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 요즘 연애하지?
오랜만에 모임에 나가보면 점쟁이라도 된 것처럼 이런 말을 건네는 사람이 종종 있다. ‘그냥 인사말이겠지’ 하고 지나쳤다가도 알고 보면 사실인 경우가 많아서, 어릴 땐 이런 ‘언니들의 촉’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것이 단순히 촉 때문만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변화의 징후가 관찰력이 좋은 내 눈에 포착되기 시작한 것.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적든 많든, 사랑에 빠진 사람은 누구나 급격한 감정 변화와 함께 다양한 정신적·신체적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것이 곧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연애 상태를 알리는 힌트가 되곤 한다. 단순히 옷차림과 말투의 변화뿐 아니라 표정과 인상, 안색까지 바뀌기 때문. 외모를 가꾸는 데 공을 더 쏟고 표정이 밝아지니 전보다 예뻐 보이는 게 당연하다곤 해도, 왠지 모르게 피부색과 결까지 좋아 보이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 그리하여 피부과 전문의에게 ‘사랑을 하면 진짜 피부가 좋아지는지’ 여부부터 묻기로 했다. “기분이 좋거나 사랑을 하면 옥시토신이나 엔도르핀과 같은 호르몬이 대량 방출됩니다. 이 호르몬으로 인해 피부 속 근육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덜 나오게 돼, 안색이 맑아지고 표정도 밝아지며 피부가 젊어지죠.” 더뷰클리닉의 임문정 원장은 기습적인 질문에 당황해하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해답은 호르몬에 있었구나

‘호르몬(Hormone)’이란 단어는 흔히 들어왔지만, 그 정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스어로 ‘자극하다, 일깨우다’란 뜻을 가진 호르몬은 정신과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인체 구석구석에 정보를 전달하고 자극하는 일종의 화학 물질. 주된 역할은 성장과 발육, 생식과 미용, 환경 적응, 에너지의 생산과 저장, 정동(일시적으로 치솟는 감정)과 지성에 관여하는 일이다. 그리고 체내에 존재하는 80여 종의 호르몬 중 ‘사랑’과 관련된 호르몬은 총 4가지. 먼저 ‘사랑과 창조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Dopamine)은 뇌 속에 감동과 쾌감이 생기게 하는 신경 전달 물질로, 좋아하는 사람이 눈앞에 나타남과 동시에 대량으로 분비된다. 이어서 천연 각성제인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의 수치가 올라가게 되는데 이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행복감에 빠지게 하며 흥분과 긴장, 유쾌함이 밀려와 상대의 결점이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사랑이 첫 만남 때처럼 늘 뜨거울 수만은 없는 법. 만남이 길어지면 페닐에틸아민의 수치는 떨어지고 옥시토신(Oxytocin) 호르몬이 그 바통을 이어받게 된다. 오랜 연인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옥시토신은 이성과의 신체 접촉 시 애정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줄여 신체와 정신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가져다준다. 마지막으로 엔도르핀(Endorphin)은 동물의 뇌 등에서 추출되는 모르핀과 같은 진통 효과를 가진 물질로, 사랑을 하는 내내 분비된다. 쉽게 말해 콩깍지를 유지시켜주는 호르몬으로, 슬픔과 고통을 잊고 쾌락과 극치감을 느끼게 해 남녀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사랑을 하면 분명 예뻐진다!

사랑의 감정과 호르몬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제 이 호르몬들이 피부 변화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지만 파악하면 ‘예뻐지는 호르몬’에 대한 답은 거의 나온 셈. 전문가들의 소견에 따르면 도파민과 페닐에틸아민, 베타 엔도르핀 같은 물질은 자율신경을 활성화하고 내장의 활동을 촉진해 혈액순환을 좋게 해준다. 이런 물질이 몸에서 잘 분비되면 얼굴에 활기가 넘치고 피부에 윤이 나면서 눈빛에 생기가 돌게 되는 것. 또 행복한 순간에 나오는 웃음은 엔도르핀 생성을 돕는 카테콜아민의 분비를 증가시켜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화학 물질, 즉 플라스마, 코르티솔, 에피네프린 등을 감소시킨다. 이로써 신체적·정신적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된다. 한편, 사랑의 감정은 여성을 더욱 여성스럽게 만들어주는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의 분비도 촉진한다. 실제로 연애를 하면서 끊겼던 월경을 다시 시작했다는 사례는 사랑의 감정이 여성 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는 단적인 증거. 알다시피 에스트로겐은 피부의 색깔과 탄력, 윤기에 긍정적 효과를 주는 호르몬으로, 이것의 증가는 곧 피부 트러블 감소로도 이어진다. 이상의 내용만 봐도 여성의 피부에 젊음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것 역시 ‘사랑의 위대한 힘’임을 알 수 있지 않나. 그러니 싱글족들이여, 더 이상 연애를 하기 위해 피부 관리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당신의 지금 여기서의 모습을 좋아해주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아름다움은 자연스럽게 찾아올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