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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치 않은 듀오

음유시인으로 통하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2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르는 그는 혼자가 아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편한 파트너라고 강조하는 그의 딸 릴리와 함께다. 이 부녀 듀오는 어디까지 통할까.

2015.08.21

 

<세상의 모든 아침>이라는 영화가 있다. 17세기 프랑스의 뛰어난 비올 연주자 마레와 그의 딸 마들린, 마레에게 비올을 배우겠다고 찾아왔다가 마들린과 사랑에 빠진 야심만만한 청년 마랭의 이야기다. 지금은 고악기가 되어버린 비올의 아름다운 선율 사이로 세 사람의 음악에 대한 집념과 사랑, 배신, 용서 등이 아름답게 수놓듯 이어지는 영화다.

 

뜬금없이 영화 이야기를 꺼내는 까닭은 올가을 내한하는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 그의 딸 릴리 부녀의 공연 때문이다.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 마이스키는 그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파트너라고 강조하는 큰딸 릴리와 동행하는데, 첼리스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딸, 그리고 그들이 이번 내한 연주에서 올리는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Viola da gamba Sonata in g minor, BWV 1029)’를 보니 그 영화가 떠올랐다. 비올라 다 감바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 유행한 현악기로 비올, 또는 베이스 비올이라고도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좋아한 악기이고(실제로 그는 명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였다), 저음의 그윽한 선율이 아름다워 바흐가 음악으로 만든 작품이다. 고(古)악기에 속하는 비올라 다 감바는 최근에 다시 복원되어 연주되고 있는데, 첼리스트들이 연주의 주를 이룬다. 마이스키가 이번 내한 공연에서 이 곡을 비올로 연주할지 첼로로 연주할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눈빛만으로도 통한다’는 세상에 하나뿐인 부녀 듀오, 미샤와 릴리의 연주가 어떨지 기대되는 바다. 

 

 

필자가 마이스키를 처음 마주한 건 오래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 인근의 소도시 크로넨베르크에서 열린 카잘스 페스티벌에서였다. 20세기 첼로의 거장 카잘스를 기리는 축제이니만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첼리스트와 첼로 음악 팬이 몰려들었다. 마이스키는 익히 듣던 대로 무념무상의 무표정한 모습이었고, 고요했다. 그런 무색무취의 표정이 첼로 앞에 앉자 더없이 온화하고 풍성해지며 부드러운 선율을 피워냈다. 마술 같은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미샤 마이스키의 무표정에 관해서는 많은 시선이 있다. 그중 가장 큰 줄기는 그가 유대인이라는 것, 또 그런 출신 성분과 구소련 시대 예술가였음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한동안 서구에서 유대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쉽지 않은 고행이었다. 거기에 더해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주의 체제는 그를 더 옥죄었을 것이고.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태어난 마이스키는 1965년 전 소련음악콩쿠르에서 6위로 입상한 뒤 모스크바음악원 교수인 로스트로포비치에게 발탁되면서 촉망받는 첼리스트로 떠올랐다. 앞날이 활짝 열린 듯해 보인 그에게 먹구름이 드리운 건 1969년 누이가 이스라엘로 망명하면서부터. 이것이 문제되어 마이스키는 14개월간 강제 수용소에 갇혔고, 이어 2개월간이나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고초를 겪는다. 결국 그를 아낀 주변의 도움으로 1971년 빈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마이스키의 첼로 인생은 다시 꽃피울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 이유는 그런 역경을 거치면서가 아닐까. 시적인 감성, 폭풍 같은 격정으로 그의 음악이 정리되는 이유라고도 하겠다. 하지만 무표정에서도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한 선율을 끌어내고, 그 따뜻한 첼로 음색만큼이나 가족을 사랑하는 자애로운 아버지이자 남편이 미샤 마이스키다. 슬하에 6남매를 둔 마이스키는 자녀들에게 자신의 음악성을 물려주었다. 그중 큰딸 릴리가 피아니스트로, 둘째 아들 사샤는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오래전부터 가족 트리오를 구성하고 싶어 하던 마이스키의 바람대로 이들은 마이스키 트리오를 결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마이스키와 릴리가 함께하는데, 이미 소개한 바흐 외에도 쇼스타코비치 첼로 소나타, 부르흐의 콜 니드라이, 데 파야의 스페인 민요 모음곡 등 첼로 음악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레퍼토리를 만날 수 있다. 한 곡 한 곡 모두 ‘노래하는 첼로’ ‘인간 혼을 연주하는 음악’ 등 다양한 수식어와 극찬을 받는 마이스키의 매력이 한껏 드러나는 곡들이다. 9월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 이 글을 쓴 최영옥은 음악평론가이자 <최영옥과 함께하는 클래식 산책>의 저자이다.

CREDIT

EDITOR / 최영옥 / PHOTO / 크레디아 / THE NEIGHB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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