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부터) 잘빠진 헤드라이트와 독특한 전면 그릴은 세련되면서 날렵한 실루엣을 완성한다. 기어박스가 사라진 센터페시아. 버튼식 변속 시스템을 적용했다. 좌우를 일직선으로 가로지른 후미등 디자인은 과감하고, 감각적이다. 

링컨 MKZ 하이브리드는 달라진 링컨의 최종 진화본인 듯 하다. 분명 전통적인 미국의 프리미엄 세단과는 많이 다르 다. 알고 보면 링컨이라는 브랜드는 원래 열린 마음의 소유자였다. 보수적인 미국 지도층의 이미지를 대변하던 예전에도 링컨은 대표 모델인 컨티넨털에 전륜 구동을 사용 하는 등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MKZ는 링컨 브랜드의 변화를 주도한 도전자였다. 2007년 1세대 MKZ 가 링컨 브랜드에게 중형 시장의 문을 처음으로 열었고, 2세대는 당시에는 파격적이던 ‘두 개의 날개’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한 새로운 근미래형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의 3세대에 이르러서 그 디자인의 언어와 MK 시리즈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MKZ 하이브리드는 야누스다. 링컨이라는 미국의 대표 럭셔리 세단이 MKZ에서 미래형으로 바뀌었고, 하이브리드라는 친환경 파워트레인은 토요타의 기술에 바탕을 두었다. 즉, 보수적인 럭셔리 세단 시장에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고, 환경 보호와 경제성을 위해 포드는 경쟁사 토요타의 시스템을 빌려오는 파격을 감행한 것이다. 

앞모습은 자리를 잡은 스플릿 윙 라디에이터 그릴과 유려 한 차체 곡선이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했다. 하나 MKZ의 파격은 뒤에 있다. 트렁크 앞부분의 블랙 가니시 덕분에 앞 유리부터 트렁크 끝단의 20cm 전방까지 커다란 유리 한 장처럼 막힌 데가 없다. 쿠페처럼 말이다. 좌우를 일직선으로 가로지른 후미등도 붉은 수평선으로 켜지기 전에는 화이트 크리스털로 미래적이고, 대담하다. 

실내 역시 달라졌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대시보드부 터 뒷좌석까지 직선으로 연결되는 센터 콘솔이다. 변속 레 버가 있어야 할 곳도 매끈한 평면이라 시각적으로 막힘 없 이 시원하다. 변속 레버는 중앙 화면 왼쪽의 변속 버튼으 로 대체했는데, 변속 레버가 사라지니 센터 콘솔의 디자 인도 좋아지, 실용 공간이 생겼다. 핸드백이나 노트북 가 방 하나쯤 너끈히 들어갈 정도로 큰 공간이 센터 콘솔 아 래쪽에 생긴 것. 슬림해 보이는 시트 역시 앉아보니, 편안 함이 여느 세단 못지않았다. 화려함이 필요한 디자인, 기 능성과 실용성이 필수 요소를 정확히 짚어낸 링컨의 영민 함이 MKZ 하이브리드에 담겨 있다. 마냥 편안함과 화려 함을 추구하는 럭셔리 세단과는 차원이 다르단 이야기다. 실내 인테리어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파노라마 선루프. 컨버터블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정작 성능이 떨어진다면 모든 것 은 허세에 불과할 터. MKZ 하이브리드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1.4kWh짜리 자그마한 배터리로 하 이브리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2.0L 앳킨슨 사 이클 엔진과 전기 모터가 동시에 힘을 내야 191마력이 나오는 파워트레인은 강력했다. 하이브리 드 시스템은 운전자가 브레이크만 밟으면 버리는 에너지를 최대한 전기로 회수하였고, 내가 브레 이크를 잘 사용하면 ‘100% 에너지를 회수했어요. 잘했어요’라고 칭찬하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엔진이 힘겹다 싶으면 모터가 어느새 사기를 돋운다. 그리고, 내가 가속, 정속 주행, 제동을 얼마 나 잘했는지 막대 그래프로 보여준다. 그렇게 시내를 달리다 보면, 이 작지 않은 차로 시내에서 리 터당 17km 이상을 달렸음을 발견한다. 놀랍지 않은가. 17km/L 연비라니!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요즘의 하이브리드 모델답지 않게 MKZ 하이브리드는 트렁크 바 닥이 배터리 때문에 높아졌다. 계기반의 숫자와 스티어링 휠의 버튼도 너무 작고 많은 듯하다. 조 금만 심플했으면 고급스럽고 사용하기도 편했을 것이다. 변속 레버가 없는 만큼 시프트 패들이라 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 역시 남는다. 그러나 MKZ 하이브리드는 친절하고, 세련됐다. 그냥 특이 하게 생겨서 주위의 이목을 끌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보조금이나 받는 그런 차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