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AWAY FROM SEOUL

우린 흥미로운 가정 하나를 세웠다. 서울에 원인 모를 전염병이 창궐해 고립된다면?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울과 수도권을 탈출해야 한다면 어떤 차가 좋을까? 고민 끝에 지프 레니게이드 리미티드 2.0 AWD와 볼보 S60 크로스 컨트리 D4 AWD를 선택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최대한 멀리 빠져나와 부산으로 향했다. 영화 <감기>를 보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시를 폐쇄한다. 격리된 사람들은 대혼란 속에서 각자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실제 상황이라면 당연히 고속도로는 막았을 테니 바리케이드까지 국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가 서울을 빠져나가기 시작한 시간은 오전 7시. 마침 극심한 러시아워가 시작돼 피난길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우리가 서울 탈출용 차로 레니게이드와 S60 크로스컨트리를 선택한 이유는 둘 다 온로드든 오프로드든 무난하게 잘 달릴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재난 상황에서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미국 AMC 방송사가 만든 드라마 <워킹 데드>에서처럼 좀비 떼의 공격을 벗어나기 위해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야 할 때도 있고, 버려진 차들로 도로가 막혀 덤불을 헤쳐 나가야 할 때도 있다. 폐쇄된 도시를 벗어나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인적이 없는 도롯가에 잠시 차를 세웠다. 재앙이 닥치면 분명 통신 시설도 제대로일 리없다 생각하고 지도를 펼쳤다. 가상 시나리오 대로 경기도 경계까지 국도를 이용하고 충청북도는 오프로드로 지나갈 계획으로 상세한 루트를 살폈다. 우리는 이천 근처까지 국도를 타고 달리다 소백산맥의 산자락을 타고 경상북도로 진입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경상북도 부터 부산까지는 고속도로를 이용해 마음껏 달리기로 했다. 일단 3번 국도에 올라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했다.

재앙을 가정했을 때 서울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우린 지도를 펼쳐 가장 효과적인 루트를 살피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S60 크로스컨트리와 레니게이드를 테스트했다.

이천을 벗어날 때 즈음 충주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보였다. “만약 수도권의 도시를 폐쇄 했다면 이쯤부터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지 않을까?” 내가 말했다. 우리는 가상 시나리오대로 국도에서 벗어나 남동쪽으로 향하는 비포장 도로로 진입했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작은 길이었지만 두 차는 모험을 감행했다. 더 신이 나 보이는 건 레니게이드였다. 곳곳에 작은 웅덩이도 있었지만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흙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렸다. 앞뒤 맥퍼슨 스트럿은 바퀴를 사정없이 위아래로 튕겼다. 자세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려 하면 자세제어 장치와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액티브 드라이브’가 접지력을 잃은 바퀴에 힘을 나눠주었다. 

 VOLVO S60 CROSS COUNTRY D4 AWD

기본 가격 5174만1000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직렬 4기통 2.4ℓ DOHC 트윈터보 디젤, 190마력, 40.8kg·m 변속기 6단 자동 공차중량 1805kg 휠베이스 2775mm 길이×너비×높이 4635×1865×1540mm 복합연비 12.6km/ℓ CO₂ 배출량 158g/km

S60 크로스컨트리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접지력을 잃은 채 옆으로 흘렀다.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길에서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어느 아파트 단지는 공사가 중단돼 거의 비무장지대 수준으로 자연과 동화돼가고 있었고, 버려진 축사 옆엔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실제로 이 마을에 재앙이 닥쳐 사람들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 것 같았다. 그때였다. 앞서가던 S60 크로스컨트리가 갑자기 접지력을 잃고 옆으로 흘렀다. 작은 갈지(之)자를 그리더니 흙벽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춰 섰다. 급히 꺾이는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서였다. 다행히도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뒤따라 가던 내가 차에서 내려 말했다. “큰일 날 뻔했네. 그런데 차가 중심을 잃자마자 다시 자세를 가다듬으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던데? 갈수록 요동치는 폭이 좁아지더라고. 자세제어장치(ESC)가 제 기능을 발휘했나 봐. 그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꽉 안 밟은 건 정말 잘했어.”

 JEEP RENEGADE LIMITED 2.0 AWD

기본 가격 41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5도어 왜건 엔진 4기통 2.0ℓ DOHC 터보 디젤, 170마력, 35.7kg·m 변속기 9단 자동 공차중량 1630kg 휠베이스 2570mm 길이×너비×높이 4255×1805×1695mm 복합연비 11.3km/ℓ CO₂ 배출량 167g/km

재앙이 닥쳤는데 도로가 온전하겠는가? 우린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길을 개척해나갔다. 길 주위로 폐허들이 이어졌다. 마치 진짜 재앙이 내린 것처럼 버려진 건물만 있을 뿐 인적이라곤 느낄 수 없었다. 우린 흙먼지를 일으키며 길의 끝까지 달렸다.

수도권은 어느 정도 벗어난 듯 보였다. 우린 계속 이름 모를 길을 따라 소백산맥 산자락으로 향했다. 길이 끝나고 작은 강이 나왔다. 강 위로 다리가 놓여 있었지만 올라갈 수 있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 우린 길을 찾을 때까지 강을 따라가보기로 결정했다. 둔치의 수풀 사이로 차가 다닌 흔적이 보였지만 길이라고 하기엔 너무 험했다. 이런 길에선 역시 레니게이드가 진가를 발휘했다. 둔치의 고저 차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움푹 팬 길이나 큰 바위를 만났을 때 전자식 로 기어를 사용하면 지나가기가 훨씬 수월했다. 이때 크롤비는 20:1이다. 크롤비는 쉽게 말하면 바퀴가 한 번 돌 때의 엔진 회전수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앞의 숫자가 높을수록 바퀴는 천천히 돌아가지만 보닛 안에서 엔진은 바쁘게 회전을 하며 큰 힘을 바퀴에 전달한다. 험로를 안정적으로 지날 수 있는 비결이다.

S60 크로스컨트리 D4 AWD에 적용된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평소엔 앞바퀴만으로 움직이다 상황에 따라 뒷바퀴로 구동력을 50퍼센트까지 보내 접지력을 유지한다. 고정식 에디터가 S60 크로스컨트리로 둔치 여기저기를 다녀와서 말했다. “레니게이드처럼 바위를 거뜬히 넘진 못해. 하지만 앞뒤로 스키드 플레이트가 장착돼 있고 지상고가 210밀리미터로 높아 둔치의 수풀을 헤쳐나가는 데엔 아무런 무리가 없어.”

우여곡절 끝에 안전하게 부산으로 진입했다. 부산은 서울과 달리 공기가 깨끗하고 온화했다. 우린 S60 크로스컨트리가 온·오프로드를 넘나들며 안전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세단임을 알았다.레니게이드는 오프로드에선 기대 이상으로 든든하다. 만약 모든 도로가 파괴된다면 레니게이드가 더 유리하겠다.

드디어 도로를 만났다. 이정표를 보니 경상북도 문경 근처였다. 우린 곧장 고속도로로 향했다. 안전지대인 부산까지 전속력을 다해 달렸다. S60 크로스컨트리는 고속 안정성이 매우 뛰어났다. 2.4리터 5기통 트윈 터보 디젤 엔진은 마치 이제야 몸이 풀렸다는 듯이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2.8kg·m의 힘을 도로 위에 마음껏 쏟아냈다. 속도가 높아져도 평정심이 흩어지지 않았다. 지상고가 레니게이드(220밀리미터)와 비슷하지만 서스펜션은 좀 더 죄인 느낌이었다. 덕분에 묵직하고 단단한 가속감을 즐길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세련되고 푹신한 시트였다. 브라운 컬러가 곳곳에 포인트로 들어가 지루하지 않고, 측면을 포함한 시트의 모든 면이 안정적이고 편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몸을 감싸 안는다.

레니게이드 역시 고속에서 잘 달렸지만 높은 속도를 이끌어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움직임도 상대적으로 둔했다. 레니게이드는 2.0리터 4기통 터보 디젤 엔진을 달아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낸다. 여기에 효율성을 위해 9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드디어 부산에 도착했다. 해 질 녘의 부 산은 평화로웠다. 서울처럼 뿌옇지도 않고 서늘한 바닷바람이 종일 찌든 땀을 식히며 위안을 주었다. 두 차 모두 주유 한번 없이 약 460킬로미터의 거리를 한나절 동안 달렸다. 부산에 도착했을 때 연료 탱크 용량이 68리터인 S60 크로스컨트리는 비교적 여유로운 주행가능 거리를 남겨두었다. 반면 48리터인 레니게이드는 주유 경고등이 들어왔다.

우리는 서울에서 탈출하기 더 좋은 차로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 D4 AWD를 골랐다. 이 차는 넉넉한 연료 탱크를 가졌고 웬만한 험로도 거뜬히 지날 수 있다. 사고에 대한 안정성도 더 뛰어나 보인다(본의 아니게 테스트가 진행됐다). 무엇보다 온로드에서 시원하게 도망 갈 수 있는 달리기 성능을 지녔다. 뒷자리와 트렁크가 좁긴 하지만 비상 상황에서 짐을 얼마나 많이 챙길 것이며, 뒷자리 탑승객에게 안락한 서비스를 제공할 만큼 여유가 있을까? 지프 레니게이드도 모든 면에서 합격점이었지만 재빠르게 도망가기엔 상대적으로 아쉬웠다. 탈출은 스피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