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가장 많이 팔린 국산차는 기아 모닝이다.
모닝은 1~6월까지 모두 4만6809대가 팔렸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그래, 경기도 안 좋은데 경차가 잘 팔리는 건 당연해’라며 고개를 끄덕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 결과에 주목하시라. 2위를 차지한 모델이 현대 그랜저다. 그랜저는 4만6556대가 팔렸다. 1위를 한 모닝과의 차이는 겨우 253대다. 3위는 4만6380대가 팔린 현대 쏘나타가 차지했다.
수입차 시장 결과는 더욱 흥미롭다. BMW 520d가 5092대 팔리며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수입차 부문 1위를 차지했고, 2799대가 팔린 벤츠 E300이 2위를 했다. ‘수입차 판매 순위 톱 10’ 중 캠리와 티구안을 빼면 모두 중형 세단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형 세단을 좋아한다. 이를 두고 ‘땅덩어리도 작고, 도로도 좁은데 중형 세단이 웬 말이냐?’는 둥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겉치레에만 신경 쓰는 게 문제’라는 둥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중형 세단을 좋아하는 게 왜 잘못일까? 우리나라 도로 상황에는 중형 세단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서울시내 도로가 좁고 복잡하긴 하지만 중형 세단을 몰고 다니지 못할 만큼은 아니다. 오히려 유럽에 비하면 도로 상황은 나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중형 세단이 많이 팔리는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유럽과 비교한다.
유럽인은 합리적이라 작은 차나 왜건을 좋아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겉치레에 치중해 큰 차를 좋아한다며 비난한다.
그렇다면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대접받고 싶어서 중형 세단을 타는 게 잘못인 걸까?
나 역시 중형 세단을 탄다. 결혼하면서 중형 세단으로 차를 바꿨다. 전에 타던 차는 소형차였다. 중형 세단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편하다는 거다. 시도 때도 없이 막히는 서울시내에서 운전하려면 편한 차가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가 큰 남편이 소형차를 불편해하던 것도 이유가 됐다. 시트에 앉으면 머리가 천장에 닿을락 말락 했다.
지금 우리는 아주 만족스럽게 차를 타고 다닌다. 요즘 같아선 복잡한 서울에서 운전하려면 편하고 푸근한 중형 세단이 제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든, 편해서든 중형 세단을 타는 건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비난할 것도 비난받을 것도 없다. 어떤 차를 좋아하고, 타는 건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MOTOR TREND> 10월호 _ `당당하게 탑시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