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사진으로 남겨야 할 아름다운 순간이 지구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아시아의 7개국을 100일간 여행했는데, 첫 목적지는 스리랑카였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 아담스 피크에 올랐는데, 길을 잃었다. 그러나 외진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하늘과 아담스 피크는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기차 속은 수많은 사람들로 혼란 그 자체였다. 그 와중 무표정하고 자연스럽게 표를 검사하는 검표원의 모습이 왜 그리 아름다워 보였는지.

2010년부터 제주 곶자왈의 아름다움에 반해, 해마다 10여 차례씩 찾고 있다. 이 사진들은 비가 내릴 때부터 해가 나기를 기다리면서 찍은 것이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진한 풀 향기까지 담고 싶었다. 내게 사진은 생활이고, 생활이 여행이며, 여행 그 자체는 사진으로 남는다.

2015년 6월에 찍은 사진이다. 곶자왈은 나무와 이끼, 돌이 섞여 있는 숲을 말하는데, 제주에만 나타나는 지형이다. 2015, 5 Edition, 180×90cm

바다 건너 외국의 낯섦과 이국적 광경은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몸과 마음이 온전히 동하는 사람, 상황, 이미지를 촬영하는 것은 늘 즐거웠다. 그들의 태도는 같은 시대를 사는 인간으로서 나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걸 느끼게 했다. 내게 사진은 내 취향과 성격, 속사정이 담긴 일기와도 같다. 어느 날 다시금 꺼내 보고 싶은 일기.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에 머물렀다. 이 동네 저 동네를 돌아다니고, 그때마다 만나는 사람을 촬영하며 무료함을 달랬다. 록힐(Rock Hill)과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이다.

구름이 잔뜩 낀 이상한 날이었다. 니스 해변에 햇살이 직접 내리쬐지는 않았지만 구름 사이로 햇살이 엷게 비치는 그런 날. 사뭇 고요한 바다와 함께 사람들의 여유가 느껴진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남기는 것은 단순히 기억에 새기고 싶은 마음에서다.

가을쯤이었다. 수영하기엔 조금 추운 듯했는데, 어떤 동네 노인들은 바다 수영을 즐기기도 했다.

짧은 새벽, 찰라의 빛깔과 온도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다른 모든 기억을 밀어냈다. 이방인이 되면 진하게 그리워지는 것이 있고, 꿈꾸는 것이 있다. 여행 사진은 그 꿈에 대한 기억의 작업물이다.

2014년 초가을 샌프란시스코에서 며칠간 무위도식하며 지냈다. 그럭저럭 3등급을 간신히 면한 호텔에 들어와 겨우 몸을 뉘었다. 추운 기운에 얼마 못 자고 일어나 셔터를 눌렀다. pm 23:00 Geary St. San Francisco, am 05:35 12th floor

평균 10일, 길면 3주 동안 여행한다. 노을, 뜨거운 지평선, 그리고 차선이 그려진 도로가 전부지만, 인생에서 잊지 못할 단어 몇 가지나 문장 몇 줄을 얻고 온다. 오지의 매력은 그런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촬영과 탐사를 위해 서호주의 오지를 찾아다닌다. 오지의 여러 랜드스케이프는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내가 다른 눈으로 보는 자유가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