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비자들이 디젤 해치백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효율성과 파워가 아닐까? 잘 타면 리터당 30킬로미터에 육박하는 은혜로운 연비와 높은 토크가 선사하는 묵직한 펀치력은 디젤 해치백 오너들이 사랑하는 절대적인 덕목이니까. 특히나 언덕이 많은 한국 지형에서는 연비와 힘 모두 중요하다. 둘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빠진다면 디젤 해치백의 매력은 반감이 아니라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효율성에서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파워를 높이면 어떨까? 최근 푸조가 그들의 대표 모델 308의 출력을 높인 308 GT를 선보였다. 다만 높아진 출력만큼 연비는 약간 줄어들었다. 그런데 출력과 토크를 비롯해 차체 크기까지 308 GT는 폭스바겐 골프 GTD와 아주 비슷한 제원을 지녔다. 그리고 두 차는 모두 ‘GT’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인다. 이건 대놓고 ‘붙어보자’는 심산이다. 특히나 두 브랜드는 세계에서 디젤 엔진을 가장 많이 생산할뿐더러 한때는 모터스포츠에서 앙숙으로 지냈고 얼마 전까지(폭스바겐 디젤 사태) 두 브랜드 모두 가장 깨끗한 엔진을 만든다고 자부했었다. 

그래서 붙여봤다. 2.0리터 터보 디젤 엔진을 얹은 앞바퀴굴림 해치백의 절대 강자는 누가 될 것인가? GT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델은 무엇일까? 디젤 엔진의 단점을 얼마큼 상쇄하면서 달리기 성능을 끌어올렸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비자 입장을 생각했다. 308 GT와 GTD는 일반 모델보다 각각 795만원, 880만원 비싸다. 차값의 5분의 1 정도이니 결코 적지 않다. 소비자들은 퍼포먼스를 원해 이 돈을 지불한다. 일반 모델과는 차별화된 GT만의 특징과 특색을 위해 할부기간을 늘린다. 그래서 우리는 소비자들이 더 지불한 795만원이 타당한지, 880만원이 합리적인지도 알아보기로 했다.  

주행품질과 핸들링

푸조 308 GT와 폭스바겐 골프 GTD 같은 핫해치에게 핸들링만큼 중요한 요소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두 모델은 모두 무거운 디젤 엔진을 앞에 실은 앞바퀴굴림 방식이기에 예리한 코너링 응답성은 기대하기 힘들다. 강력한 중저속 토크는 추월 가속과 같은 상황에서 강력한 펀치력이 될 수 있지만 오히려 코너링에서는 언더스티어를 심하게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조심조심 다뤄야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고회전에서 속 시원한 파워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파워를 즐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308 GT와 골프 GTD는 짧은 휠베이스와 크지 않은 차체에서 나오는 경쾌한 조종 감각과 함께 앞바퀴에 실린 하중이 만들어내는 접지력을 이용한 코너링 시의 진득한 안정성이 조종성능 평가의 핵심이 된다. 물론 언더스티어를어떻게 잘 억제하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리고 두 모델은 기본이 되는 일반 모델이 있다. 골프 GTD에게는 골프가, 308 GT에게는 308이 있다. 따라서 스포츠 모델인 이들이 일반 모델에 비해 얼마큼 다른지, 그리고 그 다른 방향이 옳게 느껴지는지, 마지막으로 기본 모델 고유의 성격도 함께 잘 지키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두 모델의 제원을 비교해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비슷하다. 길이, 너비, 높이의 차이가 밀리미터 단위다. 휠베이스는 GTD가 2센티미터 길지만, 트레드는 오히려 308 GT가 2~3센티미터 넓다. 토크는 GT가 40.8kg·m로 약 2kg·m 높지만 최고출력은 GTD가 184마력으로 4마력 높다. 두 모델의 제원 가운데 가장 큰 차이는 공차중량으로 골프 GTD가 1430킬로그램으로 308 GT의 1490킬로그램보다 60킬로그램 가벼웠다. 그리고 시승차는 308 GT가 18인치인 타이어인 반면 GTD는 익스트림 에디션으로 19인치를 끼웠다. 사소한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제원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308 GT는 주행 감각이 일전에 아주 즐겁게 시승했던 308 1.6 블루HDi와 매우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힘이 좀 더 세고 서스펜션이 조금 단단하다는 정도. 좋게 말하면 308의 맛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308 GT만의 맛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뜻이다. 즉 스포츠 모델에 흔히 기대하는 예리함이나 정교함보다는 푸조 특유의 탄력이 더 두드러진다. 다만 그 탄력이 일반 308보다는 좀 단단하다는 차이가 있는 정도.  308 GT는 시가지 주행에 최적이다. 꽤 큰 과속방지턱도 너끈하게 집어삼키는 서스펜션은 시내의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높은 안정감뿐 아니라 노면에 활발하게 맞장구를 치는 재미와 감각을 동시에 제공한다. 직결감이 좋은 EAT6 자동변속기와 토크감이 풍성한 엔진도 시내에서 신나게 달리기에 좋다. 308 GT의 주 전공은 시속 100킬로미터 이하의 좌우 회전이나 와인딩이다. 

하지만 속도가 올라가면 일반 308보다 약간 단단하게 설정된 탄성이 불필요한 차체의 움직임을 일으킨다. 노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쪽이라 운전자가 민첩하게 대응하면 될 것이고 묵직한 직진 안정성이 주무기라면 그냥 달리면 되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308 GT는 푸조의 탄성이 좀 단단해진 쪽이다. 그 때문에 차체는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노면에 항상 맞장구를 친다. 반응하기가 쉽지 않다. 네 바퀴가 쉴 새 없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차체는 항상 미세하게 직진 방향에서 빗나간다. 대응할 수는 있지만 유쾌한 감각은 아니다. 고속에서는 조금만 과묵했으면 좋겠다. 반대로 시내에서 가감속을 하는 상황에서는 EAT6 변속기가 엇박자를 낸다. 특히 감속했다가 다시 가속할 때 괜히 뜸을 들이거나 때로는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308 1.6 블루HDi에서는 그 탄력이 좋았고 변속기의 생동감이 좋았는데, 서스펜션이 단단해지고 엔진의 출력이 늘어나니 이들이 과민 반응과 같은 부작용을 조금씩 보이는 것이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슬라럼 테스트에서의 움직임이다. 225/40R18 사이즈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 3 타이어는 예리하지는 않지만 끈끈함과 예측 가능성이 우수한 고성능 타이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8 GT는 급차선 변경에서는 무거운 앞머리가 타이밍을 놓치면서 언더스티어를 일으키고 뒷바퀴는 한 박자 더 늦게 따라오다가 허둥거린다. 게다가 ESC는 상당히 미리 개입하는 편. 일반 모델이라면 괜찮았겠지만 GT라는 이름에는 어울리지 않는 보수적인 세팅이다. 결과적으로 308 GT는 1.6 모델의 튜닝 버전과 같은 느낌인데 좋지 않은 면도 그대로 증폭된 듯해 아쉬웠다. 

곧바로 옮겨 탄 골프 GTD는 모든 면에서 한 단계 위라는 느낌이었다. 차체의 움직임도 훨씬 안정적인 데다 탄탄한 서스펜션이 네 바퀴를 노면에 꽉 눌러 붙여 접지력과 감각이 훨씬 명료했다. 파워트레인도 고급스러우면서 활기차다. 훨씬 매끈하게 도는 엔진과 민첩하고 오히려 더 매끄러운 DSG 듀얼클러치 변속기 덕이다. 록-투-록이 2.1바퀴에 불과한 운전대는 민첩한 선회가 압권이다. 19인치 피렐리 P제로 타이어는 극한 접지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생각보다도 좋은 성능을 보였다. 거대한 19인치를 너끈히 다루어낼 수 있는 섀시 잠재력을 갖고 있음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급차선 변경이나 슬라럼 테스트에서 아주 약한 언더스티어만 일으키면서 매우 민첩하게, 그러나 안정적으로 모든 것을 해치운다. 토크벡터링 XDS+가 언더스티어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는 장면. 게다가 ESC의 개입은 상당히 늦은 편인데 이는 약간의 슬립을 허용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새시의 기본적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반적으로 GTD는 승차감도 좋다. 멀티링크 리어 서스펜션과 서브 프레임의 고무 부싱류가 노면의 불쾌한 진동을 아주 잘 걸러낸다. 아쉬운 점도 있다. 섀시의 고무 부싱은 스포츠 모델 기준으로는 크고 물러서 정교한 감각을 너무 많이 걸러낸다는 느낌이다. 225/35R19 규격의 타이어 역시 승차감이나 거친 노면에서의 안정적인 접지감에는 오히려 단점이라는 느낌이다. 부싱은 작고 단단해지고 타이어는 17 또는 18인치 정도였으면 이상적이었겠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주행성능 및 테스트 결과

두 차는 제원으로 비교하기에는 너무 비슷했다. 모든 것이 아주 미세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했다. 엔진은 둘 다 2.0리터 직분사 터보 디젤로 최대 5000rpm까지 돌아간다. 하지만 세부 사항은 전혀 달랐다. 308 GT의 배기량이 9cc 크지만 출력은 GTD가 4마력 높다. 최대토크는 GTD가 1.3kg·m 낮지만, 토크가 나오는 범위는 1530rpm 더 넓다. 무게는 GTD가 60킬로그램 가벼워 마력당 무게비에서도 유리하다(0.99킬로그램). 그런데 가속에 영향을 주는 휠의 사이즈는 308 GT가 1인치 작다. 둘 다 6단 자동변속기를 쓰지만 308 GT는 퀵시프트 기술로 효율을 중시한 토크컨버터 기반의 EAT(Efficient Automatic Transmission) 변속기를 쓰고, GTD는 성능 면에서 충분히 검증된 듀얼클러치를 쓴다. 따라서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실제로 측정 데이터를 뽑아내는 수밖에. 

먼저 가속 테스트. 두 대 모두 엔진과 변속기를 스포트 모드에 두고 테스트했다(푸조는 수동모드의 DS). 그리고 총 6번의 왕복 테스트 중 마지막 2번은 ESP를 껐다. 이때 308 GT는 ESP OFF에서도 완전히 꺼지지 않고 부분적으로 개입했다. 반면 골프는 ESP가 3단계로 변했고(ON→ASR→SPORT) 그중 스포트에서 가속이 가장 빨랐다. 휠이 스핀을 일으킬 때 ESP가 느슨하게 개입해서 출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0→시속 100킬로미터 가속은 GTD가 빨랐다. 하지만 고작 0.55초 차이다. 둘은 각각 7.94초와 7.39초를 기록했다. 가속 그래프를 살펴보면 GT는 시속 60킬로미터까지 골프보다 미세하게 빨랐다. 특히 2단으로 변속하기 전인 30~42킬로미터 구간에서 움직임이 좋았다. 하지만 시속 72킬로미터부터 골프가 전세를 뒤집었고, 시속 130킬로미터에서는 1.25초나 차이를 벌렸다. 골프의 가속 그래프를 보면 시속 8~20킬로미터 구간에서 타이어가 순간적으로 그립을 잃었다가 회복하며 가속이 늘어졌다.

가속력 비교에서는 졌지만 308 GT도 얹은 게 있다. 폭스바겐 듀얼클러치와 맞먹는 EAT 6단 변속기의 빠른 반응성을 증명한 것이다. 추월 가속에서는 몸무게가 가벼운 골프가 유리했다. 도심에서 추월하는 상황을 가정한 시속 20→60킬로미터 구간을 제외하고 모든 추월 가속에서 0.34~0.53초를 벌리며 앞섰다.  

제동 테스트(시속 100킬로미터→0)에서는 308 GT와 GTD가 모두 2.89초 똑같은 제동 시간을 기록했다. 그러나 제동거리는 308 GT가 37.96미터, 골프 GTD는 38.08미터를 기록하며 12센티미터 차이가 났다. 기록상으로는 308 GT의 승리. 반면 급제동 때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느껴진 쪽은 GTD였다. 계측 데이터에 나온 정지 최대 횡가속(G)도 -0.07G가 높았다. 둘은 부싱이나 서스펜션의 차이도 있고, 앞뒤 트레드도 다르다(308 GT가 더 넓다). 하지만 이런 작은 해치백에 편평비 35시리즈의 19인치 타이어가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았다.

실측 데이터를 통한 두 차의 종합 성능 테스트에서는 골프 GTD의 승리다. 사실 둘은 거의 같은 성능을 보여줬지만, 가속과 감속에서 GTD가 훨씬 흥미로웠다. 308 GT는 효율적이고 동시에 골프만큼이나 빨랐지만, 상대적으로 너무 부드러웠다. 굳이 ‘GT’라는 고성능 엠블럼을 강조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오히려 그냥 디젤 2.0리터 모델로 팔렸다면 칭찬받을 수 있었겠다. 김태영

운전석과 실내 공간

비교 시승에 끌려온 골프 GTD는 체크무늬 직물시트를 얹은 익스트림 에디션이다. 그냥 GTD보다 10만원 비싼데 체크무늬 직물시트 말고도 19인치 휠(그냥 GTD는 17인치 휠이다)과 큼직한 서브우퍼(트렁크 바닥매트 아래에 스페어타이어 대신 둥글고 커다란 서브우퍼가 있다)가 포함된 플러그 앤드 플레이 사운드 시스템을 얹었다. 쉽게 말해 그냥 GTD보다 좀 더 옵션이 좋다. “골프의 체크무늬 시트가 맘에 들어요. 직물 시트보다 가죽 시트를 좋아하지만 이런 직물 시트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두현 기자가 도어를 열고 시트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골프의 직물 시트가 독특하긴 하지만 전 308의 가죽 시트가 훨씬 좋아요. 양옆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게 꼭 스포츠 시트 같기도 하고요. 가운데를 알칸타라로 덧대서 훨씬 고급스럽잖아요.” 고정식 기자가 조두현 기자의 말에 반론을 제기했다. 

골프 GTD의 운전석 직물 시트는 앉았을 때 자세를 잘 잡아주는 느낌이다. 엉덩이도 푸근하다. 하지만 엉덩이 부분의 양옆이 불룩 솟아 있어 타고 내릴 때 허벅지가 자꾸 걸리는 게 성가시다. 308 GT의 가죽 시트는 고급스러움이 뚝뚝 묻어난다. 주변에 새빨간 스티치를 넣은 게 예쁘다. 하지만 앉았을 때 몸을 딱 잡아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 308 GT 운전석에는 마사지 기능이 있다. 시트 아래쪽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세 가지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데 시원하기는커녕 누가 등을 쿡쿡 찌르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다. 

두 차의 앞 시트는 손으로 위치를 조정해야 하며, 통풍 기능도 없다. 단, 둘 다 열선 기능은 품었는데 GTD가 센터페시아 모니터 아래에 버튼이 있어 처음 타는 사람도 찾기 쉬운 데 반해 308 GT는 센터페시아 아래쪽 움푹 들어간 곳에 버튼이 있어 처음 타는 사람이 단번에 찾기 어렵다. “골프의 실내는 확실히 투박해요. 예쁘지도 고급스럽지도 않죠. 하지만 직관적이에요. 이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거기에 버튼이 있어요. 그래서 편해요.” 조두현 기자의 말이다. “실용적인 것에 무게를 두면 골프가 낫죠. 무슨 기능을 사용하려고 할 때 308 GT는 찾아 들어가야 하는데 GTD는 바로 보이니까요. 하지만 감성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전 308 GT에 더 끌리네요.” 고정식 기자의 말이다. 

두 사람의 말처럼 골프 GTD는 확실히 실용적이다. 모든 버튼을 쓰기 편한 곳에 배치했고, 운전자가 가장 편하게 운전할 수 있게 배려했다. 하지만 실내가 너무 투박하고 칙칙하다. 그에 비해 308 GT의 실내는 확실히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센터콘솔 덮개까지 가죽으로 둘렀다. 하지만 실용적인 면에선 확실히 골프보다 떨어진다. 하나밖에 없는 앞자리 컵홀더는 둘레가 작아 큼직한 컵은 물론 아이폰도 꽂을 수 없다. 뒷자리 역시 골프보다 좁다. 게다가 뒷시트 엉덩이 부분 모서리가 둥글게 돼 있어 허벅지를 편하게 받쳐주지 못한다. “이 차엔 있어야 할 게 없고 없어도 될 게 있어.” 이진우 기자가 308 GT 뒷자리에 있는 230볼트 콘센트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GTD 뒷자리에는 콘센트가 없다. 대신 송풍구는 있다. 하지만 308 GT 뒷자리에는 송풍구가 없다. 한여름에 뒷자리에 앉은 사람은 어쩌라고? 308 GT 뒷자리는 어른을 위한 자리가 아닌 건가?  

두 차의 실내는 추구하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골프는 예쁜 것을 포기하고 실용적인 것을 택했고 308은 조금 불편하지만 예쁘고 세련된 것을 택했다.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골프의 손을, 예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308의 손을 들어줄 거다. <모터 트렌드> 기자들은 대부분 골프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뒷자리까지 시원하게 펼쳐지는 308 GT의 파노라마 선루프는 모두의 칭찬을 받았다. 서인수  

구매와 소유 비용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동소이다. 두 차의 신차 가격은 골프 GTD가 4330만원, 308 GT는 4190만원으로 골프 GTD가 140만원 더 비싸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골프 GTD의 실제 구매가는 4000만원 밑으로 내려간다. 308 GT 역시 50대 한정으로 7퍼센트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지만 골프 GTD의 할인율은 8~9퍼센트다. 실제 구매가 차이 역시 100만~200만원으로 크지 않다. 그러나 여기엔 심리적인 요인이 발동한다. 프로모션을 적용하면 골프 GTD는 3000만원 후반, 308 GT는 4000만원 초반으로 나뉜다. 

리스 잔존가치 역시 일반적으로 3년 30퍼센트로 비슷하다. 골프 GTD는 1년 동안 신차 보상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고 리스 기간을 4년 25퍼센트, 5년 20퍼센트로 조정할 수 있다. 308 GT는 36개월, 44개월, 48개월로 기간과 잔존가치를 선택할 수 있고 제휴 금융업체 이용, 연간 2만 킬로미터 이내 운행 등 몇 가지 조건에 따라 잔존가치를 최대 48퍼센트까지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료비도 거의 차이가 없다. 골프 GTD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4.7킬로미터, 308 GT는 리터당 14.3킬로미터다. 1년 동안 1만5000킬로미터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현재 평균 경유 유가(1120원)를 기준으로 골프 GTD의 연료비는 약 114만원, 308 GT는 117만원이 예상된다.

일반적인 무상 보증 기간은 3년이다. 골프 GTD는 3년/주행거리 무제한 내에 이용할 수 있는 소모성 쿠폰으로 A/S를 받을 수 있다. 폭스바겐은 유상으로 부품을 교환하면 2년/주행거리 무제한, 차체 부식 관통은 12년 동안 보증한다. 308 GT는 3년/10만 킬로미터 내에 주요 소모품과 파워트레인 계통 부품을 무상 보증받을 수 있다.

만 30세 이상 기준으로 자기차량손해를 포함한 보험료는 일반적으로 둘 다 120만원대다. 골프 GTD가 약간 더 높은 편이다. 여기엔 차 가격과 차종의 과거 사고 이력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신차 가격만 보면 GTD가 더 비싸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질적인 구매 가격과 유지비를 보면 GTD가 박빙의 차이로 유리하다. 조두현  

연비

두 차는 달리기 성능을 부쩍 끌어올린 핫해치다. 그러면서 연비도 꽤 준수하다. 표시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308 GT가 리터당 14.3킬로미터, 골프 GTD가 리터당 14.7킬로미터다. 같은 엔진에 출력만 30마력 정도 낮은 308 2.0, 골프 2.0 TDI와 비교하면 복합연비 기준 리터당 각각 0.3과 0.8킬로미터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단, 비교 시승한 GTD의 경우 익스트림 패키지라 19인치 휠이 들어가 있었다. 공인연비는 17인치 휠을 끼우고 측정한 값이다.  GT는 연비 인증 모델과 시승차 모두 18인치 휠이 들어가 있다.

골프 GTD에는 역대 GTD 최초로 엔진 스타트 앤 스톱, 회생제동 등을 아우르는 블루모션 테크놀로지가 적용됐다. 에코 모드도 따로 마련됐고 연비 절약 팁도 제공된다. 예를 들어 오래 공회전하고 있으면 시동을 끄는 게 연료 절약에 도움이 된다고 계기반에 문구를 띄운다. 변속기도 성능은 물론 효율에서도 유리한 듀얼클러치 변속기다. 308 GT는 에코 모드가 없다. 연비 절약 팁도 나오지 않는다. 변속기도 일반적인 토크컨버터 방식이다. 하지만 효율이 꽤 좋다. 일본 아이신에서 개발한 EAT6다. 최근 출시되는 푸조와 시트로엥의 유로 6 충족 모델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연비를 살펴보면서 두 차 모두 노멀 모드에 공조 장치는 에어컨을 끈 채 송풍으로 1단만 켰다. 잘 달리는 모델인 만큼 정지 상태에서 급가속할 때 연비도 살펴봤다. 308 GT는 리터당 3.3킬로미터, GTD는 리터당 2.5킬로미터로 나타났다. 단, 둘 모두 이 수치가 트립 컴퓨터가 표시할 수 있는 최저 수준인 것 같았다. 평지든 오르막이든 급가속 시 위의 수치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시속 60킬로미터로 정속 주행 시 308 GT는 5단으로 1250rpm을 유지했고 GTD는 6단에서 1250rpm을 유지했다. 시속 80킬로미터부터는 둘 모두 6단이었고 308 GT는 1200rpm, GTD는 1400rpm이었다. 시속 100킬로미터에서는 1600rpm과 1750rpm으로 달렸다. 동일한 구간을 시속 60, 80, 100, 120킬로미터로 정속주행하고 완전 정지했다 출발하기를 6회 실시하며 왕복 22킬로미터 구간을 달려봤다. 그 결과 308 GT는 리터당 19.7킬로미터, GTD는 리터당 18.7킬로미터를 냈다. 연비는 308 GT가 앞섰다. 고정식

총 결론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애초 우리는 두 차의 고성능의 가치를 판단하기로 했다. 가치 판단의 세부 항목에는 퍼포먼스와 함께 고성능 모델로서의 차별성도 포함된다. 퍼포먼스 부분에서는 테스터 모두 만장일치로 GTD의 손을 들어줬다. 고속에서의 움직임이 더 활발하고 좌우 움직임에서도 미세하지만 GTD 쪽이 더 안정감이 있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주행 감성 부분은 스피커로 배기음을 만들고 아주 작은 지름의 운전대를 끼운 308 GT가 더 풍부하게 다가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며칠간 이어진 시승에서 테스터들은 308 GT의 실체와 허상의 차이를 느끼기도 했다. 308 GT는 GTD에 꽁무니를 놓지 않을 정도로 잘 달리기는 했지만 GTD만큼 움직임이 간결하지 못했고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반응이 약간 느려지거나 불필요한 좌우 출렁임이 생겼다. 그런데 지름이 작은 운전대는 스티어링이 아주 빠르고 정확한 것처럼 느끼게 했고, 붉은색으로 변하는 계기반은 시각적인 자극을 더했다. 스피커로 증폭된 배기음도 “아주 빠르게 가속하고 있다”고 운전자의 귓가에 속삭였다. 308 GT 한 대만을 시승했더라면 이런 푸조의 허수를 잡아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반면 GTD는 감성을 너무 많이 배제한 것이 아쉬웠다. 7세대 GTD는 6세대 GTD 배기음의 절반도 안 되는 소리가 난다. 운전대는 가볍고 서스펜션도 더 낭창거린다. 308 GT의 허수만큼은 아니더라도 운전자에게 고성능 모델임을 더 강조하고 표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 또한 GTD 한 대만 시승했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바람일지 모른다.

주행을 제외한 인테리어와 연비 등에서는 308 GT가 후한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걸 위해 800만원가량의 돈을 더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걸 원했다면 그냥 일반 모델을 사는 게 낫다. 그들이 더 지불할 돈은 특별함을 위한 특별함이었고 그 특별함의 파장은 골프 GTD 쪽이 더 컸다. 그래서 우리는 308 GT의 795만원보다 GTD의 880만원이 더 합리적이고 타당한 지출이라 결론지었다.  이진우

테스터의 선택

나윤석. 골프 GTD 조종 성능과 승차감에 대한 결론은 명확했다. 골프 GTD의 완벽한 승리다.

이진우. 골프 GTD 내가 6세대 GTD를 구매한 이유는 더 재미있게 달리기 위해서다. 두 차 중에서 GTD가 더 재미있었다. 

서인수. 308 GT 똑똑하고 완벽하지만 지루하고 촌스러운 남자와 조금 헐렁하지만 유머가 넘치고 세련된 남자가 있다면? 난 후자를 고르겠다. 그게 308 GT다.

김태영. 골프 GTD 디자인, 신선함, 구석구석 강조된 쓰임새는 308 GT의 승리다. 그런데 막상 두 차를 선택하라면 골프 GTD를 선택하겠다. 고성능 디젤 해치백의 기준에서 벗어나 대안을 굳이 찾을 필요가 있을까? 

조두현. 골프 GTD 308 GT는 박력 있는 차다. 스포츠 버튼으로 색다른 기분 전환을 준다. 하지만 308 1.6에서 출력만 더 높아졌다는 느낌이다. 문제는 그 힘을 더 단단히 조이지 않아 차까지 낭창된다는 점이다. 

고정식. 308 GT 실내외 디자인의 감성과 스포츠모드의 패기가 마음을 흔든다. 매일같이 굽이진 길을 내달릴 게 아니라면 조금 부족한 균형감도 흠까진 아니다. 연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