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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方流行_Fashion

젠틀하지 않은 상상, 젠틀몬스터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안경 너머 새로운 세상을 보게 해주었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최근 베이징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2016.08.02

 

50년 된 목욕탕의 원형을 살려 만든 북촌 플래그십 스토어에 선 젠틀몬스터의 젊은 주역들

 

‘시크릿 네이버’는 비밀리에 위작 활동을 하던 실존 인물 세 명의 흔적을 좇아 만든 젠틀몬스터의 2016년 공간 캠페인이다. 안료 제조, 위작 제작, 위작 거래를 도맡아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정치미술 결탁 세력을 비판하던 세 사람은 돌연 종적을 감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전혀 다른 방식이지만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세상에 주는 충격도 만만치 않다. 3연작 캠페인 시크릿 네이버의 두 번째 쇼룸인 베이징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젠틀몬스터의 젊은 주역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하예진, 이혜인, 배재호, 신정인

 

Q 각자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배재호 공간팀 팀장을 맡고 있다. 목욕탕 콘셉트의 북촌 쇼룸을 시작으로 2년째 쇼룸, 백화점 매장 등 젠틀몬스터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있다.
이혜인 공간팀 부팀장으로, 입사한 지는 1년 남짓 됐다.  
신정인 아이웨어 디자인팀장이다. 아이웨어와 선글라스를 디자인한다. 이 중에서 가장 오래된 멤버다.
하예진 비주얼팀의 디렉터다. 비주얼팀은 두 팀으로 나뉘어 있는데, 내가 속한 2팀에서는 주로 공간팀과 함께 공간 기획과 비주얼을 만들어낸다.
Q 브랜드 스토리를 보면 늘 놀라움과 설렘이라는 단어가 가득하다. 최근에 가장 설던 기억은?
A 신 아이웨어를 디자인하면 샘플이 나올 때까지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걸리는데 그 기다림의 시간이 가장 설렌다. 입사 초부터 지금까지 그 설렘에는 변함이 없다.
올해 초부터 해외 쇼룸으로 무대를 확장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보여지는 비주얼을 기획하고 그려보니 재밌고 설레더라.
마찬가지다. 이번 베이징 쇼룸 작업이 나에게는 첫 디렉팅 작업이었는데 굉장히 떨렸다.  
매출을 볼 때 설렌다. 매출이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생각을 웃도는 액수가 나오면 우리의 예상보다 고객에게 좋게 받아들여졌다는 의미다. 이번 베이징 쇼룸이 그런 경우였다.  
Q 중국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상하이가 아닌 베이징에 들어서서 놀랍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사회적인 이슈가 된 실존 인물의 흔적을 좇는 ‘시크릿 네이버’라는 캠페인의 내용도 재미있었고.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무엇인가?
A 뻔하지 않았으면 했다. 리테일 숍 특유의 뻔한 동선을 깨고 싶었고, 쇼룸을 찾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경험을 하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 같은 공간에 있었는데도 “너 이런 공간 봤어?”라고 할 수 있도록. 냉장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룸이 펼쳐지고, 화장실 너머에 또 다른 공간을 둔 건 그런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Q 주방에 가스레인지 대신 레코드판을 놓고, 냉장고 문 뒤에 부처 룸을 둔 것이 신선했다.
A 이 위작 제작을 담당한 주인공 토니 트레인(물론 가명이다)에게 우리 나름대로 캐릭터를 부여한 것이다. 이 사람은 매우 까다롭고 섬세하며 편집증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음악에 미쳐 있고 고기만 먹을 것이다 하고 우리 맘대로 상상했다.(웃음)
Q 시크릿 네이버 캠페인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사회적인 메시지가 있었나?
A 처음엔 거창한 메시지를 염두에 두긴 했었다. 지금 이 순간의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진실을 알고 있다고 느끼는 착각, 특히 예술을 풍자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그런 내용은 다 걷어냈다. 그리고 위작 활동을 했던 세 사람의 엉뚱함에 대해서만 다루기로 했다.
Q 젠틀몬스터만큼 엉뚱한 브랜드가 또 있을까? 남다르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똘끼’가 필수라고 생각하는데, 당신들에게 똘끼가 있다고 생각하나?
A 일동 우린 되게 평범한 사람들인데!(웃음)
나는 지극히 가정적인 보통 남자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어릴 때부터 안경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 안경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을 찾다가 여기까지 왔다.
한 번도 스스로 남다르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코끼리를 엄청 좋아하긴 하는데….
우리들의 공통점은 패션, 음악, 아트, 기계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두루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나는 특히 새로운 만남과 사람들 관찰하는 걸 좋아한다.
나는 똘끼가 있다기보다 똑똑한 사람에 가깝다.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고 남들보다 이해의 속도가 빠른 편이다. 가장 자신 있는 건 인간관계. 디자인도 결국엔 인간관계라고 생각한다. 하고자 하는 바를 어떻게 전달하는가,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가의 문제다.

 

 

 

1 냉장고 문 너머의 부처룸 2 위작 작업의 흔적을 흉내 낸 쇼룸 3 베이징 플래그십 스토어

 

Q 젠틀몬스터는 제품부터 컬렉션, 공간, 광고 비주얼 등 전체 비주얼 작업이 하나의 탁월한 합을 이루는 것 같은 느낌이다.

A 배 이유는 명확하다. 대표님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다 관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 테이블에 휴대폰을 놓을지, 유선 전화기를 놓을지까지 전부 확인한다. 한 사람을 통해 회사의 모든 일이 필터링되는 셈이다.
Q 디테일에 강한 분인가 보다.
A 이 남들이 놓치기 쉬운 사소한 부분까지 잘 본다. 면접 때 내 포트폴리오를 보다가 갑자기 바닥에 털썩 주저 앉더니 마치 탐정처럼 구석구석 작업물을 살피는 거다. 누구나 쉽게 넘길 수 있는 부분에서 “이건 왜 이렇게 했지?” 하고 의문을 던지더라. 놀라웠다.
Q 회의에서 엉뚱한 의견이 나오면 분위기가 어떤가?
A 배 직원들 대부분 흥미로워한다. 그게 좋은 의견인가 아닌가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엉뚱한 의견일수록 더 현실화시켜보려고 노력한다.
이 회사에 들어와서 가장 놀란 건 초등학교 1, 2학년 때나 할 수 있었던 유치한 이야기도 눈치 보지 않고 툭툭 내뱉을 수 있다는 거다.  
한번은 어떤 공간을 무중력 상태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몰두한 적이 있었다. 그것을 쇼룸에 적용해보려고 테크니컬팀 팀장과 2주 동안 치열하게 고민했다.
Q 젠틀몬스터는 한 해에만 아이웨어부터 쇼룸까지 새로운 프로젝트가 끊임없이 나온다. 그것도 하나같이 엄청난 결과물로. 회의 빈도가 상당할 것 같다.
A 신 때와 장소가 없다. 길바닥에서 일 얘기가 나오면 그게 회의다.
비행기를 타도 회의, 기차를 타도 회의!
대표님과 가장 오래 이야기를 나눴을 때 시간을 확인하니 14시간이 지났더라. 쇼룸이라는 공간에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이유를 고민할 때였다. 패션 회사가 상업 공간을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하는지, 어떤 것이 진짜 새로운지, 사람들은 어디에서 감각적인 자극을 받는끊임없이 얘기했다.
3일 동안 침낭 덮고 합숙하면서 회의한 적도 있다. 회의하다가 갑자기 “침낭 50개 주문해봐”라고 해서 함께 먹고, 자고, 회의하고, 그렇게 꼬박 3일을 보냈다.
자다가 깬 대표님에게서 새벽에 불쑥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물론 일에 대한 얘기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코앞에 두고도 늘 1년 뒤, 그리고 그 뒤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는다.
Q 최근의 화두는 무엇인가?
A 하 새로운 ‘설렘’에 대해 연구하는 때인 것 같다. 해외 쇼룸도 확장해가고 제품 디자인도 계속 성장세지만 다른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는 단계다. 사람들이 ‘젠틀몬스터’ 하면 으레 떠올리는 이미지와 다른 설렘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안경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될 수도 있다.
Q 홍콩 플래그십 스토어도 곧 오픈한다고 들었다.
A 배 6월 말에 오픈 예정이다.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문화가 혼재하는 홍콩이라는 도시를 표현했다. 정면에서 보면 기차가 서 있는 듯한 공간인데, 그 길을 지나 매장에 들어가는 구조다. 최근에는 상하이 쇼룸 작업도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다. 덥고 햇살이 강해서 선글라스가 생활화된 도시, 그러면서도 패션 감각이 있는 도시라면 어디든 다음 목적지가 될 수 있다.
Q 젠틀몬스터는 협업에 능한 브랜드다. 편집매장 오프닝 세레모니나 스트리트 브랜드 HBA, 배우 공효진 등 그 상대조차 브랜드의 성격을 잘 대변해주는 느낌이다. 궁극적으로 협업을 원하는 대상이 있다면?
A 신 가장 함께하고 싶었던 브랜드가 HBA였는데 다행히 이들과 작업하는 꿈을 이루었다. 아이웨어는 많은 것을 고려해 디자인해야 해서 틀에 갇히기 쉬운데, 오프닝 세레모니나 HBA 같은 브랜드는 런웨이에서의 임팩트를 주로 생각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배우는 부분이 많다.
간절히 바랐던 아티스트가 있었는데, 이미 그와 협업 준비 단계에 있다. 내년 선글라스 출시 때 공개할 예정이라 아직은 비밀이다. 다음으로 바라는 디자이너는 라프 시몬스.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공간팀장이지만 설계라는 틀 안에서 보면 나는 아직 사회 초년생에 가깝다. 아직도 배울 게 무척 많다. 데이비드 치퍼필드 같은 대가와 일할 기회가 생긴다면 영광일 것이다.
Q 앞으로 어떤 일에 설레고 싶나?
A 배 젠틀몬스터에서 일하겠다고 결심한 건 어떤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일의 규모나 경중을 떠나 세상을 바꿔보는 데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 가능한 한 젊은 나이에! 스마트폰 같은 기계뿐만 아니라 공간도 진화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싶다.
이곳에 들어와서 항상 새로운 일을 한 덕분에 즐기며 사는 거 같다. 앞으로도 지금만 같으면 좋겠다.
아이웨어 디자인팀장으로서 매해 위기감을 느낀다. ‘잘돼서 불안한 느낌’이랄까?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이슈를 낳는 브랜드로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베이징 작업을 통해 스스로 무엇을 잘하고 부족한지 정확히 깨달았다. 다른 프로젝트를 만났을 때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기대된다.
Q 젠틀몬스터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A 이 ‘!’(느낌표).  
설렘이다!
동아리. 분명 일반적인 회사와는 거리가 먼 집단이다.
정해진 모습이 없는 것,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것.
마치 물처럼?

 

CREDIT

EDITOR / 전희란 / PHOTO / Kim Cham / 東方流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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