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기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東方流行_Lifestyle

동물과 소통하는 사람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특별한 사람들을 만났다.

2016.06.09

 

왼쪽 / <오보이!> 편집장 & 포토그래퍼, 김현성 

<오보이!>를 만든 건 인식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우리나라엔 아직 동물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 자체가 없다. 그래서 <오보이!>를 읽고 동물 복지나 환경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는 말을 들으면 뿌듯하다. 

<오보이!>가 동물을 돕는 건 동물보호단체의 콘텐츠나 광고를 실어주거나 기부를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아이돌 그룹의 팬들이 내게 기부 의사를 밝히면 동물보호단체나 동물보호소를 소개해주는 식이다. 특히 2PM의 준호 팬들은 500만원이나 돈을 모았는데 형편이 어려운 사설 보호소를 연결해주었다. 

동물 복지에 관해 말할 땐 주장하는 게 아니라 질문해야 한다. ‘동물을 그렇게 키우면 안 돼’가 아니라 ‘동물 복지에 대한 상황이 이런데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라고. 그러면 최소한 100명 중 한 명은 알아듣는다. 그런데 100명에게 강하게 말하면 200명과 싸우게 된다. 정말 답답하지만 최소한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세상이 더 나아지길 바라야지, 당장 크게 바뀔 거라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할 거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경우가 많다. 동물을 싫어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은 동물을 괴롭힐 기회도 적다. 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동물을 구입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염색하고, 늙으면 내다 버리고, 이게 다 동물을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부터 제대로 좋아하는 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동물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직접 동물을 괴롭히는 사람도 문제지만 환경이 망가져서 괴로운 처지에 놓이는 동물도 생기니까. 얼음이 녹아서 먼 거리를 헤엄쳐 가야 하는 북극곰 새끼가 지쳐서 죽는 것도 결국 사람 때문이다. 환경문제나 동물 복지가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오보이 커뮤니케이션 센터는 시작점이다. 런던이나 베를린에 있는 선진화된 동물보호시설을 만드는 게 꿈이다. 그래서 동물시설이나 관련 단체와 연결되는 허브가 되길 바란다. 

 

 

 

오른쪽 / 다큐멘터리 감독, 황윤

동물 다큐멘터리를 만든 건 2000년 겨울, 철창 안에 갇힌 호랑이나 고릴라의 이상 행동을 보고 ‘어느 날 갑자기 낯선 곳으로 이송돼 철창에 갇힌 채 평생을 사는 동물의 심정은 어떨까?’라는 물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원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작별>을 찍게 됐다. 나는 구경꾼이 아닌 갇힌 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많은 변화가 생겼다. <어느 날 그 길에서>를 만들며 알게 된 로드킬의 현실은 나를 ‘뚜벅이’로 만들었고,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만들면서 돼지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 처음 목격했고, 그 고통스러운 삶에 통감해 채식주의자가 됐다. 

다큐멘터리를 완성하고 뿌듯했던 순간은 깊게 공감한 관객들의 반응을 듣게 될 때. 동물원, 로드킬, 공장식 축산 등 한국 사회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영역을 이야기해왔는데 그런 문제가 영화를 통해 공론화되면 보람을 느낀다. 

동물의 권리를 말하는 건 인간의 권리를 빼앗자는 게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업의 열악한 환경에서 집단으로 구제역에 걸린 돼지를 살처분한 공무원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과정을 보면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딜레마를 알게 된다. 결국 가장 ‘돼지다운 삶’과 ‘인간다운 삶’이 공존할 때 돼지도 인간도 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되는 거다.

자신의 영화가 이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동물권을 주장하는 영화가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성찰하는 영화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결국 모두가 함께 더불어 공존하는 세상, 그 누구도 희생되거나 도구가 되지 않는 세상 그래서 결국 인간이 보다 인간적인 세상을 꿈꾸길 바라며 영화를 만든다.

 

 

 

이룸동물병원 원장 수의사, 전인탁

수의사가 되고 싶었던 건 수의학과를 배경으로 한 <동물 의사 닥터 스크루>라는 일본 만화를 재미있게 봤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지만 다행히 배우면서 흥미가 커졌고, 임상을 시작하며 더욱 좋아졌다.

생명을 다루는 일이니까 스트레스가 많다. 치료하던 아이의 상태가 위험해지면 힘들어진다. 그리고 오랫동안 키우던 동물이 아파도 치료 비용이 많이 들면 포기하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그런 상황을 마주하는 것도 편한 일은 아니다.

퇴원하는 동물을 보면 아무래도 기분이 좋다. 게다가 치료받은 동물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해진다.

수의사로서 직업적인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물에 관한 처우 개선이나 치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병원 업무가 많다 보니 쉽지 않았다. 동물보호단체인 카라와 지역 연계 병원 활동을 시작하면서 조금이나마 책임을 지게 됐다.

카라의 지역 연계 병원은 인근 지역에서 급히 치료가 필요할 때 연계해서 치료를 해주거나 카라에서 분양해준 동물의 사후관리를 신경 써주고 있다. 우리 같은 연계 병원이 여러 지역에 있다.

수의사를 꿈꾼다면 주말이나 휴일에도 일하니까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건 각오해야 한다.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경제적으로도 아주 만족할 수준이 아닐지도 모른다. 의사와 비슷할 거라 생각하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매력도 있고, 보람 있는 직업인 건 확실하다.

동물을 좋아해서 직업을 삼는다는 건 이상한 말이지만 동물병원에서 일하려면 확실히 동물을 좋아해야 한다. 특히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에게 계속 관심을 주고 확인을 하지 않으면 상태를 알 수 없으니 우선적으로 동물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면 하기 힘들다.

 

 

 

왼쪽 / 동물자유연대 정책팀 간사 장인영, 이용준, 홍보팀장 홍현진

동물자유연대를 알게 된 건 15년 전부터였다. 그냥 후원금을 내는 회원이었는데 2년 전부터 함께 일하게 됐다. 웹디자이너로 직장 생활을 하다 잠시 쉬었는데 대표님께서 웹디자인과 홍보 일을 제안했다. (홍현진)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처럼 일하기 싫었다.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는데 동물자유연대를 알게 됐고 근무한 지 6개월이 됐다. 번식장에서 구조 활동을 한 적이 있는데 생명을 구한다는 게 정말 좋았다. 그전까진 그런 곳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이용준)

원래 국회에서 일했는데 여기서도 정책과 관련된 일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개를 한 마리 키우게 됐고, 입양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고민되더라.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개를 키울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 이직을 꿈꿨고, 동물을 위해 일하고 싶어서 찾아보니 동물자유연대를 알게 됐고, 입사했다. (장인영)

가끔씩은 수의사들도 동물자유연대가 있다는 걸 모른다. 그러니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나. 어떤 사람들은 길고양이 전문 보호단체냐고도 묻는다. 그럴 때마다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마음을 다잡는다. 그만큼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장인영)

사무실로 미팅하러 오면 ‘개가 한 마리도 없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동물 관련 정책이나 해외 협력에 관한 업무를 한다고 하면 의외라고 반응한다. (홍현진)

유기 동물이 있거나, 아픈 동물이 있으면 마치 119처럼 출동해주는 곳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전화를 상당히 많이 받는다. (홍현진)

개와 고양이는 알지만 그들에게 권리가 있다는 건 모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조차 아프면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돌고래를 방류하자거나, 동물원이 안 좋은 곳이란 것을 이해하기란 더욱 어렵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국회의원을 설득해야 하는데 국회의원도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인영)

화장품 동물 실험 방지법이 작년 말에 드디어 개정됐다. 동물자유연대에서 4~5년간 국회를 설득하고 주장해왔는데 통과돼서 보람 있었다. (장인영)

요즘 가장 활발한 캠페인은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다. 번식장에서 생산된 새끼를 애견 숍이나 마트에서 판다. 장난감처럼 쉽게 사지만 실제로 키우면 귀찮은 일이 생기니 쉽게 버린다. 악순환이다. 법적인 규제도 중요하지만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 (홍현진)

 

 

오른쪽 /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훈련사, 이진용

안내견 훈련사로 일한 건 7년 정도 됐다. 60마리쯤 훈련시켰는데 20마리가 안내견이 됐다.

훈련은 아침 9시에 시작해서 오후 3~4시경 끝난다. 평상시에 사람들이 다니는 곳을 개들이랑 계속 걷는데 30주 정도 훈련을 한다. 지하철은 난이도가 있는 편이라 어느 정도 훈련이 된 애들을 데려오는데 자주 오는 곳은 아니다.

훈련 후 안내견이 되는 개는 열 마리 중 세 마리 정도다. 개들도 적성이 각각 달라서 가르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안내견 훈련사는 개한테 화를 내면 안 된다. 개에게 감정을 쏟으면 신뢰가 깨진다. 그럼 향후 안내견 활동에도 문제가 생긴다. 개가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되니까. 그리고 개를 좋아해야 한다. 개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빨리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안내견을 만지면 시각장애인이 위험해질 수 있다. 개가 집중력이 떨어져서 가야 할 길을 놓친다든가, 시각장애인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된다. 안내견도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개다. 사람을 좋아하는 본성을 없앨 순 없다. 그러니 최대한 눈으로만 예뻐해달라. 

열심히 훈련을 시켰는데 결국 안내견 자격을 얻지 못했을 땐 아쉽다.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안내견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막막하다. 대화가 안 되니까 힘들 수밖에 없다.

사실 이것도 직업인데 많은 분들이 칭찬을 해준다. 나한테도, 개한테도. 내가 가진 능력이나 하는 일에 비해 과분한 느낌이지만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그리고 훈련시킨 개가 안내견이 돼서 파트너를 만나 잘 생활하는 걸 보면 보람도 크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은유

대화를 시작한 건 10년 정도 되었는데 본격적으로 상담을 시작한 건 3~4년쯤 됐다. 

동물을 키우다 보면 느껴지는 게 있다. 물론 사람과 대화하듯 동물과 대화할 순 없다. 내 경우엔 시각이나 청각, 촉각 등 오감을 활용하는데 대화를 요청하는 아이마다 조금씩 다르게 대답한다. 어떤 아이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어떤 아이는 말을 건다. 물론 지나가는 새나 강아지와 모두 대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집중하고 명상을 하면서 그 아이가 내게 전하는 느낌이나 생각을 읽어내는 거다. 

동물과 대화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영적인 능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고, 애정이 있다면 수련이나 교육을 통해서도 발전시킬 수 있다.

가장 최근의 사진을 가지고 상담을 진행한다. 직접적으로 만나서 상담하긴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전화나 메일로 상담하기도 하고, 요즘은 카톡을 가장 많이 쓴다. 눈을 볼 수 있는 가장 최근 사진을 보면서 진행한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묻지만 어차피 아이에게 이미지를 전달하고 기운을 느끼는 거라 대면하든 아니든 별반 차이가 없다. 

반려동물의 상태는 보호자가 가장 잘 안다. 사실 학부모가 선생님과 상담할 때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모르겠다고 물어보지만 정말 모르는 게 아니다. 알면서도 확인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고, 어떤 면에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는 거다. 그래서 제3자의 관점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돕는 게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는 직업이라 말하긴 힘든 거 같다. 명확한 체계도 없고, 주관적이기도 하다. 주변에 생계로 이 일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러면 결국 집착하게 되고, 초심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정기적인 스터디를 한다. 수의사 선생님께 자문을 구하기도 하는데 이런 체계가 생기면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도 직업으로 인정받게 되지 않을까. 

 

 

 

CREDIT

EDITOR / 민용준 / PHOTO / 전용상 / 東方流行

Twitter facebook kakao Talk 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