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주부에서 인테리어 전문가로 변신한 ‘마리아쥬 드 미애’의 홍미애 대표. 

기업 정보 상세 보기 1위, 2014년 서울 디자인 페어 개최 중 가장 많은 관람객으로 연일 화제, 라이프 매거진 에디터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인테리어 리빙 업체 ‘마리아쥬 드 미애’ 대표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홍미애. 인테리어와 건축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다크호스 홍미애야말로 전문가가 아닌 전인(全人)이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말대로 평범한 가정주부에서 가장 핫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아니 라이프 스타일리스트가 된 상징적인 인물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최고의 보석 브랜드 VIP 클래스 강연을 위해 부산 센텀시티 백화점에 갔다. 비슷비슷한 명품 차림의 고객 가운데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것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워싱된 가죽 점퍼와 프라다 A라인 스커트에 에르메스의 가죽 목걸이와 버킨백으로 마무리한 차림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쌤. 진짜 팬이라예.” 최강의 사투리로 애교를 부리는 그녀의 말에 기분이 좋아져 입고 계신 가죽 점퍼가 예쁘다고 대충 응답했다. “쌤. 이거 제가 만들었어예.” 그녀가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자마나 나는 진심을 담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스타일링이 훌륭하세요.” 그리고 얼마 후 또 다른 보석 브랜드 클래스를 위해 다시 부산에 내려갔다. 이번에는 내가 그녀를 초대했다. 그녀가 무슨 옷을 입는지 다시 보고 싶어서다. 

직업 특성상 정말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중에는 유명 연예인과 재벌도 있고, 스타일 관련 전문가도 있다. 모두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이지만 내가 감동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홍미애의 스타일은 소녀스럽지만 유치하지 않고, 고급스럽지만 사치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쉬울 것 같지만 상당히 어려운, 독특한 러블리 스타일이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점은 언제나 에르메스로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가죽 팔찌나 승마 목걸이, 스카프나 백이 주요 포인트다. 모든 이들이 들고 다니는 에르메스 가방을 얘기하자는 게 아니다. 에르메스를 자기만의 프로방스풍으로 연출하는데, 그런 스타일 감각은 처음이었다. “쌤한테 칭찬받으니 정말 좋아예. 이참에 한번 저희 집에 와보이소. 꼭 초대하고 싶네예.” 모든 시작은 그때부터였다. 그녀의 집을 본 난 그녀가 그냥 집에 있을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녀의 집은 홍미애의 DNA가 고스란히 드러난, 빼어난 쇼룸이었다. 

1 RHK에서 출간한 <홍미애의 집, 그리고 살림>. 홍미애 대표가 직접 리모델링한 집을 소개하는 책이다. 2 홍미애 대표가 작업하고 있는 인테리어 도면. 3, 4 소녀 감성의 프로방스풍을 묵직하고 고급스럽게 풀어내는 것이 홍미애 스타일이다. 

묘한 집이었다. 아파트인데도 현관문이 굉장히 크고 넓었다. 들어가니 아파트치고 천장이 꽤 높은데, 그게 또 다락방처럼 비대칭으로 내려오고 모두 나무로 마감되어 있었다. “즈거 다 미송이라예. 문짝부터 다 미송을 써서 아늑한 거라예.” 그뿐일까. 집 안에 있는 모든 문짝의 손잡이마저 예사롭지 않았다. 파리의 벼룩시장에서 각기 다른 문고리를 많이 봤어도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아이고 마, 이거 내가 서울 논현동에 가서 모두 다 맞춘 기라예. 다 내가 디자인해서 맞춰서 모양이 달라예.” 모든 손잡이를 다 맞추었다니 그녀의 극성이 새삼 놀라웠다. 화장실에 가서 보니 세수 수건이 또 예사롭지 않다. 하얀 면 수건에 면 레이스가 장식된 수건, 이건 구입한 것이 아니다. “혹시…?” 그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다. “아이고 마 즈거 동대문서 맞추는데 미니멈이 500장이어서 할 수 없이 대량 주문했어예. 쌤 좀 드릴 테니 가져가이소.” 그녀가 점심을 먹으라며 밥을 차려주었다. 이제 놀람은 기대로 변했다. 나무 쟁반에 유기그릇과 도자기가 섞인 점심 밥상. 어디 레스토랑에 가도 이런 식사는 하기 어렵다. 

이 여자는 집에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하도 우리 집 보고 예쁘다 케서 내 몇 채 꾸며주었더니 반응이 좋아 마 작은 사무실 하나 꾸렸어예.” 이 정도라면 그냥 취미 생활이 아니었다. 그러고 몇 년이 지나도록 나는 그녀만 한 공간 스타일리스트를 만나지 못했다. 어느 날 이른 아침에 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생님. 정말 그 재능을 살리세요. 모든 사람들이 아주 작은 숍에서 시작해 꾸준히 키우면서 커다란 브랜드로 만들어요. 선생님은 할 수 있어요.” 그녀는 망설였다. 그리고 며칠 뒤에 전화가 왔다. “서 이사. 그럼 한번 해볼까예.”

2012년 11월에 부산에 ‘마리아쥬 드 미애’가 오픈했다. 해운대가 보이는 상가 안에 복층으로 된 아틀리에 겸 숍이 오픈하자 바로 화제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집 한 채가 고스란히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침대와 세면기구, 거실, 서재, 옷방이 모두 축소되어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이루어 연출되어 있다. 그리고 홈메이드 쿠키까지 판매했다. 마리아쥬 드 미애에는 홍미애의 라이프가 담겨 있었다. 그녀의 인테리어는 천연 목재를 사용한 아늑하고 편안한 스타일이다. 요즘처럼 북유럽 스타일이 대세인 가운데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한다. 특히 그녀의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 소녀스러운 프로방스풍이지만 굉장히 묵직한 느낌이 든다.

1, 2 자신만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나는 홍미애 대표의 공간. 3 홍미애 대표의 집과 사무실에는 문마다 각기 다른 손잡이가 달려 있는데, 그녀가 직접 제작한 것들이다. 4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홍미애 대표. 그녀가 좋아하는 목재로 짠 커다란 책장이 눈에 띈다.

“아이고 마. 천연 목재로 만들고 싶은데 나무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전국 목재 회사는 다 돌아댕겼지예.” 나왕, 집성목, 물푸레나무 나무 등이 있지만 그녀가 유난히 좋아하는 나무는 미송이다. 미송은 잘 뒤틀려서 사용하기 쉽지 않으나 부드럽고 우아하다. 인테리어 전문가도 아니고 대학에서 전공한 것도 아닌 그녀가 외국 서적과 자신의 꿈만 가지고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고생도 많았다. 고집불통 목수와 철물점 장인을 상대로 아줌마가 나서니 누가 제대로 상대해주었겠나. 이제는 전문 목수와 팀이 있어 전국을 누빈다. 

부산에서 인기를 얻자 여러 군데서 투자자가 나섰다. 서울 청담동에 오픈한 후 지금은 다시 논현동 가구거리로 자리를 옮겨 인테리어, 건축 사무실을 오픈했다. 그녀는 지금 부산 종합병원을 만들고 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고, 돌진하고, 도전하고, 파헤친다. 사람들은 지금의 그녀만 보고 부잣집 마나님이 남편 돈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RHK(랜덤하우스)에서 <홍미애의 집, 그리고 살림>이라는 책도 냈으니 보기엔 화려하고 성공한 삶이다. 그러나 그녀도 서울에서 몇 번이고 참담한 실패를 겪고 다시 부산으로 쓸쓸히 내려가야 했던 적도 있다. 다시는 일을 안 하겠다고 교회 봉사만 한 적도 있다. 그저 친지들과 주변 사람들 부탁만 들어주는 것이 자신의 한계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다시 속에서 꿈틀거리는 뜨거운 열정을 참아내지 못했다. 다시 몸을 추스르고 마음을 다잡기를 반복하며 지금의 ‘마리아쥬 드 미애’가 탄생한 것이다. 

“마리아쥬는 결혼이라는 뜻이라예. 언제가 모든 사람이 결혼할 때 혼수부터 집 안 인테리어 설계까지 다 내가 해주는 것이 꿈이라예. 힘들어도 느무 행복하고 기쁘니 어찌 감사하지 않겠어예. 그리고 언제나 묵묵히 응원해주고 나를 믿어주는 우리 남편 때문에라도 성공해야지예. 쌤도 우리 신랑처럼 좋은 사람 만나면 좋을 낀데.” 제주도로 서울로, 대구로 종횡무진 움직이는 그녀의 꿈은 작고 아름다운 교회를 짓는 거다. 갓 결혼한 새댁처럼 그녀는 자신의 꿈을 수줍게 말하며 오늘도 에르메스를 입고 공사장으로 나선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나는 홍미애 대표의 공간

- 이 글을 쓴 서은영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서은영의 세상견문록>의 저자이며, 최근 스몰 숍을 소개하고 여행을 이야기하는 www.polascope.com을 론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