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 백화점 내의 캐빈 룸에 들른 적이 있다. 크지는 않았지만 아늑하고 편안하게 꾸며놓았는데, 그때만 해도 정신없고 피곤한 곳으로만 여기던 백화점에 이렇게 조용히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생경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이 하나 있다면, 이 안락한 공간이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곳은 아니었다는 점. 모 뷰티 브랜드에서 운영하던 그곳은 ‘아주 중요한 고객’만을 위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뷰티 브랜드에서 저마다의 비밀스러운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이 이제는 공공연한 일이 되었다. 백화점이나 부티크 안에 작은 룸을 마련해놓기도 하고, 아예 특정한 장소를 정해 그들만을 위한 장소로 꾸미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그들’은 매출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아주 중요한 고객’, 즉 VIP다. 브랜드마다 선정 기준은 철저히 비밀로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일정 기준을 통과해 ‘VIP’란 자격을 얻은 만큼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 특별한 공간에서 특별한 타이틀을 쥔 이들이 누리는 혜택은 소규모 클래스에서부터 문화 이벤트까지 다양하지만, 뷰티 브랜드 특성을 살린 스파와 마사지 트리트먼트가 그 중심에 있다. 청담동에 자리한 라프레리 VIP 라운지는 복층 구조에 총 7개의 프라이빗 룸과 전 제품 라인을 테스트할 수 있는 라운지 및 파우더 룸으로 이뤄졌다. 이곳의 대표적 서비스인 ‘더 아트 오브 뷰티(The Art of Beauty)’는 페이셜 트리트먼트로 전 세계 6성급 호텔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라프레리의 풀 트리트먼트 프로그램이다. 

라 메르에서 운영하는 스파 드 라 메르 역시 제한된 VIP만 초대해 퍼스널라이즈 페이셜 트리트먼트를 제공한다. 이탈리아 불가리 호텔 밀란과 프랑스 파리의 파크 하얏트 호텔 스파에서 제공하는 트리트먼트와 동일한 프로그램인 만큼 고급스러움의 극치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 또 LA 멜로즈 플레이스에 위치한 케이트 서머빌 스킨 헬스 엑스퍼트 클리닉은 배우들이 큰 행사에 참석하기 전 피부 관리를 위해 찾는 곳으로, 케이트 서머빌 압구정 부티크는 이곳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동일한 ‘레드 카펫 트리트먼트’를 VIP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달팡에서는 본사 및 백화점 내 브랜드 캐빈 룸을 통해 숙련된 테라피스트와 특화된 스파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스파나 마사지가 뭐 별다를 게 있냐 싶을 수도 있지만 경험해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누리는 진정한 호사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또 그 호사는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