 총 30개 룸을 갖췄다. 농장 안에 들어선 호텔이라고 편리함까지 포기한 건 아니다. 스파, 실내외 수영장, 지역 특산물과 수공예품을 파는 숍, 와인 시음 공간, 이벤트와 회의를 위한 콘퍼런스 룸, 레스토랑, 그리고 무엇보다 훌륭한 와인 바가 자리한다. 건물 주변으로 조성한 오솔길 여러 개를 산책하는 묘미 또한 놓칠 수 없다. 이 오솔길은 내부 공간과 주변 환경을 시각적으로 연결함으로써 교외 지역 특유의 친밀한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 품종인 토리가 나시오날, 아베수, 로레이루 등 품종이 다양한 포도로 둘러싸인 이곳. 숙박에 와인 투어까지 제공하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와인메이커 킨타 다 리샤(Quinta da Lixa)의 야심 찬 프로젝트로,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2600명이 다녀갔을 만큼 인기 코스로 자리 잡았다. 낡은 포도 농장을 레노베이션한 몬베르드 호텔의 특별한 콘셉트는 머지않아 다른 와이너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제2의 몬베르드 호텔 말이다. 굳이 와인을 즐기지 않더라도 포도밭의 아름다움이 넘쳐흐르는 몬베르드-와인 체험 호텔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힘들다. 특히 9월에는 와인 테이스팅뿐 아니라 포도 수확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 매력적인 호텔을 와인 애호가에게만 양보할 참인가?

와이너리 속 호텔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야외 수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