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공간으로도 활용되는 대표 집무실

성냥갑 모양의 통유리 건물. 왜 거의 모든 사무실은 이렇게 생긴 건물 안에 존재할까.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다. 만약 내가 오너가 되어 사옥을 세운다면 어떤 건물을 지을까? 이곳의 오너 역시 이런 고민이 깊었나 보다. 심상치 않은 건물 외형만 봐도 짐작이 간다. 경기도 화성에 자리한 폴라리온 스퀘어. 건물을 보면 누구라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대체 저 건물은 뭘까?’ 육중한 무적의 트랜스포머를 떠올리게 하는 폴라리온 스퀘어. 그 안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이곳은 다름 아닌 특수 조명 회사 폴라리온의 사옥. 이름은 조금 낯설지만 군사용 조명을 비롯해 반도체, 자동차, 레저용 등 특수 조명 분야에서는 이력이 탄탄하다.

1 A동과 B동을 잇는 공중 브리지에는 특별한 북두칠성이 자리한다

2 콘크리트 틈으로 들어온 빛만으로도 훌륭한 인테리어가 된다.

‘기존의 뻔한 건물 대신 나만의, 우리만의 건물을 짓자.’ 이 무적의 트랜스포머는 폴라리온 정형원 대표의 원대한 꿈에서 시작됐다. 출장차 일본에 자주 간다는 정형원 대표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에 큰 감명을 받았고, 그를 오마주라도 하듯 그걸 차용했다. 더 큰 고민은 어떤 형태의 외관을 지을 것인지였다. 건축가와의 지난한 회의가 이어졌고, 정형원 대표의 머릿속을 스친 아이디어가 하나 있었다. ‘모델링한 건축 디자인을 해체해 블록처럼 쌓으면 어떨까?’ 아이디어는 곧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비정형의 블록 쌓기. 수평과 수직이 맞아떨어지는 건물 구조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아슬아슬함마저 느껴진다. 거대 로봇 같기도 한 독특한 외관 덕에 시공에서도 애를 먹었다. 기획부터 건축까지 자그마치 5년이 걸렸다. 시공만 1년 6개월이 걸렸는데, 그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비용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봄을 지나 겨울로 향하는 오랜 시공 기간 덕에 층마다 콘크리트 색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 것. 이 점을 건축주가 용인했을 리 만무하다. 1년 반 동안 지하 1층, 지상 8층에 달하는 콘크리트 색을 맞추느라 건축가뿐 아니라 시공팀이 고생깨나 했다고. 폴라리온 스퀘어는 A동과 B동을 연결한 구조로, 일반 건축물의 배치 방식에서 벗어나 중앙을 비운 구조가 인상적이다.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해 가운데를 과감히 비웠습니다.” 건물 주변에는 공원이 자리하는데, 건물과 건물 사이를 비운 건축주의 넉넉한 배려 덕에 주변 사람들 역시 시원한 풍경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북두칠성을 만나게 된다. 폴라리온 스퀘어는 A동과 B동을 잇는 공중 브리지를 설치해 왕래가 가능한 구조인데, 이 브리지 안에 북두칠성을 넣었다. “북두칠성은 그 옛날 항해사의 길잡이였죠. 북두칠성처럼 우리 회사도 ‘빛’을 통해 사람들의 길잡이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얼핏 육중한 거대 로봇처럼 보이지만, 섬세한 감성까지 품은 폴라리온 스퀘어. 독특한 외관 뒤에 숨은 면면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주변 경관을 해친다고 건물 이름도 노출하지 않았어요.”

블록을 해체해 쌓아 올린 듯한 폴라리온 스퀘어는 독특한 외관 덕에 화성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1 음악과 그림, 여기에 여러 개의 화분을 두어 사무 공간에 생동감을 더했다.    
2 회색 공간에 활력을 전하는 컬러 가구와 초록 식물.    

그러고 보니 폴라리온 스퀘어에는 흔한 간판 하나 없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용 건물에 간판 하나 달지 않은 강심장이 외려 독특한 외관보다 놀라울 지경이다. “비정형의 구조 덕분에 내부 역시 똑같은 공간이 하나도 없어요. 그 때문에 사용자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쓸 수 있죠.” 설계부터 완성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본 장현희 이사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부 인테리어는 그의 손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노출 콘크리트 그대로의 멋을 살리되 포인트 컬러의 가구, 초록 화분을 두어 회색의 사무 공간에 생동감을 주었다. “7, 8층은 대표님 집무 공간인데, 직원들과의 회의는 물론 특별한 날에는 파티 공간으로도 활용됩니다.” 두 개 층을 터서 확 트인 공간을 확보했고, 정면에는 통창을 내어 빛을 최대한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 특유의 차가움이 따뜻한 풍경 속으로 사라진다. “공간이 쾌적하다 보니 직원들도 여유로워지고 호기심도 많아진 것 같아요. 이 점이 바로 공간의 변화가 가져온 놀라운 힘 아닐까요?” 조명을 만드는 회사에서 호기심, 상상력만큼 값진 것이 또 있을까? 한 달에 한 번 테라스에서 열리는 고기 파티에 참석하고픈 욕심까지 생겼다. 아직은 준비 단계지만,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이 안에 만들 요량이라고 장현희 이사는 덧붙인다. 기존 건물과 다른 건물을 짓겠다는 건축주의 굳은 의지와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폴라리온 스퀘어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열정에 대한 대가 역시 톡톡히 주어졌다. 공개와 함께 경기도건축문화상,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등 건축상 세 개를 휩쓸었으니. 효율성만을 위한 사무 공간이 아닌,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무엇보다 주변과 소통할 수 있는 사옥을 꿈꾼 폴라리온의 노력은 지금, 그 빛을 발하고 있다.

7층과 8층을 확장한 대표 집무실 복층에는 탁 트인 회의 공간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