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오프로드를 다녔던 적이 있었다. 본의 아니게 오프로드 전문 기자 타이틀을 달고 주야장천 오프로드를 달렸던 시절이었다. 그때도 오프로드 전문 브랜드의 차를 주로 타기는 했지만 간간이 국산 SUV를 끌고 산을 오르기도 했다. 10년 전에는 지금과 달리 국산 SUV 중에서 로 기어를 갖춘 차들이 꽤 있었으니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로 기어는 오프로드 가능성의 중요한 기준이다. 오프로드에서는 네 바퀴의 동력을 똑같이 나눠서 한꺼번에 높은 출력을 뽑아내야 하는 순간이 많다. 당연히 앞뒤로 구동력을 배분하는 디퍼렌셜과 낮은 기어비를 사용할 수 있는 로 기어가 필수다.

여기에 더해 섀시 강성도 오프로드에서 아주 중요하다. 섀시 비틀림 강성이 받쳐주지 못하면 노면에 따라 스티어링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돌 수 있다. 오프로드에서 차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건 자력으로 빠져나오기 힘든 순간을 의미한다. 또 운전대가 노면을 따라 휙 돌면서 손가락이나 손목에 타박 및 골절상을 입기도 한다. 차체에도 좋지 않다. 비틀림 강성이 낮은 차가 오프로드에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섀시에 붙어 있는 서브프레임, 서스펜션, 로어 암 등과의 결속력이 느슨해질 수 있다. 이는 차체 조향성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국산 SUV를 타고 마지막으로 오프로드를 달린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모하비 이후로 오프로드 능력를 충족시킨 국산 SUV는 없었던 것 같다. 이게 소비 흐름이고 시대 반영이니 뭐랄 건 없지만, 아쉬움에 내 몸 어딘가가 근질거리기는 했다.

8년 만에 모하비가 출시됐다는 소식이 옛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반가웠다. 모하비는 로 기어는 물론 온전한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의 섀시를 쓰는 유일한 국산 SUV다. 더군다나 상품성을 개선했다고 하니 즐거웠던 시간을 회고하며 무엇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두런두런 이야기 나눌 시간을 갖기로 했다. 때마침 서울 근교에 괜찮은 오프로드를 발견해 엉덩이가 들썩이던 참이었다.

오프로딩 전날 비가 많이 내렸다. 노면이 젖어 내심 걱정했다. 8년 만의 귀환에 꽃을 뿌리지는 못할망정 진흙 구덩이에 빠트릴 수는 없으니까. 모하비의 4WD 시스템을 4H로 돌려 앞뒤 구동력을 50:50으로 고정했다. 바퀴 하나가 빠졌을 때 앞뒤로 구동력을 넣고 빼고 하면서 바퀴가 밑으로 더 파고드는 걸 막기 위해서다. 그러고는 빠른 속도로 젖은 노면을 밟았다. 아주 두꺼운 양탄자나 이불을 밟은 것처럼 밑으로 쑥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프로드꾼들이 가장 싫어하는 느낌이다. 여기서 멈추면 영영 움직이기 힘들어진다. 왼쪽 뒷바퀴가 살짝 헛돌아 순간 움찔하긴 했지만 젖은 노면을 쉽게 탈출했다. 이후 물길을 건너고 바위를 타넘고 급경사를 오르는 과정에서 거침이 없었다. 노면을 박차는 느낌이 강했고 그러면서 부드럽고 안락한 주행을 잃지 않았다.

로 기어와 높은 토크 덕분에 등판 능력이 뛰어나다.

모노코크 섀시를 사용한 SUV 중에는 섀시가 많이 비틀리면 서스펜션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서스펜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바퀴가 노면에 지속적으로 붙어 있도록 하며 그립을 만드는 것인데, 이게 잘 안 되면서 그립이 떨어지고 덩달아 승차감도 불안해지는 것이다. 반면 모하비의 강철 프레임 섀시는 이런 걱정이 없다. 섀시가 강하게 받쳐주니 서스펜션도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면서 승차감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특히나 더 뉴 모하비는 쇼크업소버를 새로 튜닝하고 앞바퀴에 리바운드 스프링을 더해 노면충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했다. 특히 로 기어를 넣은 상태에서 3.0리터 V6 엔진의 높은 토크(57.1kg·m)로 쑥쑥 밀고 나올 때 서스펜션이 그립을 잘 만들어주는 건 모하비의 아주 큰 강점이다. 로 기어가 있더라도 토크가 낮거나 그립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로 기어는 그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니까.

더 뉴 모하비와의 만남이 반가운 나머지 너무 오프로드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했는데, 일주일간 모하비를 시승하면서 그 어떠한 불편도 없었다. 승차감은 예전보다 부드러워졌고, 프레임 섀시가 만드는 월등한 고속 안정성은 예의 그대로다. 엔진 rpm을 보정하면서 낮은 회전대에서 더 많은 토크가 나오도록 해 출발은 빨라졌고 일상 영역 반응성도 좋아졌다. 시속 100킬로미터 정도의 크루징 상태에서의 추월가속성도 높였다. 덕분에 차체가 굼뜨거나 답답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실내는 이전보다 더 조용해졌고(특히 엔진음을 잘 틀어막았다) 후측방 경보, 차선이탈 경보, 전방추돌 경보, 하이빔 어시스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 최신 편의 및 안전 장비들 덕분에 큰 차체임에도 차를 움직이는 데 불편이 없었다. 확실히 이전보다 상품성이 좋아졌다.

지난 2008년, 기아 모하비는 이 땅에 뚜렷한 표석을 남겼다. 3.0리터 터보 디젤 엔진을 강철 프레임 방식의 섀시에 얹은 모델은 모하비가 유일했다. 더불어 기아차가 고급 SUV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모델이다. 지금도 모하비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스타일은 우직하고 성능은 듬직하다.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모하비는 아직 단단하고 팔팔하다. 튼튼한 섀시의 생명력은 이렇게나 혁혁하다.

간결하고 직관적이다
센터페시아의 모든 컨트롤러가 크고 직관적이어서 사용이 편하다. 슈퍼비전 클러스터는 뛰어난 가독성을 지녔다.

SPECIFICATION

KIA THE NEW MOHAVE 4WD
기본 가격 468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4WD, 7인승, 5도어 왜건 엔진 V6 3.0ℓ DOHC 터보 디젤, 260마력, 57.1kg·m 변속기 8단 자동 공차중량 2290kg 휠베이스 2895mm 길이×너비×높이 4930×1915×1810mm 복합 연비 10.2km/ℓ CO₂ 배출량 199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