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면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클래식카 경연인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Concorso d'Eleganza di Villa d'Este)가 열린다. 유럽과 미국에서 건너온 클래식카들이 한자리에 모여 희소성과 예술성을 평가받는 자리다. 차를 만들어낸 기술자들의 숭고한 도전정신에 대한 헌정도 담고 있으며, 참가자들은 차가 걸어온 시대의 아련한 향수에 젖어들기도 한다. 매년 수백 대의 클래식카가 자리를 빛내는데 이 외에 콘셉트카와 프로토타입, 특별 모델 등도 전시된다. 클래식카에 조예가 깊은 부호들이 많이 찾는 자리이니만큼 메이커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홍보의 장이다. 그래서 콩코르소 델레간차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복합적으로 중첩되는 독특한 행사다. 올해 5월 20~22일 열린 행사에서도 눈에 띄는 콘셉트카와 특별 모델이 있었다. 콩코르소 델레간차의 호스트 격인 BMW(1995년부터 BMW의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매년 오마주 모델을 선보인다. 올해는 2002 오마주였다. 50년 전 BMW 최초의 터보 모델인 2002 터보를 오마주한 모델로 M2를 베이스로 했다. 툭 튀어나온 앞 스플리터와 한껏 치켜 올린 트렁크리드에서 2002 터보의 모습이 아련하게 중첩된다. 지금의 BMW 모델은 전부 터보차저를 달고 있으니 50년 전의 2002 터보가 BMW 역사에 미친 영향은 지대할 것이다. 2002 오마주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모델인 셈이다.

BMW 2002 TURBO

BMW 최초의 터보 모델이다. 2002 tii의 2.0리터 엔진(130마력)에 KKK사의 터보차저를 붙여 최고출력을 170마력으로 끌어올렸다. 다만 오일쇼크(1973년)가 터지면서 1672대밖에 생산되지 못했다.

CONCEPT CARS

ALFA ROMEO DISCO VOLANTE

‘투어링 슈퍼레제라’라는 카로체리아가 알파로메오 8C를 베이스로 만들었다. 고풍스러우면서 풍만한 보디가 특징이다. 더불어 클래식한 느낌을 더욱 배가했다. 이 차는 콘셉트카에서 그치지 않고 각기 다른 색으로 7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엔진과 변속기 등은 8C의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

PININFARINA H2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차는 수소연료전지로 움직이는 트랙용 자동차다. 단순히 디자인만 수소 콘셉트를 입힌 건 아니다. 스위스의 친환경차 메이커 그린 GT와 함께 작업했다. 503마력을 내는 두 개의 모터가 뒷바퀴를 굴리고 최고속도는 시속 300킬로미터라고 한다. 차세대 연료에서도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할까.

MAZDA RX-VISION

노즈를 이렇게 낮출 수 있는 건 로터리 엔진을 넣었기 때문이다. 마쓰다는 2008년 이후로 로터리 엔진을 생산하지 않고 있다. 1만rpm까지 돌리는 고회전 특유의 감성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있었다. 로터리 엔진 마니아들에게 RX 비전 콘셉트는 희망의 불씨와 같다. 아직 생산이 확정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