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東方流行_Lifestyle

고기 권하는 사회

고기는 전통적으로 곡물 중심의 식생활을 하는 우리에게는 각별한 음식이었다.

2016.06.20

 

고기는 전통적으로 곡물 중심의 식생활을 하는 우리에게는 각별한 음식이었다. 농사를 지어 먹고 살 때 소는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었다. 밭을 갈아야 하는데 ‘경운기’를 먹어치울 수는 없는 일이니까. 돼지도 흔하지 않았다. 돼지는 인간과 먹이가 겹친다. 풀베어 먹여 기를 수 없다. 설거지하고 난 구정물이나 되는 대로 먹였지만 먹이가 충분할 리 없어서 기르기 어려웠다. 고기를 원없이 뜯어보는 건 나이든 한국인에게는 늘 원초적 욕망에 가까웠다. 오죽하 면 잇몸약 광고는 ‘(고기를) 뜯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하겠는가. 북한에서는 아직도 ‘수령’이나 ‘최고 지도 자’의 고기를 들먹인다. 고깃국을 먹을 그날까지 정진하자고 호소한다. 군대 훈련소의 장교는 환송하기 위해 몰려든 부모들에게 “요즘 가혹 행위는 없어요” 라고 말하기 전에 “고기도 많이 나오니 걱정 마세요” 라고 말한다. 고기가 포함된 든든한 식사는 곧 편안 하고 안전한 군대를 의미하니까. 우리 시대로 말하 자면 ‘카투사’로 군대를 가는 녀석들에게 처음 던지 는 말이 이랬다. “야, 좋겠다. 고기는 실컷 먹겠네” 요 새는 “네이티브한테 영어 많이 배워 좋겠구나”이지 만 말이다. 

 

나도 한때 채식주의자 행세를 했고, 그들을 존중하 지만 지구 상에 가장 맛있는 건 동물성 단백질과 지 방이다. “채소 샐러드가 얼마나 맛있는데요. 고기 를 끊어도 전혀 개의할 필요 없어요”라고 주장하지 만 여전히 자발적 채식주의자는 많이 늘지 않고 있 다. 인간이 고기를 좋아하는 건 관습의 문제가 아니 라 본질에 해당한다. 영양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에게 가장 좋은 먹이는 사람고기라고. 인체라는 물질 구조가 유지하고 성장하려면, 제일 흡수가 빠 르고 좋은 것이 사람고기 아니겠느냐는 말이다. 아 이가 태어나서 엄마 젖을 먹는 것도 크게 보면, 이 개 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인육을 먹는 일은, 인류사 에서 아주 흔한 일이었으며(종교적 개념이나 오지의 기아에서 동료를 잡아먹는 것 같은 일을 빼고도), 인 육을 얻게 되면 동시에 적을 물리친다는 개념도 내 포하게 되므로 여러 가지로 ‘이로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도 아니고, 굳 이 인육을 먹자고 해도 몰래 먹어야 하므로 그다지 권장하진 않는다. 대신 누구나 마음 놓고, 교도소에 갈 걱정 없이 고기 먹는 법을 공유해왔다. 소나 돼지, 양과 닭이 지천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 줌의 곡물도 없어 주려 죽는 이가 있지만 인간은 지글거리는 불판 위의 고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 고기가 곡물을 먹고 자라는 것이 대부분인데도 그렇다. 고기는 가장 강력한 미각의 유혹이다. 우선 감칠맛이 가장 많다. 감칠맛은 뇌에 안도감을 준 다. 도파민이 나온다. 고기 먹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래서 행복하다. 고기에 술을 곁들이고, 담배를 피우면 ‘도파민 스리 콤보’가 작동한다. 게다가 좋은 친구들까지 있다면! 

 

 

결국 고기를 얼마나 싸게 먹을 수 있는가는 우리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물가 상승을 보도하는 언론은 그래픽을 곁들일 때 꼭 생선 한 마리와 고기 한 덩어 리를 그린다. “1만 원으로 살 수 있는 물가 비교’라는 제목에 생선이 반토막 났다거나 고깃덩어리가 반쯤 줄어든 모양을 실감 나게 쓴다. 고기를 잘 먹이는 정 치가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이명박 정권이 거센 민중의 저항을 받은 건 4대 강이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였다. ‘고기조차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더러운 세상!’ 사람들은 이 구호에 쉽게 흥분했다. 상춧값이 올라서 금추라고 하고, 삼겹살보다 비싼 상추라고 하면 사람들은 혀를 차지만 그게 전부다. 아직 삼겹살은 먹을 수 있으니까. 구제역이 돌면 전 세계 17개국에서 수입하면 되니까. 유럽의 잘생기고 지적인 공무원들이 호텔에서 한국 언론을 모아놓고 자국 돼지 고기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행사가 언제든 열리니까. 그래서 우리 고깃값은 늘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고깃값이 오르면 정권의 지지도 떨어질 게 분명하다. 사람들은 고기를 원하고, 정권과 시장은 고기를 공급한다. 그렇게 사이 좋게 불안한 동거를 이어간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으로 산채 파묻히는 가축을 보고 측은해하고 분노하지만, 정작 가장 화가 나는 건 그것 때문에 고깃값이 오르는 일이다. 우리는 고기를 좋아하고, 고기는 알아서 공급된다. 싸게 공급되니 인이 박이고 또 고기를 먹는다. 나는 요리사인데, 도마 위에 손질하기 위해 올려둔 1kg쯤 되는 돼지고 기가 고작 5000원이며, 하루나 이틀 전까지 살아서 날아다녔을 닭 한 마리가 4000원짜리라는 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그 거대한 생산 공급 사이클을 여기서 다 설명할 수 없다. ‘몬산토’니 ‘카길’이니 미국의 야비한 농무 정책 따위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다만 우리는 과잉 공급되는 고기 시대, 입을 벌리고 고기를 먹으라고 윽박지르는 시대에 산다는 건 분명 하다. 고기가 아무리 맛있더라도, 이렇게까지 흔하 고 값싼 고기가 시장의 논리라는 이름 아래 팔리고 있는 건 온당치 못하다. 고기 애호라는 게 정치와 산 업의 논리에서 만들어진다는 건 자명한 일이다. 1970 년대 말까지 삼겹살은 그다지 흔한 고기가 아니었던 역사를 기억해보라. 등심과 안심을 수출하기 위해 더 많은 돼지를 사육했고, 원하지 않는 부위인 삼겹살이 크게 남아돌자 식당의 안주로 풀리게 됐다. ‘진 주햄’과 ‘롯데살로우만햄’이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 라 수출하고 남은 뒷다릿살을 처리하기 위함이었던 것도 우리가 다 알기 힘든 역사적 사실이다. 

 

더 쉽게 말해 그 많은 고깃집과 치킨집이 생겨나 치 열한 경쟁을 하는 건, 그래서 우리가 더 싸게 고기를 먹고 있는 건 해고와 고용 불안을 만들어내며 싼 맛 을 선호하게 만든 정치의 부산물인 셈이기도 하다. 미치도록 맛있는 고기를 싸게 먹고 있지만, 누구도 그것에 감사하지 않는 이상한 시대는 그렇게 온 것 이다. ‘치느님’에 대한 경배는 블랙 유머가 되고, 고기 가 비웃음의 대상이 된 건 아마 인류 이래 최초의 일 일 것이다. 영국인은 엄청 많은 베이컨을 먹어치우지 만 왜 요리사나 베이컨 동상은 세워지지 않는지 의 문이라고 말한 조지 오웰의 물음은 한국에서도 유효 하다. 

 

about 박찬일은 잡지를 만들고 글을 쓰는 기자였지만 어느 날 이탈리아로 미식 유학을 떠나 셰프가 됐다. ‘로칸다 몽로’의 주방을 지키는 요리사인 그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맛있는 글도 쓴다. 

CREDIT

EDITOR / 박찬일 / PHOTO / 이성범 / 東方流行

Twitter facebook kakao Talk 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