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은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한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TD4는 이 말이 옳다는 것을 입증했다. 새로운 심장인 인제니움(Ingenium) 엔진은 올해 다섯 살이 되는 이보크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 차로 만들어버렸다. 지금 봐도 미래에서 온 듯한 디자인의 이보크이지만, 그 안의 엔진은 오히려 과거의 유물이었다. 포드 산하에 있던 시절에 물려받은 듀라토크(Duratorq) 엔진을 고치면서 사용했던 것. 세련된 디자인의 이보크가 상상을 뛰어넘는 오프로드 성능을 보이는 것도 놀라웠지만, 시동을 걸면 들려오는 걸쭉하고 고전적인 디젤 엔진 소리가 또 다른 놀라움을 준 것도 사실이었다. 차가운 도시 남자인 줄 알았는데 말을 시켜보고는 구수한 사투리에 깜짝 놀라는 것처럼. 비록 구수한 목소리만큼 두툼한 저속 토크와 끈끈한 회전 감각이 오프로드에는 잘 어울렸지만 말이다. 새로운 인제니움 심장을 단 이보크는 외모에 어울리는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섬세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완벽한 도시 남자가 되었다. 이전보다 작아진 진동과 소음은 세련된 이보크의 디자인에 더없이 어울리며, 가속 페달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스포티한 엔진은 복잡한 도심에서 교통의 흐름을 선도하는 민첩함으로 연결된다. 단지 엔진 하나 바꿨을 뿐인데 차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인제니움 엔진은 재규어 랜드로버가 5억 파운드(약 9천억원)를 투입해 새롭게 개발한 모듈형 엔진이다. 500cc 실린더 ‘모듈’을 자유롭게 붙이거나 뗄 수 있는 인제니움 엔진은 이보크의 4기통은 2L 엔진이지만 앞으로 3기통 1.5L, 6기통 3L 엔진 등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모듈화 덕분에 여러 엔진이 함께 사용하는 부품이 많으니 부품 하나하나는 고급으로 만들어도 개발비가 절약된다. 그 덕분에 훨씬 정밀해진 인제니움 엔진은 이전 디젤 엔진보다 내부의 저항을 17%나 줄일 수 있었다.

1 새로운 이보크의 시트는 모델에 따라 그레인 가죽과 옥스퍼드 가죽으로 제작된 시트로 제공된다. 간단한 터치스크린 조작을 통해 다양한 색상 중에서 원하는 조명을 선택할 수 있으며, 밝기도 조절할 수 있다. 2 레인지로버 이보크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인 9단 자동 변속기는 세밀하게 세팅된 기어비와 경량화가 특징이다. 3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는 더욱 날렵해지고, 새로운 그릴 디자인은 대담한 패턴으로 전면부를 강조한다. 4 모든 모델에 적용된 인텔리전트 4륜구동 시스템은 드라이빙 컨디션에 적합한 최적의 그립과 균형감을 제공한다.

엔진이 매끄럽게 돌아가니 기름은 덜 먹고, 성능은 향상되고, 게다가 부드럽고 조용하기까지 한 것이다. 단순히 인제니움 엔진이 이전 엔진보다 24kg 가볍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제니움은 값비싼 프리미엄 디젤 엔진이었던 것이다. 엔진을 바꾼 것이 새로운 이보크의 전부는 물론 아니다. 페이스리프트는 미모를 되살리는 성형외과의 용어이니까. 이번 성형 수술의 주제는 선명함이다. 헤드라이트와 주간 주행등, 그 아래의 안개등, 그리고 테일라이트는 모두 LED로 선명하다. 앞뒤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간결해졌지만 반대로 또렷하다. 새로운 휠 디자인도 선명한 선이 돋보인다. 이 정도의 페이스리프트도 기왕에 독보적인 이보크의 디자인에 생기를 불어넣는 데 충분하다. 많은 페이스리프트가 원래 디자인을 훼손하는 데커레이션의 나락으로 떨어진 것을 생각하면 정말 다행이다. 이보크의 인테리어도 한결 고급스러워졌다. 대시보드는 상어 가죽 같은 독특한 소재로 감쌌고, 붉은 스티치는 산뜻한 악센트를 준다. 밋밋하던 계기반은 선명하고 입체적인 다이얼과 중앙 디스플레이로 경쾌해졌다. 지붕 전체를 강화유리로 만든 풀 사이즈 파노라마 선루프가 주는 개방감은 낮은 지붕에 혹시라도 답답했을 당신을 위한 최고의 배려다. 다양한 인테리어 색상과 내장재는 이보크가 프리미엄 브랜드인 레인지로버의 가족임을 진하게 느끼게 한다. 그렇다. 이보크는 레인지로버다. 레인지로버는 오프로드의 롤스로이스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브랜드이다. 비록 차도남처럼 생긴 막내이지만 이보크도 깊이 50cm의 물을 통과할 수 있고 다양한 노면에 대응하는 터레인 리스폰스 시스템 등을 갖춘 본격적인 오프로더이다. 그리고 레인지로버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레인지로버다. 3도어 SUV,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컨버터블 SUV 등 이보크는 레인지로버와 SUV의 지평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