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행복을 원한다면 술을 마셔라. 일주일의 행복을 원한다면 돼지를 잡고, 한 달의 행복을 원한다면 결혼을 하고, 평생의 행복을 원한다면 정원사가 되어라.” 

조금 진부한 표현이긴 해도 ‘평생의 행복을 원한다면 정원을 가꾸라’는 중국 속담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겠다. 중국인에게 정원은 속세를 벗어난 이상향이다. 우리의 정원과 달리 중국 정원의 담장은 유난히 높은데, 그 이유도 속세의 찌든 때가 아름다운 정원으로 흘러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다. ‘인생은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 날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정원’이라는 소재로 향수를 만들어온 에르메스의 조향사 장 클로드 엘레나도 중국 정원에 매료되었다. 그는 2003년 처음으로 ‘자르뎅 메디테라네’를 선보인 이후 ‘자르뎅 수르닐’과 ‘자르뎅 수르뜨와’를 차례로 만들며, 특정한 정원에 담긴 고유의 향과 분위기를 전달해왔다. 이번엔 중국에서 만난 무슈 리의 정원이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보틀에 담겼다. 

HERMES 처음에는 금귤과 레몬의 톡 쏘는 청량함이 가득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은은한 재스민과 대나무 향이 산책할 때의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100ml, 16만5000원. 

장 클로드 엘레나는 자르뎅 수르뜨와 론칭 당시, 파리 포부르 생토노레에서 미스 리라는 중국 여인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녀는 18세기부터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온 아버지의 정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몇 년 후, 중국인 화가 리 싱의 초대를 받아 상하이로 향한 엘레나는 그곳에서 미스 리가 들려준 전통 정원을 떠올렸고, 리 싱과 함께 미스터 리(Monsieur Li)의 집을 방문한다. 미스터 리의 집안은 예부터 전 세계로 차(茶)를 수출해 큰 부를 일군 차 상인의 집안으로, 그의 저택은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마치 궁궐 같았다고 한다. 

“연못, 재스민, 눅눅하게 젖은 돌, 자두나무와 금귤, 대나무…. 거기엔 모든 게 다 있었고, 연못에는 심지어 백 살이 다 된 잉어도 살고 있었다. 초피나무 덤불의 이파리에서는 톡 쏘는 레몬 향이 뿜어져 나왔다. 우리는 황제의 차라 불리는 보이차도 마셨는데, 그 맛은 파촐리 잎의 향을 상기시켰다. 난 이곳을 사랑하게 됐고, 이제 내가 할 일은 이 새로운 정원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뿐이었다.” 

파리로 돌아온 장 클로드 엘레나는 2015년 메종 에르메스의 테마인 ‘한가로운 산책’과 어울리는 향수를 만들었다.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사색의 장소인 중국에서 본 정원을 향기로 구현했다. 그리고 정원이나 호수, 정자 등 모든 것에 이름을 부여하지 않으면 완성되지 않는다는 중국식 마인드를 따라 ‘자르뎅 무슈 리’(리씨의 정원)라는 이름을 그대로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