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부터 현대차는 내연기관 모델을 바탕으로 여러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며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올해 1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그들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과시했다. 출시 현장에서 현대차는 “아이오닉으로 미래 자동차 환경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며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황제나 다름없는 토요타 프리우스를 정조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가 4세대까지 진화한 프리우스와 경쟁하겠다니. 현대차의 자신감일까? 아니면 자만심일까? 의구심이 생겼다. 국내외 소비자 모두가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두 차를 결투장에 올렸다. 특히 한국은 아이오닉과 4세대 프리우스가 동시에 판매되는 유일한 국가다. 전 세계 자동차 전문지 중 처음으로 <모터 트렌드> 한국판이 두 모델을 비교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하이브리드카의 특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일반 준중형 해치백으로서의 가치에 좀 더 중점을 두고 비교했다. 앞으로 두 차는 하이브리드카의 대중화에 큰 몫을 할 차이며, 하이브리드는 더는 특별한 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두 차는 세계 시장에서 피를 말리는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그 시발점이 한국이다. 

아이오닉은 요즘 자동차 디자인 트렌드를 좇았다. 그릴을 헤드라이트까지 넓히면서 크고 웅장한 느낌을 줬다.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준 실내는 여느 현대 차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레이아웃이다.

주행품질과 핸들링

사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성만 갖고 이야기한다면 새내기 아이오닉이 프리우스에게 도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친환경차가 효율과 경제성만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다. 작은 시장을 벗어나 주류 자동차 시장으로 진출하려면 재미라는 감성적인 만족도 필수다. 높은 감성적 만족도는 약간 비싸더라도 구입하고 싶은 강력한 구매 동기가 되므로. 이런 분위기의 변화는 도전자 아이오닉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갓 출시된 4세대 프리우스도 광고에서 드리프트로 물보라와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이내믹한 달리기를 강조한다. 이런 배경에서 아이오닉과 프리우스의 비교는 달리는 맛과 조종 성능이 중요하다. 

두 차의 휠베이스는 2700밀리미터로 똑같다. 앞 엔진, 뒷좌석 아래 배터리라는 무게 배치의 방식도 똑같다. 직진 안정성과 코너링 특성의 기반은 비슷하다는 뜻이다. 그다음은 조금씩 다르다. 차체 길이는 프리우스(4540 밀리미터)가 70밀리미터 길고 높이(1470밀리미터)도 20밀리미터 높다. 반면 차체 폭은 아이오닉(1820밀리미터)이 60밀리미터 넓고 트레드도 30~40밀리미터 넓다. 게다가 국내에 195/65R15인치 저저항 타이어만 프리우스에 비해 아이오닉은 15와 17인치 두 가지다. 시승차는 상대적으로 접지력이 높은 225/45R17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를 끼웠다. 제원상으로는 아이오닉의 조종 감각과 접지력 한계가 높겠지만 승차감은 약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세대 프리우스가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주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 모듈형 플랫폼과 레이저 스크루 용접(LSW) 기법 등으로 차체 비틀림 강성이 이전에 비해 60퍼센트나 강해졌다. 높은 차체 강성은 안정적인 주행 특성과 높은 접지력의 근원이다. 둘째로 이전 모델보다 넓고 낮고 길어졌으며 특히 운전석의 시트 높이가 무려 60밀리미터나 낮아졌다. 무게중심이 낮아 롤에 잘 버티며 운전자가 느끼는 안정감과 노면 감각이 향상됐다. 그리고 셋째로 고전압 배터리가 트렁크 바닥에서 뒷시트 아래로 이동한 것이다. 무거운 부품이 휠베이스 안쪽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주행 안정성 향상을 뜻한다.

프리우스의 실제 주행에서 가장 크게 느껴진 것은 안정감이었다. 이전 세대가 소형 해치백이었다면 신형 프리우스는 최소한 중형 세단의 감각이다. 특히 실내로 전달되는 진동이 대단히 적고 차분해 매우 인상적이었다. 뒷좌석의 승차감은 놀라웠다. 가죽 아래에 에너지 폼이 얇게 덧입혀진 시트의 포근함은 차체의 차분함에 럭셔리한 느낌을 더했다. 과속방지턱을 넘는 느낌도 고급 세단을 연상시킨다. 운전석에서도 차체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쉬우며 어지간한 요철에서 흐트러지지 않는 주행 안정성은 발군이다.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감이 거의 없다. 기본 안정성은 차체 강성과 무게 배분 등이 책임지므로 서스펜션은 안락함을 위한 소프트한 설정이다. 고속도로 나들목처럼 길고 한결같은 코너에서는 안정적이지만 코너가 연속되는 와인딩이나 급차선 변경과 같이 민첩한 반응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차체가 미처 앞바퀴의 방향 전환을 따라오지 못하는 엇박자는 아쉬웠다. 15인치 에코 타이어도 조종 성능에는 마이너스.

이에 비해 아이오닉은 훨씬 젊은 감각이다. 서스펜션도 보다 탄탄하고 조향 감각도 가볍지만 이해하기 쉽다. 그 대신 노면의 진동이 실내로 더 전달되는 등 승차감은 프리우스보다 못하다. 아이오닉도 이상적인 무게 배분 등으로 일반 FF 해치백보다는 뒷좌석 승차감이 훨씬 좋았지만 이 정도로는 프리우스의 고급스러움을 따라갈 수 없었다. 하지만 조종 성능이나 한계 특성에서는 아이오닉이 우수했다. 차체 롤링도 적절한 수준으로 잘 억제됐을 뿐 아니라 노면의 감각이 운전자에게 잘 전해지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차량을 조종할 수 있었다. 옵션으로 장착된 17인치 타이어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전에 15인치 타이어가 장착된 아이오닉을 시승했을 때도 조종 성능이 예상외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조종 성능에서는 아이오닉이 프리우스를 앞선다. 

프리우스의 파워트레인도 전기모터의 풍부한 토크를 십분 활용하는 여유로운 감각이다. 경량, 소형화된 모터가 비록 이전 세대에 비해 출력이나 토크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71마력, 16.7kg·m의 강력한 힘을 내는 모터 의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아이오닉의 전기모터에 비해 토크는 약간 작지만 출력은 오히려 약 65퍼센트나 높다는 것은 프리우스의 전기모터가 넓은 회전영역에서 높은 토크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바꿔 말해 엔진의 도움을 최소화하고 모터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주행 상황의 폭이 넓다. 여기에 기어비 조절 폭이 넓은 e-CVT 무단변속기가 조합되니 전기 구동이 주는 프리우스의 풍성한 감각이 뛰어나다. 하지만 반대로 40퍼센트의 높은 열효율을 자랑하는 1.8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작동되는 순간의 진동과 걸쭉한 소음이 아쉽다. 마치 21세기 최첨단 프리우스의 완성도를 20세기 말의 내연기관이 망가뜨리는 듯하다. 가속 초기의 모터가 주는 풍성함을 엔진이 이어받지 못하고 맥이 풀리는 듯한 느낌도 아쉽다.

아이오닉의 파워트레인은 섀시 세팅만큼이나 젊다.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직결감도 큰 역할을 하지만 모터 사용법에서 큰 차이가 있다. 아이오닉의 모터는 최고출력은 43.5마력으로 프리우스보다 훨씬 낮지만 토크(17.3km·g)는 더 높다. 낮은 회전영역에 토크가 집중돼 있다는 얘기다. 아이오닉은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시 걷어차는 감각으로 모터를 사용한다. 스포티한 감각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 꽤 생생한 모터의 발길질이라는 쾌감을 준다. 부드러움 위주로 세팅된 듀얼클러치는 과도한 충격을 잘 걸러낸다. 그리고 직분사 시스템, 흡배기 가변밸브 시스템, 실린더헤드 분리형 냉각 시스템 등 고급 기술이 대거 들어간 카파 1.6 GDI 엔진은 파워에서도 모터의 발길질을 이어 꾸준한 성능을 내는 감각이 돋보인다. 

외관 디자인만으로 상상했을 때는 프리우스가 훨씬 스포티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 프리우스는 아늑하고 풍성한 대단히 수준이 높은 패밀리카였고 아이오닉은 적당한 발길질과 명료한 조종 감각을 지녔다.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차체에 라인이 많다. 헤드라이트 모양도 복잡하다. 테스터 중 그 누구도 프리우스의 외모를 칭찬한 이가 없었다.

실내 구성도 독특하다. 주행 데이터를 탑승차 모두와 공유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서린 레이아웃이다. 

주행성능 및 테스트 결과

두 스트롱 하이브리드의 성능 테스트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최적의 조건은 아니었지만, 같은 조건이니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 아이오닉은 에너지 넘치는 새내기였고, 토요타 프리우스는 노련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노익장이다. 기술과 노하우 측면에서 보면 1997년에 데뷔한 프리우스가 하이브리드 시장의 선두주자이자 카테고리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하지만 아이오닉에 담긴 하이브리드 기술도 만만치 않다. 현대자동차는 2000년 베르나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클릭, 아반떼 LPi, 쏘나타, 그랜저 등을 통해 꾸준히 하이브리드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그런 관점에서 아이오닉은 풋풋한 새내기가 아닐 수도 있다.

스펙 비교부터. 엔진 배기량은 프리우스가 크다. 아이오닉이 1580cc, 프리우스가 1798cc다. 그러나 출력은 아이오닉(105마력, 15kg·m)이 프리우스(98마력, 14.5kg·m)보다 높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도 아이오닉이 500rpm 이상 높이 사용한다(5700, 4000rpm). 반대로 전기모터의 출력은 프리우스가 앞선다. 72마력으로, 43.5마력을 발휘하는 아이오닉을 가볍게 앞선다.

물론 출력이나 수치만으로 두 시스템의 효율과 성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둘 다 앳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을 쓰지만 모터와 변속기 타입은 완전히 다르다. 아이오닉은 모터 1개를 병렬 방식으로 쓰면서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활용하고, 프리우스는 모터 2개를 직병렬로 쓰며 무단변속기와 물린다. 다시 말해 두 차는 하이브리드라는 목표만 같을 뿐 시스템의 구성과 방식이 전혀 다르다. 최종 시스템 출력은 아이오닉(140마력)이 프리우스(122마력)보다 높지만, 아이오닉 쪽의 최대토크가 기어 단수에 따라서 변하기 때문에 실제로 가속 효율과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1단 27kg·m, 2~6단 24kg·m). 

두 대 모두 엔진과 변속기를 스포트 모드에 두고 가속 테스트를 진행했다(프리우스 PWR 모드). 정지에서 급가속했을 때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인 쪽은 프리우스였다. 출력이 고르고 부드럽게 상승하며, 젖은 노면에서도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의 도움 없이 속도를 높였다. 태코미터가 없어 기어마다 변속 타이밍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단지 엔진 소리로 무단변속기가 출력을 꾸준히 이어 붙인다는 것만 추측할 뿐. 반대로 아이오닉은 힘찼다. 급가속을 시도하자 훨씬 가볍게 노면을 박차고 나갔고, 시속 130킬로미터까지 꾸준히 속도를 올렸다. 스포츠 모드에서 1~2단은 5000rpm, 3단은 5500rpm, 4단 이후 5800rpm에서 변속이 이뤄졌다. 체감상 가속 테스트에서 안정감이 좋은 쪽은 프리우스, 박진감과 즐거움을 주는 쪽은 아이오닉이었다. 실제로 계측 데이터도 체감과 비슷한 결과로 나왔다.

6번의 0→시속 100킬로미터 테스트 평균값을 보면 아이오닉이 10.27초, 프리우스가 10.90초였다. 간발의 차로 아이오닉의 승리. 물론 실제 눈으로 보면 거의 같이 들어온 수준이다. 출발 직후 시속 20, 40킬로미터 구간에서 둘의 기록(1.43초, 2.90~2.91초)은 거의 같았지만, 시속 60킬로미터 이후부터 아이오닉이 측정 구간마다 아주 조금씩 앞섰다. 15인치 휠과 195밀리미터 타이어를 장착한 프리우스가 가속에 더 유리한 구성이었지만 아이오닉은 듀얼클러치의 효율성을 앞세워 후반에 강했다. 시속 20→60, 60→90, 80→110, 100→120킬로미터 추월 가속에서도 모두 0.5초 이하의 수준으로 아이오닉이 앞섰다.

반면 시속 100킬로미터→0 제동 테스트는 프리우스가 3.43초를 기록하며 아이오닉(3.54초)을 앞섰다. 둘의 제동거리 차이는 1.99미터였다. 프리우스는 아이오닉보다 타이어마다 폭이 30밀리미터씩 좁았지만, 20킬로그램 가벼운 무게와 부드럽고 유연한 서스펜션의 도움으로 안정적으로 제동했다. 실제로 속도의 감속이 더 빠르게 느껴진 것은 아이오닉이었지만, 데이터상 감속 G값은 프리우스가 높았다.

1대 1. 실측 데이터를 통한 두 차의 종합 성능 테스트는 우위를 가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 둘 다 가속과 감속의 기록이 거의 비슷했다. 운전자의 체감으로 평가할 때 박진감과 재미가 있는 쪽은 아이오닉이었고 안정적이고 다루기 쉬운 쪽은 프리우스였다. 김태영

운전석과 실내 공간

“누가 차에다 이렇게 장난을 해놨어.” 이진우 기자가 운전석에 앉자마자 얼굴을 찡그렸다. “하이브리드카는 더 이상 첨단이니 미래 운운할 차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프리우스도 이젠 좀 평범해도 될 것 같은데….”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이진우 기자의 말을 거들었다. 4세대 프리우스는 대시보드 가운데 평범하지 않은 모양의 검은색 고광택 패널을 달았다. 대시보드 위쪽도 반듯하지 않고 오목하다. 검은색 패널 아래엔 새하얀 플라스틱 패널이 있는데 그 안에 변속기가 자리한다. 센터콘솔 앞쪽에도 새하얀 플라스틱을 두른 콘솔 트레이가 있다. 프리우스를 장난스럽게 보이도록 하는 건 아무래도 새하얀 플라스틱인 것 같다. 토요타는 흰색 도자기를 연상케 한다고 했지만 아무리 봐도 도자기가 떠오르진 않는다. 

그에 비해 아이오닉은 현대차의 전형적인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그대로 챙겼다. 버튼 모양과 구성은 물론 글자까지 다른 현대차와 똑같다. “이 센터페시아는 언제쯤 바뀔까요? 모든 현대차가 다 똑같으니까 좀 지루한 것 같아요.” 우리 중에 가장 젊은 인턴기자(편집부에서 유일한 20대다)만 아이오닉의 반듯한 인테리어에 딴죽을 걸었다. 나머지 중장년 기자들은 프리우스의 너무도 발랄한 실내에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프리우스의 실내가 아이오닉보다 고급스럽잖아?” 나의 이 말에 기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우스와 아이오닉 모두 시트에 검은색 가죽을 둘렀는데 프리우스의 운전석이 아이오닉보다 편했다. 아이오닉에 앉았을 때 몸이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면 프리우스는 몸을 편안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강했다. 스티어링휠 역시 프리우스 쪽이 쥐는 맛이 좋았다. 아이오닉은 딱딱한 플라스틱에 가죽만 씌운 것 같아 장난감 차에 달린 운전대 같았다면 프리우스는 그 안에 폭신한 소재를 넣어 탄력을 더했다. 

“프리우스가 시트도 큼직하고 고급스러워. 가죽 안쪽에 우레탄 폼을 한 겹 넣어서 라텍스 소파처럼 포근하고 부드럽지. 그에 비하면 아이오닉 시트는 조금 딱딱한 느낌이야. 시트는 프리우스의 손을 들어주겠어.”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처음으로 프리우스를 칭찬했다.

프리우스와 아이오닉에는 모두 휴대전화 무선충전 시스템이 있다. 그런데 둘 다 같은 방식이라 아이폰은 충전되지 않는다. “아이폰 6 플러스처럼 큼직한 휴대전화는 아이오닉 무선충전 패드에 올려놓을 수도 없어요. 양옆이 좁거든요. 그나마 프리우스엔 올려놓을 수라도 있네요.” 몸집에 맞게 큼직한 휴대전화를 쓰는 고정식 기자는 아이폰을 충전하지 못하는 걸 아쉬워했다. 시승에 끌려온 프리우스는 앞좌석 열선, 전동시트와 휴대전화 무선충전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한국형 내비게이션, 빗물을 감지하는 와이퍼 등을 챙긴 최고급 모델 S다. 가격은 기본 모델보다 630만원 비싼 3890만원이다. 그런데 아이오닉은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 거리를 벌리는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에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 뒷자리 열선 기능과 열선 스티어링 같은 옵션을 그득하게 챙긴 최고급 모델 Q가 2721만원이다(시승차는 선루프를 비롯해 몇 가지 옵션을 더 챙겨 3049만원이다). 옵션만 보면 아이오닉의 완승이다. 하지만 옵션도 결국 돈이다. 이것저것 넣다 보면 프리우스 S와 값이 비슷해진다.

실내 공간은 프리우스가 좀 더 넉넉하다. 특히 뒷자리 무릎 공간이 아이오닉보다 여유롭다.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운전석에 앉았을 때 아이오닉이 한 뼘 정도 무릎 공간이 남았다면 프리우스는 한 뼘 넘게 무릎 공간이 남았다. 하지만 뒷자리 헤드룸은 아이오닉이 좀 더 여유로웠다. 프리우스가 스타일을 살리느라 뒤쪽을 날렵하게 깎은 탓이다. “키가 180센티미터 넘는 사람은 머리가 닿을지도 모르겠어요.” 조두현 기자는 이렇게 은근슬쩍 자신의 키를 폭로했다. “프리우스는 조립 품질이 아주 좋아. 완성도도 뛰어나고. 정말 잘 만든 차야. 하지만 사고 싶진 않아.”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처음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서인수

연비

공인연비의 경우 같은 조건이면 아이오닉이 좀 더 우수하다. 15인치 휠 모델 기준 프리우스는 복합, 도심, 고속도로 인증 연비가 각각 리터당 21.9, 22.6, 21.0킬로미터다. 아이오닉은 같은 기준으로 각각 리터당 22.4, 22.5, 22.2킬로미터다. 하지만 시승한 아이오닉은 17인치 휠 모델이었다. 역시 같은 기준으로 각각 리터당 20.2, 20.4, 19.9킬로미터다.

공인연비를 보면 프리우스와 아이오닉 모두 고속도로 연비보다 도심 연비가 더 높다. 보통 도심 연비는 전기모터로만 달리는 구간이 더 길어 그렇다고 이해한다. 하지만 실제 테스트에선 둘 모두 고속으로 항속할 때 연비가 더 높았다. 프리우스의 경우 시속 80킬로미터로 항속 주행할 때 순간 연비가 보통 리터당 약 25에서 29킬로미터 사이에 있었다. 반면 길지 않은 구간이지만 20분 정도 도심 정체 구간을 통과한 뒤 평균 연비는 리터당 약 19.2킬로미터 정도로 나타났다. 아이오닉의 경우 시속 80킬로미터로 항속 주행시 순간 연비는 리터당 23킬로미터였다. 프리우스와는 다른 조건이었지만 40분 정도 약 7킬로미터의 정체구간을 통과한 뒤 평균 연비는 리터당 18.6킬로미터였다.

프리우스의 경우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리며 모터로만 주행한 적은 없었다. 다만 배터리와 엔진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같은 속도지만 순간 연비에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아이오닉은 엔진으로만 주행하는 상황이 많았다. 반면 그리 길진 않았지만 전기모터로만 달리기도 했다.

그래도 대체로는 프리우스가 아이오닉보다 전기모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프리우스는 배터리 충전량을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절반 이상을 남겨 두는 경우도 별로 없었다. 즉, 여건이 되는 한 전기모터를 꾸준하게 쓰고 충전했다. 반면 아이오닉은 배터리 충전량이 들쭉날쭉했다. 충전량이 떨어지면 전기모터 사용도 줄었다. 하지만 마음먹고 충전하면 충전량이 3분의 2까지도 올라갔다. 그 덕인지 시속 100킬로미터에서도 잠시 모터로만 주행하기도 했다.

37킬로미터의 동일한 도심 및 전용도로 구간을 비슷한 조건으로 주행해봤다. 그 결과 프리우스가 리터당 25.4킬로미터로 리터당 22.1킬로미터인 아이오닉보다 우수했다.

고정식

구매와 소유 비용

비용 면에선 국산차와 수입차의 특성이 뚜렷이 나타난다. 시승차 옵션을 기준으로 아이오닉의 신차 가격은 3049만원, 프리우스는 3890만원으로 800만원 넘게 차이 난다. 게다가 취등록세도 아이오닉이 절반이다. 두 모델 모두 공식 할인 프로모션은 없지만 실제 전시장을 방문해보면 프리우스는 약 80만원의 영업직원 할인이 있다. 프리우스를 할부로 사면 사고 때 신차로 교환받을 수 있는 혜택이 있고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을 이용해 아이오닉을 구매하면 현금 50만원을 돌려받는다. 할부이자는 프리우스가 5.9퍼센트, 아이오닉이 4.9퍼센트다.

연료 비용은 큰 차이가 없다. 복합연비와 현재 휘발유 평균가(1384원)를 기준으로 1년 동안 1만5000킬로미터를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아이오닉(리터당 20.2킬로미터)의 연료비는 103만원, 프리우스(리터당 21.9킬로미터)는 95만원 정도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연비를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한계 범위가 크기 때문에 실제 연료비는 이보다 적을 것이다.

무상 보증 혜택은 아이오닉이 더 좋다. 아이오닉은 동력 배터리를 평생 보증하겠다고 나섰다. 또한 모터와 전력 제어 모듈 등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도 10년/20만 킬로미터 내에서 보증받는다. 토요타는 1년에 한 번 하이브리드 시스템 정기 점검을 제공하고 배터리는 10년/20만 킬로미터 동안 보증해준다.

만 30세 이상 기준으로 보험료는 크게 차이 난다. 프리우스의 보험료가 약 두 배 비싼데 특히 자기차량손해 요금은 세 배가 넘는다.

두 모델 모두 연료 유지비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구매 비용과 A/S, 보험료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보면 프리우스보다 아이오닉의 유지비가 더 적게 들어간다.

조두현

최종 결론

우리는 새내기 아이오닉이 베테랑 프리우스의 상대가 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고 여섯 명의 테스터는 정확하게 3대 3으로 나뉘었다. 프리우스를 선택한 쪽은 차분한 주행감각에 더 훌륭한 연비를 내세웠다. 하이브리드카를 타는 근본적인 이유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반면 아이오닉을 선택한 쪽은 편안한 실내 구성과 이질감 없는 동력계 그리고 조종성이 이유였다. 내연기관차와 별 차이 없어 자연스 러웠다는 것이다. 

애초에 하이브리드카는 더 이상 특별한 차가 아니니 자동차의 본질적 가치에 더 무게 를 두고 평가하기로 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반응 그리고 동력 전달 느낌을 지닌 아이오닉이 좀 더 후한 평가를 받았을지 모른 다. 반면 하이브리드카의 존재 이유인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무게를 두었다면 당연 히 프리우스가 이겼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을 처 음 만드는 현대차가 프리우스와 용호상박의 승부를 펼쳤다는 것이다. 그만큼 현대차는 우 리가 알게 모르게 하이브리드 기술 축적을 많 이 했고 공들여 차를 만들었다. 프리우스 껍데기를 홀딱 벗겨가며 벤치마킹했을 것이 다. 덕분에 우리는 꽤 괜찮은 하이브리드 카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반면 프리우스도 3세대에 비해 월등히 좋아진 연비와 조 종성 그리고 거주성을 지녔다. 다만 조악 한 실내 구성과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차 체 움직임 때문에 점수가 깎였다. 

세계 자동차 전문지 중 세계 최초로 펼쳐진 현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토 요타 프리우스의 비교는 승부가 나지 않 았다. 올해부터 시작한 헤드 2 헤드 비교 시승에서 무승부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 이다. 아이오닉은 선전하고 프리우스는 선방했다. 그리고 테스터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이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