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2일, 재규어가 F 페이스의 양산 계획을 세상에 공개했다. 재규어 81년 역사상 최초의 크로스오버 SUV의 등장인 셈이었다. 당시 관계자에 따르면 F 페이스는 우아함(Grace)과 속도(Pace), 공간(Space)이라는 창립 이념에 적절하게 부합하는 것이 목표였다. 매혹적인 디자인과 다이내믹한 온·오프로드 성능, 실용성, 혁신적인 첨단 기술을 모두 집약한 ‘퍼포먼스 SUV’라는 주장이었다.

그로부터 16개월이 지난 지금, 2016 부산모터쇼를 통해 우리는 F 페이스를 마주했다. 얼굴을 맞대고 재규어의 극적인 변화를 살폈다. 하지만 별다른 우려가 들지 않았다. 단지 경쟁자보다 10년이나 늦은 출발선에서 만났을 뿐이다. 오히려 잘 준비된 미래를 향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세그먼트 선두에 서겠다는 재규어의 강한 의지였을지도 모른다. 부산모터쇼에 방문한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F 페이스의 의미를 확인했으리라.

플래시 세례 크로스오버라는 설명이 가장 정확하다. 차의 비율이 돋보인다. 커다란 휠, 짧은 오버행, 좁은 윈도 면적과 매끈한 루프 라인으로 긴장감을 살렸다.

Grace

F 페이스가 보여주는 모든 우아함은 알루미늄 인텐시브 보디를 바탕으로 한다. 경량화와 강성 확보를 목표로 디자인된 차체는 핸들링과 승차감, 연료 효율에도 큰 도움을 준다. 이런 기본기를 바탕으로 둘 때 비로소 첨단 편의장비가 돋보일 수 있다. 재규어는 이것을 ‘인 카 테크놀로지’라고 부른다. 여기서 핵심은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인컨트롤 터치 프로다. 대시보드 중앙에 마련된 10.2인치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인컨트롤 터치 프로는 빠른 반응 속도와 뛰어난 다중 작업을 핵심으로 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멀티터치 제스처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를 빠르게 넘나든다. 

그 밖에도 12.3인치 풀 TFT 계기반(풀스크린 3D 맵 포함)과 레이저 헤드업 디스플레이(S와 퍼스트 에디션), 손목 밴드 형식의 액티비티 키도 주목할 만한 기능이다.

Pace

F 페이스는 6가지 세부 모델에 3가지 심장을 가졌다. 180마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2.0리터 디젤 엔진과 3.0리터 트윈 터보 디젤(300마력), 3.0리터 슈퍼차저 가솔린(340마력) 엔진이 그것이다. 재규어·랜드로버가 수십 년간 축적해온 온·오프로드 기술이 투입된 것도 특징. 온로드에서는 지능형 AWD 시스템과 토크 벡터링, 어댑티브 다이내믹스(초당 500회 속도로 노면을 분석하는 전자식 댐퍼)가 차를 매끄럽게 이끈다. 반대로 오프로드에서는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과 어댑티브 지형 반응 시스템(ASR)이 합세해 엔진과 브레이크를 스스로 조절하며 이상적인 험로 주파 능력을 발휘한다. 정교한 컴퓨터 제어를 통해 반응을 달리하는 전동 파워 스티어링(EPAS)도 주목할 기능이다. 저속에서 스티어링휠 세팅을 변화시켜 한층 쉽고 편하게 바꿔준다. 반대로 고속에서는 적당한 무게감을 더해 운전 감각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Space

F 페이스는 설계부터 공간 실용성을 최대로 확보했다. 성인 5명이 탈 수 있는 제대로 된 실내를 구현하기 위해 동급에서 가장 넓은 뒷좌석 공간과 트렁크를 갖췄다. 뒷좌석 시트는 40:20:40 배열이 기본이고 다리와 무릎 공간을 각각 945, 65밀리미터 확보했다. 전동식 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도 들어갔다. 트렁크 공간은 650리터. 트렁크 하단에 발을 대면 자동으로 트렁크가 열리는 제스처 테일게이트 기능으로 편리함을 추구한다. 그 밖에 1피스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로 실내를 밝고 환하게 채울 수 있으며, 11개 스피커, 380와트 혹은 17개 스피커, 825와트로 구성된 새로운 메르디앙 디지털 사운드 시스템을 준비했다(트림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