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신라호텔 ‘패스트리 부티크’ 

맛있는 단팥빵은 오전 7시, 장시간 발효를 거치는 발효 빵은 조금 늦은 11시에 나온다. 문의 02-2230-3377

2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베이커리

이곳의 베이킹 스케줄은 오전 7시와 11시 30분. 오전 7시에 나오는 잉글리시 머핀을 다음 날까지도 즐기고 싶다면? 냉동 보관 후 전날 꺼내두었다가 오븐에 구워 먹으면 된다. 이때 굽는 온도는 60℃. 문의 02-317-0022

3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 델리’

오전 10시와 오후 3시. 그랜드 델리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문의 02-559-7653

4 그랜드 하얏트 서울 ‘더 델리’
온기가 남아 있는 맛있는 빵을 맛보고 싶다면 오전 9시부터 12시 사이에 방문할 것. 문의 02-799-8167

혹여 호텔 베이커리의 위치를 주의 깊게 본 적이 있는가. 보통은 1층에 자리하고, 대부분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오픈 구조다. 빵이 목적이 아닌 손님도 고소한 빵 냄새에 발길을 멈추게 하겠다는 의도일 게다. 빵의 전성시대라 할 만큼 개성 강한 신흥 베이커리의 약진이 눈에 띄는 요즘. 그런데도 호텔 베이커리를 찾는 이유는 딱 하나다. 오랜 세월 기본에 충실한 맛을 지켜왔다는 것. 빵의 종류도 많지 않다. 그 대신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에 집중한다. 이 뚝심 있는 호텔 베이커리에도 맛있는 시간은 따로 있다. 서울신라호텔 ‘패스트리 부티크’에 가려거든 오전 시간을 노려라. 오븐에서 갓 나온 단팥빵 냄새가 모락모락 피어날 터이니. ‘앙금빵’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단팥빵은 이곳의 인기 아이템으로, 앙금빵과 쌀앙금빵 두 종류다. 많이도 안 만든다. 하루에 110개, 오전 7시가 그 타임이다(발효 빵은 11시 타임). 새벽부터 3시간의 발효를 거쳐 나오는 오전 7시의 앙금빵. 쫀득하고 부드러운 생지와 그 안을 정확히 1:1 비율로 채운 팥 앙금의 조화란! 왜 이리 쫀득한가 했더니, 이스트 대신 천연 발효종인 주종과 막걸리를 넣었단다. 이 때문에 특유의 밀가루 냄새가 없다. 수제 앙금은 전남 무안의 유기농 팥으로 만드는데, 앙금 특유의 질척이는 식감 대신 부드러운 폭신함이 느껴진다. 이건 그냥 단맛이 아니라, 구수한 단맛이다. 단팥빵엔 고개를 흔들던 그간의 내 입맛은 거짓이었나 싶어진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베이커리도 단팥빵이 인기지만, 30년 넘게 조용히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잉글리시 머핀에 더 눈길이 간다. 달달한 미국식 머핀과 달리, 담백하고 쫀듯한 식감을 뽐내는데, 그냥 먹어도, 잼과 함께 먹어도 맛있다. 조찬 빵으로 주로 이용되는 터라, 오전 7시부터가 가장 맛있는 타이밍이다.
 

보통의 베이킹 스케줄이 오전 시간에 집중되어 있지만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그랜드 델리’는 오전 10시와 오후 3시다. 직장인이 많은 삼성동의 특성을 고려한 안배다. 델리의 주방장들은 3교대로 근무하는데, 밤 10시 출근조가 아침 7시까지 다음 날의 빵을 책임진다. 오전 10시엔 단팥빵과 같은 기본 빵이, 오후 3시엔 건강 위주의 발효 빵이 나온다. 이곳 역시 이스트 대신 천연 발효 액종(신선한 포도를 이용해 직접 만든 효모)을 사용한다. 천연 발효액을 쓰면 발효 시간은 길어지지만 이스트를 사용해 단시간에 부푸는 빵과는 맛도 건강 면에서도 비교할 게 못 된다. 이 중 베스트는 르빵 에멘탈 크랜베리 빵. 담백하고 쫄깃한 식감에, 비타민이 풍부한 크랜베리와 칼슘이 풍부한 에멘탈 치즈가 합세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더 델리’의 아침도 고소하고 건강한 냄새로 시작된다. 잡곡을 이용해 미네랄과 섬유질이 풍부한 크라프트콘, 독일의 대표적인 호밀빵인 펌퍼니클 등 호밀빵 11가지가 주범이다. 이태원이라는 위치상 외국인, 주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아침 식사로 이 호밀빵을 배달해 먹는다고. 독일빵과 밤식빵류는 오전 7시에, 단팥빵 등 기본 아이템은 9시에 나온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를 잡지만,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숨은 미각을 찾을 수 있다. 호텔 베이커리의 가장 맛있는, 딜리셔스 타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