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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方流行_Lifestyle

거리의 동물들

매 순간을 섬세하게 관찰하는 사진가 13인의 뷰파인더를 통해 이 도시, 서울을 배회하는 동물의 삶을 더듬었다.

2016.06.18

케이티 김, ‘Samcheong Dong / Seoul’, 2000 

 

Who We Are 

동물은 어디에나 있다. 대도시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사람과 빌딩, 자동차로 빽빽한 이 도시에서 맘 편히 몸 둘 곳 없는 동물은 해마다 더 많은 수가 차가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이 누군가로부터 버려진 유기 동물이다. 작년 한 해 서울에서 집계된 유기 동물의 수는 8900마리, 그리고 원래부터 소속이 없던 길고양이들은 서울 시내에만 20만 마리가 넘는다. 우리는 이들을 ‘거리의 동물들’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1 솔네, ‘Every Buddy’ 시리즈, 2015 

2 허재영, ‘Hello Stranger’, 2013 

3 이윤호, ‘Kittens’, 2014 

4 뇌, ‘Hidden Cat’, 2014 

 

 

Where We Sleep 

길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 살아온 고양이들은 일찌감치 길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한다. 차가운 날이면 따뜻한 곳을 찾아 몸을 녹이곤 하는데,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자동차 보닛 아래다. 과연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좁은 틈새도 고양이들에게는 평화로운 안식처가 된다. 오랜 노숙 생활을 견딘 유기견들도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재빠르게 도망가는 법을 익히고, 인적 드문 곳을 찾아 산속으로 피신하기도 한다. 야생화된 유기견들이 들개로 간주되어 포획되는 일이 수시로 일어난다.

 

 

 

김욱, ‘무제’, 2016 

 

What We Eat 

거리의 동물이 끼니를 해결하는 일은 거처를 마련하는 것 이상의 서바이벌이다. 특히 길고양이들에게 겨울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추위로 인해 다른 때보다 열량 소모가 많을 뿐 아니라 식량을 구하기도 더 힘들기 때문이다. 물이 금세 얼어버리는 탓에 제때 수분 공급되지 않아 질병에 걸리고, 영양 부족에 시달리다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급기야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거나, 때때로 먹이를 챙겨주는 따뜻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유일한 희망이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생활화하는 도시인들이 늘었다. 강동구를 시작으로 서울 시내 공원 4곳에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되었다.

 

 

1 배병우, ‘무제’, 2016 

2 이강혁, ‘무제’, 2013

3 이강혁, ‘무제’, 2014

4 임혜경, ‘Grooming’, 2014

5 서영호, ‘무제’, 2016

6 표기식, ‘무제’, 2016 

 

What We Are Like

동물의 성격은 제각각이므로 하나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거리의 동물에게 나타나는 특징에는 분명 공통점이 있다. 대체로 겁이 많고 방어적이라는 것. 이런 성격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기억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길에서 생활한 개들은 본능적으로 인간과 가까워질수록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심지어 주인을 만나도 선뜻 안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실내에서 살다가 탈출한 고양이는 방어적인 자세로 숨어 나오지 않거나, 살던 집에 돌아갔다가 다시 뛰쳐나오는 경우도 잦다. 고양이의 성격이 공격적이라는 인식은, 길 위의 고양이들에게는 좀처럼 적용할 수 없는 편견이다. 

 

 

 

1 박성진, ‘무제’, 2012

2 박성진, ‘무제’, 2012 

 

How Long We Live 

개와 고양이의 수명은 평균 10~15년, 길 위의 유기 동물이 사는 기간은 약 2~3년이다. 보호소에 안치된 동물들은 분양되거나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는 등 제 갈 길이 다른데, 이 중 자연사하는 비율이 22.7%, 안락사 당하는 경우가 20%에 이른다.(2015년 기준) 최근 서울시는 유실·유기 동물의 보호 기간을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10일 내에 주인을 만나지 못해 죽어갔던 생명들에게 10일의 유예 기간이 주는 의미는 결코 미미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20일 안에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야 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가혹하다.

 

 

 

1 홍승현(땡큐스튜디오), ‘무제’, 2015

2 홍승현(땡큐스튜디오), ‘무제’, 2015

 

How We Find a Home

길 위의 동물이 행복하게 살아가기에 이 도시는 아직 차갑다. 가장 좋은 해피 엔딩은 입양을 통해 좋은 반려인을 만나는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작년 한 해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총 8만2100마리의 유기 동물 가운데, 2만6200마리가 개인에게 분양됐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사는 대신 입양의 형태로 반려동물을 맞는 반려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반려동물이 비행기를 타고 유럽 여행을 떠나는 동안, 다른 한편의 유기 동물은 오늘도 정처 없이 거리를 헤맨다. 

CREDIT

EDITOR / 전희란 / PHOTO / 동방유행 / 東方流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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