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금싸라기 땅, 금값 등 값비싸거나 귀하다는 뜻의 대표적 수식어. 노란빛 광택이 나는 대표적인 귀금속으로, 일정한 가치가 매겨져 화폐로도 쓰였고, 이 광물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연금술을 탄생케 하기도 했다. 너무나 오랜 시간, 당연히 소중한 것이라 여겨왔기에 그 가치를 언급하는 일조차 어색한 금. 그런데 이토록 값진 광물을 화장품 성분으로 쓴다니 놀라웠다. 도대체 어떤 효과가 있기에 금고에 숨겨두어도 불안한 금을 피부에까지 바르게 된 걸까? 금을 몸에 바른 역사는 생각보다 더 오래됐다. 고대 로마에서는 피부 궤양에 금을 함유한 연고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아직도 미의 여신이라 추앙받는 클레오파트라는 밝은 안색을 위해 매일 밤 금 마스크를 한 채 잠자리에 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알렉산드리아의 연금술사들은 금이 체내에 공급되면 생기가 돌고 활력이 넘치며 젊음을 되찾아준다고 믿었다. 심지어 5000여 년 전 이집트인은 정신과 육체, 종교적 정화를 위해 금을 먹기도 했다고. 금을 신뢰한 흔적은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선 시대 대표 의학서 <동의보감>에는 금은 세상 만물 중 변하여 없어지지 않는 유일한 것이며, 몸속의 유독 물질을 배출하는 해독 작용을 하고, 신경 안정과 피부 정화 작용, 순환기 질환에 효과적이라 쓰여 있다. 현대 과학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금은 인체에 무해하고 전기 전도가 뛰어나, 순금을 피부에 적용하면 생체 전류의 이동을 조절, 피부 생리 기능을 원활하게 해준다고 한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금의 효능을 말하는 각종 자료를 읽다 보니 얼마 전 리파 캐럿 페이스 마사저의 선풍적 인기가 새삼스레 떠올랐다. 오래 서 있어 붓고 붉어진 다리를 마사저를 이용해 대여섯 번 훑어주면 순환이 촉진돼, 순식간에 피부색이 환하게 변하던 홈쇼핑의 한 장면이 스쳤다. 쇼 호스트의 설명에 따르면 마사저의 소재가 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금은 미세한 전류를 통해 이온을 방출하는데, 이 이온이 피부 세포를 자극해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이 인기에 힘입어 다른 뷰티 브랜드에서도 도금 애플리케이터를 탑재한 다양한 형태의 뷰티 디바이스와 마사저를 속속 출시했다. 금 성분에 관심을 갖고 보니 에디터의 화장대에도 금이 널려 있었다. 단순히 금색인가 보다 하고 지나친 아이크림의 애플리케이터도 도금한 것이었고, 일반적인 피그먼트라고 생각한 스킨케어 속 반짝이는 성분도 알고 보니 24k 순금이었다. 내가 이렇게 사치스러운 스킨케어를 하는 여자였다니! 그간 이 금으로 내가 무슨 효과를 봤던 것일까? 스킨케어에 함유된 금 역시, 금 소재 마사저처럼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안색을 밝히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도 다른 유효 성분의 흡수를 돕는 부스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보통 프리미엄 라인 안티에이징 화장품의 성분으로 쓰이는데, 다른 진귀한 성분을 함유할수록 그 성분을 피부에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에스테틱 숍에서도 역시 골드 테라피는 최고급 코스로 꼽힌다. 식스뷰리팁스의 황지희 대표는 테라피에 앞서 간단한 사상체질 테스트를 거쳐 음의 체질인지, 양의 체질인지를 파악한 후 체질에 맞는 오일을 선택하고, 이 오일에 24k 순금 박을 섞어 마사지에 활용한다. “금박을 섞으면 쉽게 처지고 피부 속 영양분이 부족한 음 체질은 피부가 성분을 머금을 수 있도록 돕고, 근육이 쉽게 굳고 정체된 에너지가 많은 양 체질은 디톡스 효과를 볼 수 있어요”라고 골드 테라피에 대해 설명했다. 혹시 금이 맞지 않는 피부도 있지 않냐고 묻자, 오랜 시간 골드 테라피를 해왔지만 금 때문에 알레르기 등 부작용 반응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며 금의 안전성에 대해 믿음을 보였다. 주로 40대 이후 탄력 저하가 고민인 분에게 추천하지만, 피부 상태에 따라 나이에 상관없이 골드 테라피를 권하는 경우도 많다고. 차앤박피부과 김명환 대표원장도 금 성분은 피부 타입에 상관없이 두루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단, 피부 침투율에 관여하는 성분이니만큼 금을 제외한 화장품 속 다른 성분이 내 피부 고민에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했다. 이는 금의 부스팅 효과가 본인 피부에 맞지 않는 성분을 피부에 더 깊게, 많이 흡수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다시 말하면 금 자체가 아니라, 금과 함께 화장품에 녹아든 다른 성분이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 화장품에 쓰이는 보석은 금 말고도 다이아몬드, 플래티넘, 진주, 투르말린, 사파이어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모두 피부 활성화 에너지를 공급하고, 일부는 금처럼 피부 정화 작용에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지고 널리 쓰이는 것이 금이다. 오랜 시간 굳건히 여러 분야에서 왕좌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금. 겨울철 건조함이 남긴 푸석함과 미세먼지의 공격에서 벗어날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면 기원전부터 내려온 ‘금 바르기’ 역사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지.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RECOMMEND LIST

1 MAKEON 턱 라인과 데콜테, 목 뒤를 마사지하면 미세한 진동으로 림프를 자극해 혈행을 개선한다. 도금 애플리케이터가 스킨케어 제품의 흡수를 돕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클렌저 겸 마사저. 23만원. 2 LA PRAIRIE 24k 순금의 힘을 고스란히 담은 세럼으로, 칙칙함, 주름, 탄력 저하 등 노화 증상을 개선한다. 쎌루라 레디언스 컨센트레이트 퓨어골드 30ml, 79만8000원. 3 CHANTECAILLE 금을 나노 입자로 만들어, 실크 미세 섬유 캡슐에 담은 안티에이징 크림. 뛰어난 보습·항산화·항염·재생 작용으로 젊고 생기 있는 피부로 가꿔준다. 나노 골드 에너자이징 크림 50ml, 7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