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투자와 소비가 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혜택을 받는다는 경제 이론이 있었다. 이른바 ‘낙수 효과’다. CT6가 나오기 전이지만 하이드라매틱 8L45 8단 자동변속기는 2016년형 ATS와 CTS에 먼저 탑재됐다.

새로 장착된 8단 자동변속기는 6단보다 더 가볍고, 넓은 기어비로 효율성을 5퍼센트 끌어올렸다. 국내 판매 중인 ATS 세단의 경우 복합연비가 리터당 10.0킬로미터에서 10.6킬로미터로 조금 올랐다. 동시에 최대토크가 나오는 엔진회전수 영역도 이전보다 500rpm씩 올라갔다. 2016년형 모델은 3500~5000rpm 사이에서 최대토크 40.7kg·m의 힘을 낸다.

실제로 고속으로 달리다 보면 어느새 기어 단수는 끝까지 올라가 있고 엔진회전수는 2000~3000rpm에서 안정적으로 머문다. 그렇다고 효율에 초점을 맞춘 차처럼 단수를 쉽게 올리진 않는다. 가속을 천천히 가져가면 기어는 토크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 다음 단으로 넘어간다. 

2016년형에는 새로운 변속기와 더불어 오토 스타트 앤 스톱 기능도 적용됐다. 정차했을 때 시동이 꺼지고 켜지는 느낌은 조용하고 부드러워 거슬리지 않는다. 안전장비 또한 풍성해졌다. 현재 ATS 세단 럭셔리 트림을 제외하고 사각지대, 차선 변경, 후방 경고 시스템이 새롭게 들어갔다.

나머진 그대로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신발 끈을 꽉 조여 맨 듯 여전히 거칠고 딱딱한 승차감을 만든다. 시트는 푹신하진 않지만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편안하다. 코너를 급히 돌아나갈 땐 뒤 차축에 달린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과 5링크 서스펜션이 뒷바퀴의 방향을 잡아줘 바퀴가 땅에 꽉 달라붙는 걸 느낄 수 있다. ZF가 만든 속도 감응형 스티어링 시스템은 묵직하면서 정교했고 고속 구간에서 울려대는 엔진음은 박력이 넘쳤다. 차를 세우고 다시 봤을 땐 좁은 뒷자리와 트렁크가 여전히 아쉬웠다.

2.0리터 터보 엔진이 뿜어내는 272마력의 힘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선 다소 인내심이 필요하다. 터보 래그가 있단 뜻이다. 그래서 가속페달을 꾹 밟고 있으면 어느 순간 작은 충격과 함께 차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간다. 처음엔 이질감이 들었지만 익숙해지면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ATS가 처음 나왔을 때 캐딜락은 BMW 3시리즈를 잡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차를 타보면 지금의 6세대(F30)가 아닌 6단 변속기를 달았던 이전 세대(E90) 혹은 전전 세대(E46) 3시리즈를 염두에 둔 느낌이다. 3시리즈(F30)는 나긋나긋하면서 날카로운데 ATS는 묵직하게 버틴다. 체급도 다르다. 3시리즈가 라이트급이라면 ATS는 웰터급에 가깝다. 이제 ATS는 단수를 올렸다. ‘어떤 차’를 따라잡기보다 고유의 캐릭터를 발굴해 자리 잡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