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나 보다. 캐딜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직 미국 대통령의 차다. 골격은 픽업트럭의 것을 갖다 썼지만 겉모습은 이미 단종된 DTS다. 권위적이다. 젊어 보이진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일반에 출시 중인 캐딜락은 젊어지려는 노력이 다분하다. 팽팽한 직선을 곡선보다 유려하게 다듬어 젊고 강인한 스타일을 간명하게 드러낸다. 2014년에는 ATS 쿠페를 선보이면서 엠블럼의 문장(紋章)을 둘러싼 월계관도 떼어냈다. 사상 가장 간결한 로고로 홀가분해졌다. 그리고 본격 럭셔리 콤팩트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ATS에 고성능 V라인업까지 더했다. 브랜드 내 가장 작은 세단에 강력한 심장과 공기역학 성능 개선 부품을 더하며 회춘 프로젝트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ATS-V를 처음 마주한 건 우연찮게도 봄날의 트랙이었다. 마치 여름날처럼 쏟아지던 햇빛은 용인 스피드웨이 트랙 위에 선 ATS-V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트랙에 진입하며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았다. 초반 반응은 특별히 예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직하게 깔리는 배기음이 심장을 고동치게 했다. 굴곡이 깊은 첫 번째 코너를 지나며

엔진회전수를 높였다. 베이스 톤의 배기음을 벼락같은 엔진음이 덮어버렸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ATS-V의 골격은 꽤 단단했다. 트랙에서도 자세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차체자세제어장치가 조금 빨리 개입한 덕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본기가 탄탄했다. 접지력도 넉넉했다. 깊은 코너에서 뒤쪽이 미끄러지겠다 싶을 만큼 빠르게 진입했는데, 단단하게 바닥을 낚아채고 달리는 앞바퀴를 뒷바퀴가 금세 쫓아오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진짜로 편하냐고? 샤샤샤 캐딜락 ATS-V는 오직 달리는 데만 집중해 만들어졌지만 의외로 승차감이 나쁘지 않다. 기본적으로 시트가 두툼해 쿠션감이 좋다.

가속 반응도 호쾌했다. 960미터 정도 되는 백 스트레이트에서 시속 200킬로미터쯤은 가뿐히 넘을 수 있었다. 제동력도 좋았다. 초반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답력이 크게 느껴졌는데 풀 브레이킹을 하며 감속 정도를 가늠하기엔 오히려 더 좋았다. 주행 모드는 트랙 모드로 놓고 달렸다. 엔진회전수를 거의 레드라인 가까이 사용하는데다 감속해서 코너를 들어갈 때도 엔진회전수를 최대토크 구간 즈음으로 유지해 수동 조작이 필요 없을 만큼 잘 조절했다. 트랙 주행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았다. 조금 빨리 개입하는 자세제어장치도 마찬가지였다. 트랙 주행이 서툰 사람에겐 오히려 도움이 되고 더욱 빠른 주행을 돕겠다고 생각됐다. 이어서 CTS로도 서킷을 달렸다.

CTS는 점잖은 세단이지만 트랙에서도 화끈하게 달렸다. 마찬가지로 단단한 골격으로 보다 박진감 넘치는 주행을 가능케 했다. 풀 브레이킹에서도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불안한 감이 없었다. 다만 과격하게 몰아붙이면 한계를 금방 넘어가 제어를 잃었다. 트랙 주행 중 세대나 트랙 밖으로 벗어나버렸다. 운전자들의 부주의도 있었지만 접지력의 한계도 기대보다 빨리 오는 듯했다. 단, 접지력이 좀 더 좋은 타이어라면 차체는 충분히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상한 세단이지만 골격은 탄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트랙에서 마주한 캐딜락은 분명 새롭게 보였다. 권위적이고 정제된 느낌에서 보다 역동적이고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차로 보였다. 캐딜락도 트랙에서 재미있을 수 있단 걸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캐딜락 하면 아직도 미국 대통령의 차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긴 한다. 하지만 잘 달리는 대통령의 차로 달라졌다. 적어도 출력만 높은 푹신한 느낌의 미국식 세단이란 이미지는 싹 다 지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