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한국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출시되지도 않은 모델 3 구매를 위해 계약금을 지불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테슬라가 지향하는 것은 무얼까?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중요한 맥락이다. 테슬라는 기본적으로 순수 전기차 세상을 추구한다. 그것도 논란이 되는 화석연료 및 원자력발전이 아닌 태양광발전으로 전기를 만들자고 말이다. 태양광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니 테슬라로선 이른바 ‘밸류 체인(Value Chain)’이다. 게다가 내연기관보다 부품 수가 80퍼센트 이상 줄어든 순수 전기차인 만큼 책임져야 할 협력사도 별로 없다. 그러니 새로운 전기차 세상을 꿈꾸며 시장을 선도하는 것에 모든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문제는 개발비다. 전기차 판매로 수익이 없으니 제품 개발에 필요한 비용 충당이 쉽지 않다. 그래서 떠올린 아이디어가 예약 판매였고, 일론 머스크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제품 인도에 무려 2년가량이 남았음에도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열광의 여러 이유 중 하나로 1회 충전으로 340킬로미터나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다. 경제 운전을 하면 500킬로미터에 이르니 잦은 충전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

주행거리의 확장은 테슬라만의 기술 경쟁력으로 보인다. 하지만 껍질을 벗겨보면 실상은 약간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산업과 전혀 관계없이 전기차에 뛰어들었다. 그러니 경쟁력을 가지려면 무조건 1회 충전 주행거리를 늘려야 한다. 장거리 이동은 내연기관이 담당하고, 도심 단거리 이동에 전기차를 활용하려는 기존 자동차회사의 전략과 달랐다는 의미다. 그래서 테슬라는 언제나 주행거리에 관심을 쏟았고, 덕분에 사람들은 ‘왜 테슬라만큼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길지 않느냐’고 내연기관 제조사를 탓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숨어 있다. 바로 배터리 전략이다. 테슬라는 장거리 주행을 위해 대용량 배터리를 선택했다. 한마디로 연료탱크의 크기를 키웠고, 이곳에 많은 전력을 모아 주행거리를 늘렸다. 실례로 테슬라가 처음 내놓은 모델 S에는 70킬로와트 배터리팩이 들어 있다. 한 번 충전으로 376킬로미터를 주행한다. 반면 2016 닛산 리프는 24킬로와트 배터리로 135킬로미터를 간다. 내연기관의 리터당 효율에 해당하는 ‘킬로와트시당 킬로미터는 모델 S가 4.21킬로미터, 닛산 리프가 5.33 킬로미터다. 단위당 에너지 효율에선 리프가 26퍼센트 좋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전기차의 단위 효율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오로지 1회 충전에 걸리는 시간 및 주행 가능한 거리에 관심이 쏠려 있다. 테슬라는 이 점을 놓치지 않았고, 저효율의 불리함을 고용량 배터리로 가리는 데 성공했다.

어쨌든 테슬라가 주목을 받자 GM을 비롯해 여러 내연기관 자동차회사의 발길도 바빠졌다. 이왕이면 내연기관에서 최대 수익을 내려는 전략의 방향이 수정된 듯 테슬라처럼 고용량 배터리를 사용한다. 쉐보레 볼트(BOLT), 포르쉐 미션 E 등이 대표적이며, 벤츠와 BMW도 대용량 배터리로 주행거리를 늘려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테슬라처럼 전기차로 생존하는 게 아니어서 행보는 여전히 느긋하다.

그럼 내연기관의 발걸음이 더딘 이유는 무얼까? 전기차는 당장 이익을 거둘 수 있는 내연기관에 비해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실제 GM은 199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 배출 규제에 따라 델파이와 함께 만든 전기차 EV1을 내놓았지만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일부러 없앤 적이 있다. 그러나 1990년대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납축전지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로 바뀌며 효율 및 에너지 저장량이 크게 높아졌고, 나라마다 배출가스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며 저탄소를 강제하고 있다. 국내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정하고, 2020년까지 평균 연비를 리터당 23킬로미터 이상까지 끌어올리는 중이다. 이 기준을 맞추려면 내연기관 중형차 3대를 판매할 때 전기차 1대를 팔아야 한다. 그러니 제아무리 내연기관 기업이라 해도 전기차를 섣불리 없애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전기차 논란은 자동차라는 이동수단에서 에너지로 넘어가고 있다. 움직임에 필요한 전력을 어디서 얻느냐가 나라별로 핵심이다. 네덜란드처럼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은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전기차의 무공해 본질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처럼 전력의 95퍼센트를 수력에서 얻어낸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한국처럼 석탄과 원자력의 전력 비중이 60퍼센트를 넘는 국가에선 전력 공급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또 하나는 돈이다. 특히 한국은 OECD 국가 중 유류세 비중이 높은 나라다. 정부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지만 국민소득을 기준 삼으면 기름 1리터에 포함된 유류세는 1~2위를 다툰다. 그러니 전기차 비중이 확대되면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역시 비용 부담이 걸림돌이다. 급격한 기술 발전 없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고 원자력을 줄이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요금이 오르면 전기차의 경제성이 떨어져 소비자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전기차는 이동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현실적이다.

최근 또 하나의 고민이 던져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전력 소비 증가율이 가장 높다. 1990년부터 2013년 사이 한국의 전력 생산량은 시간당 105테라와트에서 538테라와트로 410퍼센트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OECD 회원국의 전력 생산량은 시간당 7629테라와트에서 1만796테라와트로 41.5퍼센트 늘었다. 다시 말해 한국 내 전력 사용이 가파르게 증가했고, 필요한 전력 충당 방법을 찾다가 석탄과 원자력 비중을 높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하지만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한국에 전기차 시대는 오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