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1~22일, 인천 송도에서는 한국 자동차경주 역사상 처음으로 도심 야간 레이스가 열렸다. 도심 야간 레이스는 F1 싱가포르 GP와 함께 KSF가 유일하다. 그러니 전 세계적으로도 쉽게 보기 힘든 경주가 분명하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인천 송도로 향했다.

KSF 2전은 낮에 시작됐다. 4개의 클래스와 드리프트 경주까지 모두 소화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오전 사이에는 공식 연습주행이 펼쳐진다. 경주차 상태를 점검하고 드라이버가 코스를 숙지하기 위해서다. 공식 경주가 아닌데도 드라이버와 미캐닉들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어려 있다. 어떻게든 랩타임 0.1초를 줄이고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관중들 표정은 즐겁다. 땡볕이 내리쬐는 가운데도 스탠드는 거의 꽉 들어찼다. 물론 관중석이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이렇게나 많은 관중이 국내 모터스포츠 현장에 모였다는 게 흥미롭다. 올해 송도에서의 KSF 2전은 이틀간 15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송도 도심 레이스가 시작된 이래(2014년 13만 명, 2015년 10만 명) 가장 많은 관람객이다. 사실 송도KSF는 각종 국내 모터스포츠 중에서 가장 많은 관중이 모이는 경주다. 자동차경주 외에도 현대차 ‘더 브릴리언트 모터 페스티벌’이 열려 볼거리가 많고 접근성도 쉬운 덕분이다. 또한 올해는 보기 힘든 야간 레이스가 열리면서 구름 관중이 몰렸다.

개막식(13시 25분) 직전 그리드워크에서는 경주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드라이버와 경주차, 레이싱모델, 각종 미디어와 관중들이 한데 어울리는 경주 속의 작은 퍼레이드다. 특히나 올해는 많은 관중이 모이면서 그 분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시끌벅적한 가운데 드라이버들도 뜨거운 열기에 한껏 고무된 듯 보였다. 현대차 알베르트 비어만 부사장도 그리드에 나와 드라이버, 관중들과 사진을 찍으며 작은 축제를 함께했다.

그리드워크 이후에는 현대차가 준비하고 있는 RM15 쇼런이 펼쳐졌다. RM15는 현대N 브랜드가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한창 개발 중인 미드십 뒷바퀴굴림 스포츠카다. 벨로스터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지만 동력계와 구동계가 다르다. 2.0리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이 300마력이고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은 4.7초에 달린다고 한다. 현대차는 RM15 외에도 WRC 경주차를 전시했다. 사실 KSF는 현대차의 지원이 없으면 열리기 힘든 행사다. 모든 경주차가 현대와 기아차이고 송도 서킷도 현대차가 마련한 장소다. 올해 인천과의 용지 사용 계약이 끝나는데, 양측의 조율로 다행히 내년에도 경주가 열릴 것이라 한다.

나이트 레이스를 위해 많은 가로등을 추가하고 관중석을 설치했다. 서킷 바로 옆은 브릴리언트 페스티벌 공연장이다. 경주 후 아이돌 가수의 공연이 펼쳐졌다.

그리드워크 이후 본격적인 결승 경주가 펼쳐졌다. 아반떼 챌린지부터 K3 쿱 챌린지,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까지 숨가쁘게 경주가 치러졌다. 올해는 이제막 출시된 아반떼 터보가 경주차로 출전했다. 총 25대의 경주차가 서킷을 누볐고 신윤재(슈퍼 드리프트)가 가장 먼저 20랩을 돌아 우승컵을 안았다. K3 쿱 챌린지는 박동섭(MUTO)이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바로 전 경기 아반떼 클래스에서 3위를 차지한 드라이버다. 두 개 클래스 포디엄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11대의 차가 출전한 벨로스터 마스터즈는 이진욱(개인)을 비롯해 이경국(REBS&FD)과 박규승, 오한솔(알앤더스) 등 내로라하는 드라이버들이 출전하면서 시종일관 선두 다툼이 치열했다. 결과적으로 2그리드에서 출발한 이경국이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송도 도심 서킷은 폭이 좁고 스트레이트가 짧아 추월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없는 경주가 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사고가 많아 그로 인한 변수로 오히려 더 박진감 넘친다.

세 개의 클래스 결승이 끝나자 아스팔트에 피어오르던 아지랑이가 없어졌다. 좀 더 관람하기 좋은 기온이 됐다. 그렇게 서쪽 바닷가로 해가 떨어지면서 배기량이 가장 큰 제네시스 쿠페전이 시작됐다. 경주차 총 13대가 총40랩을 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곳에서 라이트를 강화한 경주차가 질주하는 모습은 이채로웠다. 무거워진 공기로 경주차 사운드는 더 커진 듯했고 시각적 자극이 더해지면서 경주에 더 집중하게 됐다.

경주도 재미있었다. 2번의 SC가 발동하는 사고가 있었고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서승범이 리타이어했다. 그렇게 1시간이 넘는 경주속에서 알앤더스의 조훈현이 국내 최초로 열린 도심 나이트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위와 2위의 격차가 단 1초였으니 끝나는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멋진 경주였다.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은 이 땅의 마천루사이에서 처음으로 자동차경주가 열렸다. 이채롭고 흥미로운 경주였다. 또 많은 사람들이 경주를 관람했다. 한국의 모터스포츠가 한 걸음 더 나아간 느낌이랄까. 그렇게 레이싱 열기가 후끈했던 인천 송도의 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시끌벅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