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YOTA PRIUS

기본 가격 3260만원, 38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FWD, 5인승, 5도어 해치백 엔진 직렬 4기통 1.8ℓ DOHC 16밸브, 98마력, 14.5kg·m/모터 72마력/시스템 출력 122마력 변속기 CVT 복합연비 21.9km/ℓ CO₂ 배출량 71g/km

토요타가 4세대 신형 프리우스를 내놓으면서 자신만만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기자 80명을 대상으로 연비왕 선발대회를 열었다. 서울 잠실에서 경기도 일산까지 약 50킬로미터를 80분 안에 도착하라는 미션을 받았다. 루트는 자유지만 토요타는 올림픽대로와 제2자유로 코스를 제안했다. 신형 프리우스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21.9킬로미터, 도심연비는 이보다 높은 리터당 22.6킬로미터다. 적어도 공인연비보단 잘 나오길 기대하며 전기모터를 조용히 움직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리터당 33.3킬로미터를 기록했다. 코스의 절반은 연비에 신경을 쓰며 운전했다. 에어컨을 끄고 창문도 닫았다. 속도도 시속 70킬로미터를 넘지 않았다. 도로에 차가 많아 저속으로 갈 땐 최대한 EV 모드로 달렸다. 의식적으로 탄력주행을 하며 배터리를 충전했다. 연비는 리터당 38킬로미터까지 올라갔지만 슬슬 인내심 게이지도 한계까지 다다랐다. 

제2자유로는 말 그대로 자유를 선사했다. 난 뻥 뚫린 도로를 가만두지 못하는 성격이다. 머릿속에서 ‘연비’라는 글자를 지워버리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었다. 규정 속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시원한 드라이빙을 즐겼다. 덕분에 신형 프리우스의 개선된 운전 재미도 맛보았다. 가속 페달에 힘이 갈 때마다 에코 저지의 스코어 숫자가 뚝뚝 떨어졌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공인연비를 훨씬 웃도는 연비가 나와 당황스러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리터당 40킬로미터가 넘는 연비를 기록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현실적인 연비는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공인연비의 두 배까지 효율을 낼 수 있음이 증명됐다. “그냥 마음껏 밟아도(?) 리터당 15킬로미터는 거뜬히 나옵니다.” 토요타 관계자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슬쩍 건넨 말이지만 빈말 같진 않았다.

토요타는 신형 프리우스를 개발할 때 백지상태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프리우스의 실내는 다분히 미래지향적이다. 낮은 인스트루먼트 패널 덕에 시야가 탁 트이고, 튤립 모양의 기어 레버가 인상적이다.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라는 새 플랫폼 아래 하이브리드 시스템, 디자인 등 모든 것을 새롭게 손봤다. 엔진은 3세대에서 사용하던 앳킨스 사이클 방식 1.8리터를 유지했다. 앳킨스 사이클 엔진은 펌핑 로스가 적어 효율에 좋다. 방식은 고수했지만 볼트 말고 모든 걸 개조했다. 고속 주행 시 찬 공기를 더 많이 빨아들이기 위한 전용 덕트를 만들었고 흡기 포트 모양을 새롭게 고안해 연소 속도를 올렸다.

엔진의 배기열을 냉각수로 돌려 히터에 이용하고 주행 및 예열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여닫히는 그릴셔터를 달았다.

덕분에 엔진 열효율은 1.5퍼센트 개선된 40퍼센트를 달성했다고 한다. 니켈수소 배터리의 크기는 10퍼센트 더 작아졌지만 충전 성능은 28퍼센트 늘었다. 전기모터의 무게도 전보다 20퍼센트 줄었다.

가장 인상적인 건 의외의 운전 재미였다. 신형 프리우스는 이전 모델을 위에서 약간 눌러 다시 디자인했다. 차체 높이는 20밀리미터, 앞좌석 시트포지션은 55밀리미터나 내려갔다. 대신 너비는 15밀리미터 넓어지고 길이는 60밀리미터 길어졌다. 저중심 설계와 더불어 차체 강성은 60퍼센트 높였다. 그래서인지 실제 고속 주행과 코너링에서 전혀 기대치 않은 매력을 느꼈다.

한국토요타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연속으로 출시하면서 야구의 타자에 비유했다. 앞서 나온 RAV4는 3번 타자, 프리우스는 4번 타자다. 4번 타자의 이번 히트는 안타다. 주자가 홈에 들어올 수 있을지는 앞으로 감독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