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해 대표는 일러스트로 안드레아 판코네시의 스타일 에스프리를 표현했다. 

인생을 눈부시게 만드는 자락들은 ‘쉼표’를 찍는 순간에 있다고 믿어온 피렌체의 패션 사업가 안드레아 판코네시. 그와 만나며 생각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할지언정, 행복에는 마침표가 없다고.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방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 도시에 첫발을 디딘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왠지 모르게 피렌체에서라면 내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탈리아, 낭만 혹은 현실>에서 여행 작가 김영주는, 이탈리아를 제대로 맛보려면 북적거리는 사람들 한가운데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올해, 럭셔리 셀렉트 숍인 루이자비아로마와 메트로시티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나는 ‘피렌체의 속살’을 경험하는 특별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전 세계 패션 피플과 함께하는 패션 축제로 루이자비아로마가 주최한 ‘피렌체 포에버(FIRENZE4EVER)’ 행사를 통해 협업 제품을 선보이게 된 것. 그 중심에 선 안드레아 판코네시(Andrea Panconesi), 루이자비아로마의 대표를 만났다. 이탤리언답게 세련된 감각이 돋보이는 옷차림에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등장한 그는 나이에 비해 상당히 젊어 보였다. 내 인사에 “나는 여전히 28세다. 그것은 ‘진실(Truth)’이다”라고 강조한 그는 촬영 내내 재미난 포즈로 좌중을 활기차게 이끌었다. 그는 본인의 에너지 원천을 ‘호기심’과 ‘유머’라고 했다. 

그의 할머니인 루이사 여사가 1930년 아담하고 작은 모자 부티크로 문을 연 숍이 어느새 전 세계 패션 피플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파워풀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해,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루이자비아로마는 유명 브랜드와 유망 디자이너에 대한 패션 정보뿐만 아니라 예술, 음악, 건축 등 다양한 최신 문화 정보를 활발히 소개하는 SNS 활동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이른바 복합적인 문화 체험 현장으로 기능하는 온라인 사이트(LUISAVIAROMA.COM)를 구축한 것. 2014년 약 4400만 명의 방문자를 기록했고, 약 1억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을 만큼 성공적으로 온라인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오픈해 단숨에 해외 유명 트렌드세터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세계적인 스타일랩 프로젝트인 피렌체 포에버는 루이자비아로마의 자부심 그 자체. 전 세계에서 선정된 가장 영향력 있는 블로거와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헤어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사진가와 함께 팀을 이뤄 자유로운 스타일링을 펼쳐 보이는데, 각자의 블로그뿐 아니라 피렌체 포에버의 공식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에 ‘독창적인 스타일링’을 공개하는 흥미진진한 이벤트다. 다시 말해 스타일에 관한 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스타’들이 벌이는 감각 경쟁이라 하겠다.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피날레인 디너 파티. 1940년대 담배 공장에서 화려한 디너 파티가 열린 올해, 이탈리아의 주요 패션 트렌드세터뿐만 아니라 미소니와 페라가모가의 자녀들과 쥐세페 자노티, 카사데이 등 주요 브랜드의 대표들이 참석해 프로젝트의 성공을 축하해주었다. 

피렌체에 위치한 럭셔리 셀렉트 숍 루이자비아로마의 안드레아 판코네시 대표와 메트로시티 양지해 대표. 

1 GUCCI MUSEO Piazza della Signoria, 10 Tel. 39 055 7592 7010  2 VIA SAN NICCOLO 안드레아가 즐겨 찾는 피렌체의 쇼핑 거리 3 BUCA DELL’ORAFO Via del Girolami, 28 Tel. 39 055 213619 4 COCO LEZZONE Via Parioncino, 26/r Tel. 39 055 287178 

1 CESTELLO Piazza di Cestello, 50124 Tel. 39 055 264 5364  2 GUCCI MUSEO Piazza della Signoria, 10 Tel. 39 055 3 안드레아 판코네시 대표가 이번 피렌체 포에버 행사 마스코트 ’My Little Pony’ 앞에서 특유의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NDREA RECOMMENDS 
피렌체에는 역사적인 레스토랑도 정말 많다. 그가 즐겨 찾는 레스토랑은 3대에 걸쳐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자 진정한 홈메이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피렌체 티본 스테이크로 유명한 부카 델로라포(Buca Dell’Orafo),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트라토리아 중 하나인 코코 레초네(CoCo Lezzone), 피렌체에서도 손꼽히는 시푸드 레스토랑인 체스텔로(Cestello)를 추천했는데, 그중 코코 레초네는 영국의 찰스 황태자도 피렌체 방문 시 꼭 들르는 집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 세 곳 모두 가족이 대를 물려가며 운영해온 역사적인 레스토랑들이다. 이태리 전통 음식을 최상의 맛으로 제공한다” 며 애정을 표했다. 그 밖의 장소로는 구찌 뮤제오(Gucci Museo)를 추천했다. 하우스의 아코닉한 모티프와 심벌로부터 영감을 받은 복합 문화 공간으로 전시실과 자료 보관실, 북 스토어, 카페 등이 있다. 

안드레아 판코네시에게 가장 궁금했던 점은 명품 편집매장인 루이자비아로마가 어떤 꿈을 품고 피렌체 포에버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것인지였다. 자신의 삶에 빗댄 답을 내놓은 그는, “항상 급변하는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일하지만 정작 나는 피렌체 교외에 살아요”라고 전했다. 저녁 미팅이 없으면 집에 와서 가족과 함께 대화와 음식을 나누는 시간을 즐긴다는 그는, 날씨 좋은 주말이면 피렌체에서 한두 시간 거리의 바닷가로 자주 간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에 태어난 손자 덕분에 예전보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삼대에 걸쳐 일구어온 패밀리 비즈니스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이 있어서라고 말한다. 

그렇다 해도 급변하는 패션업계에서 꾸준히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비즈니스 노하우가 궁금했다. 단순하고 명쾌한 답이 곧장 튀어나왔다. “트렌드를 좇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 미래적인 것, 그와 함께 가치 있는 것을 찾으려 애씁니다. 언제나 세상에 일어나는 일과 새로운 것에 대해 왕성한 호기심을 품고 탐색하는 일을 즐기죠.” 당연하겠지만 그런 그가 이끄는 루이자비아로마가 입점 브랜드를 선정하는 기준도 명확하다. 트렌드보다는 디자이너 본인의 색깔과 개성을 살려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갖추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세계적인 럭셔리 멀티숍을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수장답게 평상시 모던하고 미니멀한 스타일을 즐겨 입는 멋쟁이인 안드레아는 한국 남성에게 전하는 스타일 팁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이태리 패션은 엄청난 역사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요. 한국 남성들도 이태리로 오세요(웃음).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반응을 체험하면 흥이 날 것이고, 그렇다면 더욱더 패션에 관심이 생기게 되겠죠? 그러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갈 수 있고요.” 덧붙여, 피렌체에서 매해 1월과 6월에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남 성복 박람회인 피티 워모(Pitti Uomo) 같은 경우 박람회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곳에 모인 참석자들의 패션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각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남성들이여, 무엇보다 ‘색’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유니크하고 심플한 스타일을 좋아하고, 오버된 디자인을 경계하며, 무엇보다 자신 의 개성과 색깔이 확연히 드러날 수 있는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밝힌 안드레아가 생 각하는 ‘멋쟁이’란 어떤 사람일까? 바로 “먹고 살고 자는 삶 자체를 패션과 함께하 는 사람들”이다. 그의 대답에서 느껴지듯이 안드레아는 뼛속 깊이 패션 DNA로 똘 똘 뭉쳐 있다. 그리고 그 유전자에는 나고 자란 피렌체의 문화가 깃들어 있다. “두오 모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며 아름다운 플로렌스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루이자 비아로마 아파트의 루프톱으로 촬영팀을 안내한 안드레아는 프라이빗 파티를 열기 에 최고의 장소라고 극찬했다. 그는 피렌체의 진짜 매력을 찾는 사람들에게 “명품 브랜드도 많지만 산니콜로에 있는 클렛(Clet), 나딘(Nadine) 같은 빈티지 숍도 아주 훌륭해요. 메르카티노에서 빈티지 의류뿐만 아니라 유니크한 인테리어 상품도 자 주 발견할 수 있어요” 라고 팁을 준다. 또한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피렌 체에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박물관과 역사적인 명소가 너무도 많아 일일이 열거 하기도 어렵다며, 다만 자신은 “도시의 높은 빌딩과 아스팔트를 밟는 것보다 피렌 체의 오래된 돌길과 흙을 밟는 것을 즐긴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르네상스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피렌체 성령 교회’를 꼽는데, 바로 이곳에서 이번 루이자비아로마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인 디너 파티를 열 예정이라고. 행사에 초청된 이들에게 피렌 체에서만 누릴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서다. 

안드레아는 유한한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가 치 있게 쓸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하여 그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 법으로 컴퓨터나 잡지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항상 자신의 두 발로 돌아다니며 새로 운 것을 보고 느끼는 ‘활동’을 우선시한다. 그 안에 안드레아가 중시하는 ‘재미’가 있다. 안드레아는 성공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Style of Mind, Style of Life.” 성 공은 내 머릿속에,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성공을 행복과 연관시키고 싶어요. 행복은 상대적이죠. 나는 그다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요. 사소한 것에도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죠.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저는 참 성공한 사람이고 언제나 행복합니다.“ 미래는 또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현재에 고이 는 것들의 하나하나가 과거로부터 미래를 잇는 ‘지점’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점씩 방점을 찍어가며 부단히, 끈기 있게,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다. 패션은 곧 살 아 있는 동안에 불태울 수 있는 열정이다. 그러므로 즐기자고, 안드레아는 전 세계 를 향해 외치는 것이다. 

- 이 글을 쓴 양지해는 패션 브랜드 메트로시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CEO로서, 영감을 얻기 위해 전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그곳 사람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