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은 음식, 특히 와인에 대한 높은 식견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10월 21일, 샤토 무통 로칠드가 이우환 작가의 라벨을 단 2013년 밀레짐을 발표했다. 이 와인 명가에서는 포도를 수확해 와인을 주조한 후 오크 통에서 22개월간의 숙성 과정을 거친 다음 출시하는데, 이 때문에 그의 그림은 2013년산 와인으로 태어난 것이다. 이우환은 백남준과 더불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로, 샤토 무통 로칠드 2013년 밀레짐 라벨에는 그의 주요 작품인 ‘조응’ 시리즈 중 한 작품이 담겨 있다. 다만 그가 평소에 그리던 회색빛의 점 대신 자줏빛 점을 사용해 와인의 섬세한 빛깔을 스펙트럼처럼 표현했다. 1956년 서울대 미술 대학을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 대학교에서 철학 석사를 마친 작가는 지금도 프랑스와 일본, 한국을 오가며 40여 년간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작가는 미술 이론가이자 화가이기도 하지만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와인에 대해서는 전문가 못지않은 높은 식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햇살의 혜택을 충분히 받는 천혜의 환경과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한 테루아, 그리고 모던과 전통이 어우러진 생산 방식을 고수하는 샤토 무통 로칠드는 보르도 5대 와인으로 꼽히는 클래식한 럭셔리 와인을 생산한다. 1855년, 창업자인 나다니엘 드 로칠드는 프랑스인이 아닌 영국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와인이 2등급을 받은 데 크게 실망했다. 이후 51년간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1등급 와인으로 승격했고, 이를 축하하는 한편 피카소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피카소의 수채화를 그해의 와인 라벨에 채택했다. 컨템퍼러리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라벨로 사용하는 것이 샤토 무통 로칠드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그때부터다. 세자르, 달리, 미로, 샤갈, 워홀, 술라주, 베이컨, 쿤스 등 당대 최고의 대가들이 그 작업에 함께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샤토 무통 로칠드는 작가에게 돈으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 대신 작가가 디자인한 와인 두 박스와 다른 작가가 디자인한 와인 두 박스를 증정한다. 무통 로칠드 측에 2013년 이우환 작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내추럴한 재료와 심플한 형상을 통해 심오한 아트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한 작가의 깊은 내면은 저장고 안에서 참을성을 가지고 견뎌낸 훌륭한 와인이 추구하는 바와 같다.” 예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샤토의 변함없는 철학은 작가와 와인을 모두 빛나게 하며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끌어낸다. 이번 연말에는 이우환 작가의 라벨이 있는 와인을 들고 “건배”를 외치며 그를 위해 축배를 들어보심이 어떨지. 와인은 블랙 체리와 산딸기 향의 풍미, 바닐라와 초콜릿 향의 뉘앙스, 깊고 아름다운 컬러로 이에 화답할 테니 말이다.

1 이우환 작가의 라벨을 단 샤토 무통 로칠드 밀레짐 2013. 2,3 샤토 무통 로칠드의 유서 깊은 와이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