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동네 자동차 카센터 이용이 가능한 수입차는 25만대 내외로 축소된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동네 수리점을 찾는 게 아니니 카센터 사장 입장에선 고민이 많다.

요즘 병원 경쟁이 치열하다. 인구 노령화로 내원자는 늘었지만 병원 자체가 많아 파산하는 곳마저 나온다. 그런데 환자들이 몰리는 병원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확한 진단이다. 원인을 명확히 찾아내 완치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단의 정확성을 이끈 배경은 역시 장비의 발전이다. 내시경 카메라의 등장이 암 조기 발견을 끌어내 생존율을 높인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 정비소도 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육안으로 식별되는 것이야 찾아내 부품을 바꾸면 되고, 보이지 않는 부분은 진단기가 해결사로 등장한다. 자동차는 수많은 센서가 내장돼 그 부품에 맞는 진단기로 고장 부위를 발견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일반 카센터는 진단기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수입사가 장비 판매를 꺼렸기 때문이다. 이유는 공식 서비스센터 방문객이 줄어드는 걸 우려해서다. 설령 다른 경로를 통해 진단기를 구입해도 사용 방법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지 않았다. 자동차 정비산업 또한 기업의 이익이 달린 분야여서 이른바 공식 서비스센터의 ‘밥그릇 지키기’ 논리가 반영됐던 셈이다.

그러자 얼마 전 국토교통부가 관련 민원을 끝내기 위해 제도적 처방을 내렸다. 쉽게 정리하면 수입차 오너들이 서비스받을 때 공식 서비스센터와 가까운 동네 수리점 모두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었다. 수입사가 일반 카센터에 진단기도 판매해야 하고 사용 방법도 교육해야 한다고 강제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벌칙도 마련했다.

이후 당장 집에서 가까운 아무 카센터나 가면 수입차를 고칠 수 있다는 소식이 쏟아졌다. 시장의 정확한 특성은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A4 용지에 적힌 몇 글자를 토대로 보도가 확대됐고, 이를 본 가까운 지인들에게 몇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은 단 하나, “당장 수리받으러 가면 되느냐?”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바라는 대답은 들려줄 수 없었다. “지금도 장비와 기술을 갖춘 일부 동네 카센터에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사업자의 선택일 뿐”이라고 건넸다. 이게 무슨 말인가? 수입차 정비를 허용했는데 받을 수 없다니. 이유가 궁금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한다.

먼저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2016년 기준으로 140만대가량이다. 여기서 ‘3년 또는 6만 킬로미터 이내’ 보증수리 기간에 해당하는 차는 약 40만대다. 나아가 보증수리를 ‘5년 또는 10만 킬로미터’ 이내로 기준하면 60만대의 수입차가 공식 서비스센터를 이용한다. 이 경우 동네 카센터 이용이 가능한 수입차는 80만대가 남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용 가능한 숫자일 뿐 이들이 모두 동네 카센터를 찾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리고 보증수리 기간이 지난 80만대를 판매한 수입사는 14곳, 브랜드는 25개에 달한다. 따라서 모두 정비하려면 14곳의 수입사가 판매하는 진단 장비를 갖춰야 한다. 적지 않은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동네 카센터는 대부분 규모가 작다. 그래서 일부 카센터는 가장 많이 운행되는 독일차만 노린다. 그것도 많아서 1~2개 브랜드만 취급하는 곳이 상당수다. 그런데 여기에는 변수가 하나 들어간다. 정비로 수익을 내려면 수입차 등록이 많은 지역이라야 한다. 연간 3000대가 판매되는 지역과 20대가 고작인 동네의 정비 수익은 결코 같을 수 없다.

그렇게 줄이면 실제 동네 자동차 카센터 이용이 가능한 수입차는 25만대 내외로 축소된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동네 수리점을 찾는 게 아니니 카센터 사장 입장에선 고민이 많다. 수입차 수리에는 장비 투자가 선행되는데,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이용자 수를 감안해야 한다. 아직 수입차 수리가 노다지 사업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정부가 통로를 열어놓은 것은 어디까지나 ‘선택권 존중’ 차원이다. 수입차 소비자가 동네 카센터를 찾는 것도 선택이고, 카센터 사장님이 수입차 수리 여부를 받아들이는 것도 선택이다. 물론 수입차 증가세를 볼 때 앞으로 장비를 들이는 곳도 늘어날 게 명확하다. 이 경우 브랜드별 수입차 수리가 가능한 곳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선택의 통로를 열어놓은 것일 뿐 당장 전국 모든 동네 카센터가 수입차 수리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 금액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어쩌면 정비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대기업만 박수칠지도 모른다. 그들은 투자 여력이 있다. 그래서 친근한 동네 카센터 아저씨의 얼굴은 더 어두워 보인다. 엔진 오일을 교환하러 찾은 카센터 사장님의 말이 떠오른다. “국산차는 줄고 수입차는 늘어나는데 대기업과 달리 장비 투자 여력이 없으니 동네 카센터는 정말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푸념이다. 소비자와 정비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열어놓은 통로에도 순기능과 역기능은 공존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누구도 뚜렷하고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글/권용주(<오토타임즈> 편집장)