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최근 들어 뉴스나 SNS를 통해 심심치 않게 접하는 단어가 됐다. 최신 인터넷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10여 년 전 잠시 유행한 다다월드, 세컨드 라이프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영화 <매트릭스>나 <아바타>? 그렇다. 키아누 리브스가 분한 네오가 넘나든 실제처럼 느껴지지만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 그것이 가상현실이다. 사실 VR은 최근 등장한 개념이나 기술은 아니다. 이미 1960년대부터 군사, 항공 우주 등 여러 분야에서 시뮬레이션을 위한 장치로 연구 개발이 이뤄졌고, 민간에서는 이른바 ‘덕후’층이 두터운 게임 분야에서 꾸준하게 발전했다. <매트릭스> 같은 영화 속 수준과는 거리가 있지만, 오늘의 VR 기술은 이미 인간의 오감과 동작까지 반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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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VR인가 | 그렇다면 왜 지금 VR이 이슈가 될까? 그 배경에는 꾸준히 이뤄진 VR 기술의 발전과 스마트폰의 확산이 자리하고 있다. 누구나 하나쯤 사용 중인 스마트폰과 SNS가 자연스럽게 동영상과 게임에 대한 수요 증가를 낳으면서 VR이 대중성을 지닌 새로운 콘텐츠 소비 형식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페이스북, 구글,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 세계적인 IT 기업이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변방에 머무르던 VR이 주류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014년 페이스북이 작은 규모의 VR 기업 오큘러스를 무려 21억 달러(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한 것만 봐도 VR의 잠재력을 보는 산업계의 시선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종종 뉴스 속 사진과 영상에 뭔가 듬직해 보이는 안경(?) 같은 것을 머리에 쓴 이들이 등장한다. 연신 어딘가를 헤매듯 고개를 움직이는 사람들. ‘오큘러스 리프트’나 ‘기어VR’ 등 VR 콘텐츠 시청에 필수 장비인 VR 헤드셋 또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이다. VR 헤드셋은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고성능 PC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와 연결되는 것과 자신의 스마트폰과 결합해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게임 마니아는 전자에 해당하는 오큘러스 리프트(약 72만원)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R, 밸브의 바이브 등을 손꼽아 기다린 반면, 대다수 스마트폰 이용자는 360도 영상 등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스마트폰 연결형에 관심을 갖는 상황이다. PC 게임기 VR은 유선 연결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 부담될 수 있지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의 수준이 높다. 반면 스마트폰 VR은 이동성과 저렴한 가격 등이 장점이지만, 아직은 콘텐츠의 감흥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그럼에도 큰 부담 없이 쉽게 VR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VR의 고속 성장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 이미 삼성전자가 페이스북, 오큘러스와 협력해 기어VR(12만9800원)의 시장 공급을 본격화하고 있는 데다 다수의 중국 제품도 가격 경쟁력(3만원대)을 무기로 국내 유입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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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담는 새로운 시도 | VR 콘텐츠는 컴퓨터 그래픽(CG)과 실사 촬영으로 만들어진다. 이 가운데 CG 기반 VR은 전문가의 영역으로 두고, 실사 촬영을 거치는 콘텐츠 제작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요즘 가장 주목받는 대중적 VR 콘텐츠의 하나인 360도 영상을 일반인도 충분히 만들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360VR로 불리는 동영상 제작에는 2개 이상의 렌즈를 활용하는 카메라 촬영과 다소 생소한 편집 과정인 스티칭, 그리고 후반 편집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스티칭은 ‘꿰매다’라는 뜻에서 유추되듯 카메라 여러 대에서 생성된 개별 영상을 하나로 이어 360도 영상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우선 실사 VR 영상 촬영에 사용되는 카메라는 리그 타입과 올인원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입체 영상 전문가 그룹이나 제작사가 주로 쓰는 리그 타입은 여러 대의 소형 카메라 또는 렌즈를 하나의 본체에 균일하게 장착해 360도로 촬영되도록 한 것으로, 고품질 영상을 약속하지만 시간과 비용 면에서 부담이 큰 편이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눈여겨볼 타입은 바로 올인원이다. 삼성전자의 ‘기어360’, LG전자의 ‘LG360캠’, 펜탁스리코이미징의 ‘리코세타’, 니콘의 ‘키미션’처럼 비전문가도 VR 영상을 쉽게 촬영할 수 있게 통합 소형화한 제품이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 앞뒤로 내장된 어안렌즈 2개를 통해 촬영하며, 와이파이로 스마트폰과 연결해 무선 전송까지 가능한 제품도 있다.
VR에 흥미가 있다면 일단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헤드셋부터 손에 넣어야 한다. 게임에 관심이 많고 가격에 저항감이 적은 편이라면 오큘러스나 플레이스테이션의 헤드셋을,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360도 영상 중심의 VR 콘텐츠를 즐기고 싶다면 기어VR 같은 스마트폰 결합형 헤드셋을 구입하는 게 좋다. 스마트폰 결합형 헤드셋은 보통 렌즈 2개가 내장된 본체와 스마트폰을 탑재하는 데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데크에 자신의 스마트폰을 장착,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구동한 뒤 밀어 넣으면(슬라이딩 방식) VR 콘텐츠 체험이 가능하다. 헤드셋을 이용한 VR 체험에는 앱이나 프로그램의 구동이 필요하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별도의 영상, 음악 전용 앱을 사용하듯 모바일 앱스토어에는 VR 전용 앱이나 관련 콘텐츠 재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현재 가장 다양한 360도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 유튜브 외에도 ‘Vrideo’ ‘Littlstar’ ‘Jaunt VR’처럼 일반인도 자신의 VR 영상을 올려 공유할 수 있는 동영상 앱이 인기를 끈다. ‘VR플레이어’ ‘360VR’ ‘Kolor Eyes’ 같은 범용 VR 영상 플레이어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폰에 저장한 영상 파일을 불러와 시청할 수 있다. 헤드셋으로 VR 영상 시청 시 느끼는 화질은 사용 중인 스마트폰 화면의 해상도와 통신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콘텐츠를 좀 더 좋은 화질로 보고 싶다면 가능한 한 스마트폰에 파일을 내려받아 구동함으로써 화질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물론 향후 네트워크 품질이 더욱 향상된다면 다운로드의 필요성은 줄어들 것이다. 헤드셋이 없다고 VR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올라온 360도 영상들은 PC 브라우저(크롬, 파이어폭스 등)와 스마트폰 앱에서 마우스나 키보드, 터치를 통해 방향을 조정하며 볼 수 있다.
VR은 새로운 대중적 콘텐츠 소비 형식의 도래를 알리며 게임은 물론 관광, 교육, 엔터테인먼트, 의료, 예술, 성인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 조금 관대한 마음으로 VR의 문을 두드려보자. 세상을 보는 새로운 창(窓)이 열릴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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