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은 같은 나라, 같은 집안 안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다. 침략과 방어처럼 방향과 경계가 외부적인 요인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던 집단이 견해 차이로 싸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참 얄궂은 다툼이다. 닛산 알티마와 르노삼성 SM6가 적수로 만난 상황도 그렇다. 알티마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모델이고 SM6, 그러니까 르노 그룹의 탈리스만은 북미나 일본에는 판매 되지도 않는 모델이다(오른쪽 운전석 모델이 없다). 그런데 이 둘이 우리나라에서 맞닥뜨리고 만 것이다. 둘의 입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본국에서는 각광을 받는 주요 모델이지만 우리나라에는 넉넉하지 못한 집안 살림을 일으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급파됐다. 이둘은 서로의 입장에서 연민을 느낄 만하지만, SM6가 프리미엄 중형 세단을 주장하며 수입차를 사정권에 포함시키고 알티마가 2000만원대 엔트리 트림으로 국산차 시장을 넘보는 순간 둘은 피할 수 없는 경쟁자가 된다. 

이 불가피한 대결 과정을 좀 더 심도 있게 살펴보기 위해 나와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양쪽의 편에 섰다. 우리는 각자의 견해를 바탕으로 SM6와 알티마가 서로 더 좋은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미리 말하지만 견해가 다른 싸움에는 승자가 없다. 그저 피할 수 없는 싸움만 있을 뿐. 이제 각자의 장점을 알아보고 서로의 단점을 신랄하게 파헤칠 시간이다. “You chose the wrong side!”

“알티마가 더 성숙하다”

그래, 쿨하게 인정한다. SM6의 겉모습이 더 멋지다. 잘생겼고 실내도 고급스럽다. 주행 모드에 따라 움직임도 바뀌고 운전자의 프로파일도 별도로 저장할 수 있다. 스마트 패드도 하나 달려 있더라. 휠도 19인치까지 옵션으로 있으니 멋지겠다. 엔진도 모두 직분사를 쓰고 터보 엔진 라인업도 있어서 출력도 꽤 높은 모양이다. 아, 변속기도 요즘 유행하는 듀얼클러치 변속기구나. 따지고 보니 SM6는 현존 최고의 중형 세단인 것 같다. 최첨단으로 꾸민 구성이니까. 하지만 자동차라는 것은 카탈로그에 나온 편의장비만을 보고 사는 것이 아니다. 제원표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많겠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SM6(탈리스만)는 르노가 처음 만들어보는 중형 세단이다. 프랑스 기준으로는 대형 세단에 속한다. 그래서 플랫폼도 준중형에서 중형까지 커버하는 르노-닛산 CMF-CD를 사용한다. 이에 비해 닛산 알티마는 맥시마나 패스파인더처럼 큰 모델까지 커버할 수 있는 중형 플랫폼인 닛산 D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D 플랫폼은 CMF-CD보다 분명 오래된 플랫폼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충분히 수정하고 숙성시켰다는 뜻이다.

알티마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개발비를 지금보다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때 개발된 플랫폼이 기초다. 이 사실은 차를 타보면 곧바로 느낄 수 있다. 주행 감각이 얼마나 매끄러운지, 조종성이 얼마나 안정적이고 이해하기 쉬운지를 말이다. 이에 비해 SM6는 모든 움직임이 정교한 것 같지만, 실제로 거칠다. 실내로 파고드는 바닥의 진동도 적지 않다. 승차감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차분하다 알타마에 얹힌 2.5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무단변속기는 어떤 순간에도 흥분하지 않는다. 마치 미리 알고 계산한 듯 유연하다.

 NISSAN ALTIMA 2.5 SL

기본/시승차 가격 32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4기통 2.5ℓ DOHC, 180마력, 24.5kg·m 변속기 무단변속기 공차중량 1480kg 길이×너비×높이 4875×1830×1470mm 휠베이스 2775mm 복합연비 13.3km/ℓ CO₂ 배출량 130g/km

숙성도의 차이는 엔진과 파워트레인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직분사 엔진에 터보, 듀얼클러치로 무장한 SM6에 비하면 알티마는 2.5리터 QE와 3.5리터 VQ 엔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변속기도 요즘의 유행이라고 보기 어려운 무단변속기다. 하지만 선입견을 갖지 말고 직접 운전해보면 다르다. 엔진은 회전하는 느낌이 좋고 이해하기 쉬우며 야무지게 돌아간다. 그뿐인가?

엔진을 열심히 보조하는 무단변속기와의 궁합도 좋다. 게다가 2.5리터 모델은 공인 연비로도 SM6의 2.0 GDe나 1.6 TCe를 모두 이긴다. 숙성의 힘은 무섭다.

SM6보다 디자인 면에서도 객관적으로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외관 디자인은 공기 저항계수 0.26으로 SM6(0.27)보다 오히려 좋다. 스타일링은 주관적인 영역이니 제쳐놓더라도 객관적인 디자인, 그러니까 외관 설계는 알티마가 나은 점도 있다는 뜻이다. 실내 ‘스타일링’은 SM6가 휘황찬란하고 고급스러울지는 모르겠지만, 알티마도 장비 수준이나 기능적인 면에서는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많은 기능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패드에 집약시키고 물리적 버튼이 너무 없는 SM6보다 단순해서 훨씬 직관적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가끔 껐다가 켜주고 메모리도 정리해야 하고 완전히 초기화해야 제 성능을 발휘한다. SM6의 S-링크 스마트패드도 안드로이드 OS를 쓴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몰라도 중년 이상의 우리들은…. 조금 솔직해지자. 화면 앞에서 손가락을 치켜들고 긴장하고 있잖은가?

쓰기 편하면서 있을 것 다 있는 알티마가 속 편한 선택이다. 알티마는 엄마에게 물려받은 무쇠 부엌 칼이다. 오래됐지만 날이 제대로 서 있어서 언제든 믿고 쓸 수 있다. 반면 세련됐지만 아직은 숙성이 덜 된 SM6는 날이 제대로 갈려 있지 않다. “동생아, 날을 좀 더 갈고 돌아와라. 아직은 형님이 너보다 낫다.” 마지막으로, 가격으로 비교하면 이렇다.

알티마는 기본형인 2.5 스마트 모델이 2990만원이다. 이 모델도 HID 라이트와 전동식 가죽 시트, 스마트 키 등 어지간한 장비는 다 달려 있다. 자동주행 보조 장비가 모두 갖춰진 2.5 테크 모델도 3480만원이다. 최상급인 3.5 SL을 선택할 때 3880만원이다. SM6는 성능에서 부족한(?) 2.0 GDe의 기본가격이 2420만~2940만원(풀옵션 3491만원)이다. 1.6 TCe 의 가격은 기본 2754만~3190만원부터 풀옵 션이 3519만원이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가격도 수입차와 차이가 없다. 아니, 더 비싸다.

글/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RENAULT SAMSUNG SM6 2.0 GDE
기본/시승차 가격 2940만원/3491만원(RE, 19인치)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4기통 2.0ℓ DOHC, 150마력, 20.6kg·m 변속기 듀얼클러치 7단 자동 공차중량 1420kg 길이×너비×높이 4850×1870×1460mm 휠베이스 2810mm 복합연비 12.5km/ℓ CO₂ 배출량 141g/km

“SM6의 패키지와 구성이 더 뛰어나다. 이것이 가치다”

두 차를 한자리에 놓고 보면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알티마 2.5의 주행 감각은 인정할 만하다. 승차감부터 좋다. 서스펜션은 적당히 흐느적거리는 모습이지만, 요철을 지날 때 충격을 흡수하는 실력이 일품이다. 그러면서도 코너에서 타이어 접지력을 꾸준히 끌어낸다. 같은 조건에서 SM6는 미간을 찡그려야 한다. ‘우당탕’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스티어링휠의 피드백이 알티마보다 예민하지만 반대로 하체의 감각은 꽤 신경질적이다.

엔진 반응이 꾸준하고 자연스러운 쪽도 알티마다. ‘터보가 아니라 엔진 출력이 낮고 무디다’ 혹은 ‘무단변속기가 별로다’라는 편견으로 판단하면 오산이다. 스펙이 자동차의 모든 결과를 나타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알티마의 엔진 반응은 가속페달을 밟는 양과 정확히 비례한다. 약하게 힘을 주면 약하게, 강하게 힘을 주면 딱 생각한 만큼 강하게 반응한다. 다시 말해 운전자가 편하게 쓸 수 있다. 이 부분에서는 SM6가 분명히 뒤진다. SM6의 듀얼클러치는 저속에서 반응이 뻣뻣하다. 특히 정차 구간에서 차를 세웠다가 다시 출발할 때 그렇다.

차를 움직이기 위해 가속페달을 살짝 밟으면 차가 버벅거리며 반응한다. 편의장비와 인터페이스의 직관성도 알티마 쪽이 우수하다. 물론 그렇다고 SM6보다 좋다는 뜻은 아니다. 기능이 많아서 복잡한 것과 많지 않아서 단순한건 다른 문제니까. 같은 맥락에서 알티마의 모든 부분은 소비자가 이해하고 타협해야만 가치를 알 수 있다. 그럼 SM6는? 한눈에 뛰어난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의 품질이나 디자인, 편의성은 수치로 표시할 수 없다. 인간의 눈은 그런 것을 파악하는 데 민감하다. 쉽게 말해 무언가를 보면 곧바로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SM6는 알티마보다 우위에 있다. 고급스러운 실내가 대표적이다. 시승차에 사용된 프리미엄 나파 가죽은 한눈에 고급차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 크림색의 가죽을 쓰고 퀼팅 패턴 스티치로 마무리 했다. 고급차에만 쓰이는 유럽식 감각에 충실한 흔적이다. 대시보드는 우레탄 패드와 블랙메시 패널을 바탕으로 크롬 도금 소재로 포인트를 준다. 결과적으로 알티마의 저렴한 소재, 칙칙한 실내 분위기와 대조를 이룬다.

SM6의 시트는 앞뒤 쿠션 모두 제법 단단한 편이다. 앞좌석에 마사지 기능(트림이나 옵션에 따라서)이 들어가고, 주행 모드에 따라 스스로 전력을 조절하거나 꺼지는 똑똑함도 보여준다. 시트는 체형에 꼭 맞추기 위해 허벅지 아래에 시트 쿠션 확장 기능을 더했고, 앞뒤 모두 헤드레스트에 머리 받침대를 더해 목의 피로를 줄여준다. 알티마는? 그냥 푹신한 쿠션이 전부다. 심지어 헤드레스트 디자인도 15년 전과 다르지 않다.

차의 길이는 알티마가 25밀리미터 길지만 휠베이스는 SM6가 35밀리미터 길다. 물론 이런 수치의 차이가 뒷좌석이나 트렁크 크기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버려지는 공간이 구석구석 보이는 알티마와 달리 SM6는 자투리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다. 뒤창문 햇빛 가리개나 구석구석 박아 넣은 무드등 기능이 대표적이다.

편의장비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다. 5가지 주행 모드(스포트, 컴포트, 에코, 내추럴, 개별 설정)를 바탕으로 각 모드마다 차의 움직임이 크게 달라진다. 연료 효율성이나 소음, 진동에서도 차이가 난다. 퍼스널 모드에서는 스티어링휠의 무게감, 서스펜션과 엔진·변속기 반응, 공조기 효율, 디스플레이 그래픽, 엔진 사운드, 무드등 색깔을 개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트림에 따라서는 T맵 기반의 내비게이션,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 오토 하이빔, 차간 거리와 차선이탈 경고, 자동주차, 오토 클로징 (차에서 1.5미터 멀어지면 자동으로 문이 닫힌다)이 기본 혹은 옵션이다. 그뿐인가? 순정형 액세서리 키트를 선택하면 에어로 보디 키트와 리어스포일러, 트렁크 라이너도 개별로 달 수 있다. 앞서 알티마를 소개하며 가격에서 유리 하다고 했다(일단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자동차 구입 후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자동차세는 배기량이 작은 SM6가 유리하다. 1.6 TCe와 2.0 GDe의 경우 1년에 각각 42만680원, 51만 9220원(2016년 5월, 비영업용 기준)을 세금으로 낸다. 같은 조건에서 알티마 2.5, 3.5 SL은 64만6880원, 90만9480원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3~5년 누적으로 본다면? SM6가 가격면에서 절대 불리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자동차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수준 높은 주행 성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런데 SM6와 알티마 같은 차급 에서는 차의 주행 성능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지 않다. 어쩌면 고급스러운 감각과 편의성을 포함한 패키징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럼 답이 나왔다. SM6는 알티마보다 패키징에서 분명 유리하다.

글/김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