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8~24일, 제주도에서는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가 열렸다. 2010년 애월읍에 스마트 그리드 시범단지가 조성된 이후로 꾸준하게 공을 들인 행사다. 올해는 르노의 포뮬러 E경주차가 데모런을 하는 등 볼거리도 많고 규모도 커졌다.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점점 커짐을 느낀다. 또 국내외 제작사들은 물론 LG화학과 같은 전기차 관련 세계적인 회사도 부스를 차렸고, 국내 중소기업들도 상당한 수준의 완성차 및 부품을 전시하는 등 산업적으로도 기반이 강화됨을 알 수 있었다.

3월 31일에는 테슬라가 모델 3를 공개했다. 내년 말에나 고객에게 인도될 모델임에도 단숨에 30만대 이상의 사전 예약이 몰렸다. 한국에서도 300명 이상의 예약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당장 미래의 차를 소유할 수 있다’는 혁신적이며 천재적인 마케팅의 결과다. 테슬라는 계속 적자이고 2년이나 출시가 지연됐던 모델 X 초기 모델이 리콜에 휘말리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이겨낸 것이다. 그만큼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그런데 찬물을 끼얹는 뉴스가 들려왔다.

바로 전기차용 급속충전 요금 유료화다. 물론 공짜가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방법과 시기, 가격에 문제가 있다. 자칫하면 아직 싹도 트지 못한 전기차 시장이 정착하는 데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급속충전기 유료화가 뜻하는 바를 정확히 모르는 일반인들에게는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 무엇 보다 이 요금체계 변경이 장기적인 전기차 정책에 따른 것인지도 의문이다. 

전기차는 아직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추 지 못했다. 구매 단계에서 정부 보조금 1500만 원과 지자체 보조금 최대 800만원을 합해야 내연기관차와 경쟁할 만한 가격이 된다. 게다가 예산 규모 때문에 지원할 수 있는 전기차 대수가 제한적이다. 즉 시장 경쟁력이 부족해 어 쩔 수 없이 예산을 지원해야 하는데, 그 예산이 전기차 시장 규모를 제한하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많은 대수를 지원할 만큼 대당 지원금은 축소하더라도 경쟁할 만한 수준까지 가격을 내리는 것뿐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술의 발전으로 부품 원가가 내려가는 것과 대량생산을 통해 대당 개발비 및 생산비를 낮추고 부품의 대량 구매로 단가를 떨어뜨리는 방법뿐이다.

일단 많이 팔아야 한다. 초기 고객들이야 관공서나 환경에 민감한 개인 또는 단체일 것이지만 일반 대중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즉 실질적인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 전기차 발목을 잡는 가장 큰 걸림돌은 실용성이다. 충전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나마 충전소도 멀거나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는 이마트와 같은 공공장소에 완속충전기를 보급하고 빌딩이나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RFID 방식의 휴대용 충전기를 보급했다. 그리고 환경부는 2011년부터 전국에 337개의 급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주로 교통 외곽 지역 등 꼭 필요하지만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사업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 이후 포스코ICT 등 민간사업자들도 100여 개의 급속충전기와 300여 개의 완속충전기를 설치했다.

완속충전기들은 이미 요금을 납부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했기 때문에 출근 후 업무시간을 이용하거나 퇴근 후 아파트 주차장 또는 마트에서 장을 보는 동안에 충전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차를 운행했다. 하지만 빨리 충전할 수 있는 급속충전소가 많이 보급되지 않으면 전기차는 단거리 시내 주행용에 불과하다.

이번에 환경부가 급속충전 요금을 유료 화한 이유는 수익성이다. 요금 계산에는 유지 관리비, 장비의 감가상각 및 향후 대체 충당금, 기본 전기요금 등이 고려됐다. 하지만 현재 급속충전기는 하루 회전율이 1.5회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여전히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 즉 더 많은 전기차가 급속충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 문제점이 있다. 현재 소형차가 대부분인 전기차의 공식 에너지 효율은 킬로와트시당 5킬로미터 수준이다. 급속충전기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1킬로미터 주행에 필요한 전기요금은 62.62원이다. 소형 디젤 승용 차의 평균 연비를 리터당 16킬로미터로 가정 하면 디젤이 리터당 1120원일 때 1킬로미터 주행하는 데 필요한 기름값은 70원이다. 전기차와 디젤차가 거의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전기차는 제약이 많다. 충전이 번 거롭고 장거리 주행은 두렵다. 리터당 7~8원의 혜택을 위해 높은 차값을 내고 번거로운 구매 절차를 거쳐 불편하게 사용할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까? 여기에 전기 도둑질과 같은 윤리적 문제와 이에 따른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등 부작용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전기차 시장에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간을 먼저 빼먹는 것과 같다. 지금 당장 간(요금)은 취할 수 있지만 황금(전기차 시장)은 얻을 수 없을지 모른다. 환경부의 신중한 생각과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