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A7은 매끈한 디자인, 빈틈없는 고급스러움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주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4도어 쿠페 시장에 가장 늦게 뛰어들었지만 그 파장은 대단했다. 메르세데스-벤츠 CLS클래스와 BMW 6시리즈 그란쿠페의 틈을 어떻게 비집고 들어갈지 영민하게 분석하고 치열하게 고민한 과정에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였다. 4도어 쿠페를 아우디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데 내세운 두 가지는 ‘LUXURY’ 그리고 ‘PERFORMANCE’다. A7을 타는 사람이라면 보통의 감각과 여유 그 이상의 무언가를 지닌 사람일 거라는 점, 그리고 드라이빙을 즐길 때는 평소의 정숙성과는 다른 넘치는 모터의 힘을 원할 거라는 점에 착안한 발상이었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A6라는 튼튼하고 굵은 줄기에서 가지치기로 나온 모델이지만, A7은 단번에 A6를 뛰어넘을 정도의 튼튼한 줄기로 거듭났다. 

외형부터 달랐다. 세단과 비교했을 때 경사도가 훨씬 완만한 루프 라인은 우아함과 동시에 차체의 위엄을 강조했다. 이번에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은 외줄로 바뀌었다. 과거의 두 줄보다 정리되고 강인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트렁크 리드에 숨어 있는 전동식 스포일러는 주행 속도가 시속 130km가 넘어가면 자동으로 올라가는 세심함까지! 이 밖에 아우디가 A7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라이트 디자인에 능한 브랜드답게 헤드 램프, 테일 램프에 아우디만의 기술력을 쏟아부었다. 기존 A8에만 장착되던 매트릭스 LED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어 주변 밝기에 따라 LED 모듈을 켜고 끌 수 있는데, 이 기능은 오토 하이빔과 연동돼 반대편에서 오는 자동차 운전자의 눈부심까지 신경 쓰며 길을 밝힌다. 

테일 램프는 R8에서 눈길을 잡아끌던 ‘주르륵’ 방향지시등이 자리 잡았다. 단순히 깜박거리는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시차를 두고 전구를 차례차례 밝히는 가로형 방향지시등이 생겨난 것. 다이내믹 턴 시그널이라 이름 붙인 이 기술은 0.6초 더 빠르게 사람 눈에 띄는 효과가 있다. 매트릭스 LED 옵션을 선택하면 차 앞쪽의 헤드 램프의 방향지시등에도 다이내믹 턴 시그널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앞뒤로 촘촘하게 들어간 LED 전구는 기능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아름다움 역시 뛰어나다. 어디에서든 A7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뿜어낼 수 있을 정도다. 

고급스러움은 실내에서 극대화된다. 눈길이 스치는, 손길이 닿는 곳 어디 하나 허술한 곳이 없다. 국내에 들어오는 A7은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모두 독일 네카르줄름 공장에서 생산한다. 본사가 있는 잉골슈타트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공장이니만큼 엄격하고 까다롭다. 그 때문인지 이 차의 실내 인테리어는 과연 기계들이 만들어냈을까 싶을 만큼 정교하고 섬세하다. 

널찍하게 열리는 문을 열어젖히면 차 안에서 풍겨 나오는 커피 향이 매력적이다. 살짝 태운 커피 향이 스며든 발코나 가죽 때문이다. 손으로 한 번 쓰다듬고 싶은 유혹을 건네는 앞좌석은 퀼팅 재킷처럼 멋스럽게 박음질되어 있고, 옆구리와 허벅지를 안정적이고 부드럽게 지지하는 사이드 볼스터를 장착했다. 가죽 가공에 남다른 기술력을 지닌 아우디는 실내 곳곳에 사용한 가죽을 다양하게 요리했다. 운전대에서 두 손을 가장 오래 올려놓는 1~5시, 7~11시 부분에는 타공을 하여 디자인 요소를 가미했고, 손바닥에 땀이 차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기어봉 역시 타공한 가죽을 덧입혔다. 

손으로 쥐고 돌리고 누르며,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까지 오감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장치들이 모인 곳이 앞좌석인지라 보통의 자동차들은 운전자 좌석 쪽에 집중한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A7은 섬세한 작업이 돋보인다. 먼저 팔을 두는 암레스트도 시트와 같은 소재의 가죽을 사용했고, 운전석, 조수석, 뒷좌석 이렇게 세 구역으로 나누어 조절했던 에어컨디셔너를 뒷좌석 좌우를 따로 조절하게끔 했다. 작지만 사용 빈도가 높은 디테일과 기능을 개선하여 편의성을 높였다. 앞서 말한 전구류와 인테리어 소재 변화는 보통 페이스 리프트 모델에 생색내기용으로 쓸 때가 많다. 하나 A7에는 이전에 없던 기술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아우디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버추얼 콕핏을 구현한 것. 센터페시어 스크린에 떠 있는 내비게이션과 같은 해상도의 GPS 시스템을 계기반에도 띄우는 기술로 운전자가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경로와 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속도, 방향 지시 같은 간단한 기능은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연동되어 운전자의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했다. 

만약 기존의 A7을 탔던 사람이 신형 A7을 마주한다면 1km도 가지 않고 알아챌 차이가 또 있다. 바로 실내 정숙성. 아우디는 안쪽과 바깥쪽 유리 사이에 방음용 접착 판을 덧댄 특수 이중접합유리로 소음을 완벽히 차단했다. 대형 고급 세단에서도 보기 힘든 정숙성을 실현한 것. 

엔진 역시 달라졌다. 가솔린 엔진 두 개와 디젤 엔진 세 개로 A7의 라인업을 확대하며 엔진까지 변화시켰다. 엔진 내부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오일류의 흐름을 개선한 덕에 기존 엔진 대비 가솔린 엔진은 최대 29마력, 디젤 엔진은 최대 27마력의 출력이 향상됐다. 변속기도 기존 무단변속기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로 바꾸었는데, 그 결과 직결적인 동력 전달에서 오는 즉각적인 반응성은 엄청나다. 과연 동급 세그먼트에서 최고 수준의 연비라 할 만하다. 

새로운 듀얼 내비게이션

계기반에 새롭게 적용된 풀 컬러 내비게이션은 신형 A7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기술. 센터페시아에 있는 메인 화면과 함께 사용 가능한 듀얼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각 모니터를 개인 취향에 따라 설정할 수 있다. 

멀티펑션 3스포크 스티어링휠

A7에는 열선과 패들시프트 기능이 포함된 3스포크 스티어링휠을 장착했다. 시트와 마찬가지로 발코나 가죽으로 감싸여 있으며 적응식 크루즈 콘트롤 기능도 갖췄다.

새로운 기어 노브 

세세한 디테일의 변화는 기어 노브를 보아도 발견할 수 있다. 단순하게 가죽만 사용하지 않고 격자무늬를 내어 디테일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