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내 차(6세대 골프 GTD, 2010년 4월)의 중고차값은 2000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며칠 전 중고차 시세를 알아보니 1600만원대로 뚝 떨어져 있었다. 차를 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손해 본 기분이 들어 찜찜했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을 타는 많은 오너들이 이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차는 소모품이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급격하게 가격이 떨어지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폭스바겐 디젤 사태다. 지난해 가을 폭스바겐은 질소산화물 배출량 조작이 들통나면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각종 언론은 연이어 폭스바겐을 질타했고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으로 대응했다. 지금도 디젤 사태는 진행 중이다.

EA189 엔진을 얹은 차를 타는 오너들은 본의 아니게 대기환경을 오염시키는 환경 파괴자가 됐다. 하지만 폭스바겐 코리아는 이에 대한 물리적 또는 정신적 보상을 해주겠다는 발표를 하지 않았다. 리콜(아직 리콜 명령은 떨어지지 않았다)을 받으면 된다고 하는데,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출력을 낮추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돈다. 그래서 리콜이 시행돼도 받지 않겠다는 오너도 있다. 윤리적이지 못한 기업에 대한 소비 저항은 당연하다. 그 저항 심리에 따라 제품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고차값이 떨어지는 이유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폭스바겐 코리아는 중고차값을 더 떨어뜨리는 짓을 했다.

지난해 말 폭스바겐 코리아는 대규모 세일에 돌입했다. 전 차종 10퍼센트 할인 또는 60개월 무이자 할부에 들어가면서 투아렉을 최대 1700만원이나 싸게 팔았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10월, 디젤 사태가 터졌을 때 수입차 판매 10위권에 단 한 대도 올리지 못했던 폭스바겐은 세일을 시작한 11월에 티구안과 제타가 각각 판매량 1, 2위를 차지하고 골프가 10위를 하면서 단숨에 이전 판매량을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